[인권으로 기억하는 4.16] 4월 18일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는 과연 불법인가

박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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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겠다는 약속은 참사 당일에 벌어진 일을 복기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된다. 4.16연대는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을 추진하며 인권으로 4.16을 기억해보자고 제안한다. 기억은 행동이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열망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행동이 되어야 한다. <인권오름>과 <프레시안>에 매주 공동 게재되는 연재기사가 하나의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

경찰은 지난 4월 18일 있었던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이하 “이 집회”)를 불법집회이자 폭력집회라고 하였다. 그리고 검찰은 이에 참석한 사람들 중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이 중 3명은 영장 청구가 기각되었다.) 과연 이 집회가 경찰이 말한 대로 명백한 불법집회이자 폭력집회일까? 집회가 대규모로 이루어질 경우 항상 경찰은 불법집회, 폭력집회라는 이유를 들어 금지하고자 해왔다. 이런 익숙한 풍경이 이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집회에서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이전 사회와 이후 사회를 다르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려면 당연히 집회와 관련해서도 그런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경찰이 브리핑을 통해 이 집회가 불법이라고 했던 이유들이 타당한지 하나씩 살피도록 하겠다. 그리고 경찰이 설치한 차벽이 합법적인 것인지도 살피도록 하겠다.

광화문 광장은 집회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경찰은 광화문 광장은 원래 집회가 허용된 공간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광화문 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이하 “광화문 조례”) 제1조가 “이 조례는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위한 광화문 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음을 근거로 광화문 광장은 집회가 아닌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을 위한 공간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럼 광화문 조례의 해당 규정을 자세히 다시 한 번 보자. “이 조례는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위한 광화문 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밑줄은 필자가 강조하기 위하여 한 것임) 밑줄 친 ‘등을’을 볼 수 있다. 상식적으로 “등을”이라는 표현은 열거한 것들 이외에 다른 것들도 포함된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광화문 광장은 여가선용과 문화활동‘만’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그 외의 것도 할 수 있다는 뜻인가. 답은 너무나 분명한데 경찰은 국민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아니면 상식이 없던지.

그리고 집회와 시위를 규율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과 광장의 사용을 관리하는 조례 중 무엇이 상위인가. 당연히 법률이 조례보다 상위이다. 따라서 집시법에 의하여 보장된 집회나 시위에 대해 조례를 이유로 불법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 설마 법을 집행하는 경찰이 법의 효력체계와 우선순위도 모르고 이런 말을 했을까. 아니다. 국민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기자들도 속아 넘어가는데 국민들이 어떻게 알겠냐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속칭 기레기들과 국민들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위 사진:출처: 미디어스

미 대사관 인근이라 집회는 금지된다고?

경찰은 미 대사관과 가깝기 때문에 집시법 제11조에 의하여 집회가 원래 금지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럼 집시법의 해당 규정을 한 번 보자. 집시법 제11조는 특정 기관이 위치한 건물의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 집회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특정 기관에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를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면 광화문 광장 옆에는 미 대사관이 있으니 경찰 말대로 이 집회는 금지될 수 있는 것인가.

그런데 집시법의 위 규정에는 ‘단서’가 달려 있다. 이 단서를 한 번 보겠다. 단서는 3가지 경우에는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근처에서도 집회를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가) 해당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의 숙소를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다)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하는 경우로서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 숙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집회를 할 수 있다. 이 집회는 토요일 즉 미 대사관이 업무를 하지 않는 날에 있었고, 미 대사관을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원래 금지되는 집회라 할 수 없다. 경찰은 또 거짓말을 한 것이다. 왜? 국민들이 속을 줄 알았으니까.

주요도로에서 하는 집회는 무조건 금지라고?

경찰은 태평로가 집시법이 정하고 있는 주요도로이기에 이곳에서의 집회는 금지된다고 주장하였다. 집시법 제12조는 교통소통을 위해 주요도로에서의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 이 집회는 금지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집시법이 정하고 있는 주요도로라는 것이 사실상 서울 등 대도시의 전체 도로에 육박하기에 이 조문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집회를 할 수 있는 장소란 없게 된다. 이에 우리 법원은 이 규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한다. 어떻게? “(특정한)시위가 교통소통에 상당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지만,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해서는 시위 참가인원 및 행진노선과 행진방법의 제한 등 적절한 조건을 부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할 것이며, 나아가 원천적으로 위 시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단순히 교통소통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위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재량권의 한계를 넘은 위법한 처분이라 할 것이다”(서울고법 1998.12.29. 선고 98누11290 판결:확정)라고. (밑줄 친 부분은 필자가 강조하기 위하여 한 것임)

위 법원의 판단을 보면 참가인원을 줄이거나 행진노선을 좀 줄이거나 하는 방법으로 교통소통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런 방법을 강구해야지 집회 자체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경찰이 이 집회와 관련하여 위와 같은 방법을 강구했나. 전혀 아니다. 그렇기에 금지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전 신고가 안 된 행진은 불법이라고?

이날 행진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집회가 진행되는 도중에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연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도중에 집회를 멈추고 행진에 나섰던 것이다. 원래 계획했던 바가 없었던 행진을 시작한 것이다. 집시법은 최소한 집회 48시간 전에 집회에 대해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기에 경찰은 이 행진이 집시법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헌법 제21조 제1항을 기초로 하여 심판대상조항(집회에 대한 사전신고조항)을 보면, 미리 계획도 되었고 주최자도 있지만 집회시위법이 요구하는 시간 내에 신고를 할 수 없는 옥외집회인 이른바 ‘긴급집회’의 경우에는 신고가능성이 존재하는 즉시 신고하여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헌재 2014. 1. 28. 2011헌바174, 인용된 부분 내의 괄호는 필자가 의미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첨가한 것임) 즉, 미리 계획되어 있고, 주최자도 있지만 48시간 전에 신고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신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을 때 신고하기만 하면 무방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리 계획도 안 되어 있던 집회나 행진은 더욱 더 신고할 가능성이 생겼을 때 신고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집회와 같이 갑자기 행진하게 된 경우,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바로 불법이 되지 않고 나중에 혹여나 신고할 가능성이 생겼을 때 신고하지 않으면 비로소 불법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경찰의 이 주장 역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한 것이다.

경찰 차벽이 위법이고 위헌인 것

이번 집회에서 경찰 차벽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2011년에 경찰이 차벽을 설치할 수 있는 요건과 설치할 수 있는 정도에 대해 이미 판단한 바가 있기에 그에 비추어 살피겠다.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가 매우 소중한 기본권이기에 차벽을 사용하여 이를 금지하려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존재해야 하고, 그 위험이 차벽을 이용해야만 비로소 방어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차벽 설치의 요건을 설시하였다(헌재 2011. 6. 30. 2009헌마406). 그리고 이 경우에 해당하여 차벽을 설치할 때는 통행을 완전히 차단할 정도까지 설치하면 안 된다고 그 정도 역시 판단하였다(헌재 2011. 6. 30. 2009헌마406). 이 집회의 경우 4월 16일에 이미 설치되어 있던 차벽을 거의 그대로 둔 채 행진을 시작하기 전부터 혹은 행진이 시작되자마자 차벽을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그것도 차벽 이외의 방법으로는 막을 수 없는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지도 않았던 시점부터 차벽을 설치한 것으로 차벽 설치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것이다. 또 차벽을 설치함에 있어 6중의 차벽을 설치하여 일체의 통행을 막았기에 차벽 설치의 정도도 위반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집회에 사용된 경찰 차벽은 위헌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 차벽이 합법, 합헌적인 것이라 주장하며 이 차벽에 저항한 시민들만을 마치 폭도인 것처럼 치부하고 있다.

기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경찰로 변화하길

경찰은 공권력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특히나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곳이다. 따라서 경찰의 공권력 행사는 매우 신중하게, 법과 규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이루어져야 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그런데 집회를 관리하는 경찰의 모습에서, 특히나 이 집회에 참여한 경찰들에서 그러한 자세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장에 나와 있는 경찰의 어려움과 피곤함도 이해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위와 같은 것들을 전혀 지키지 않고 공권력을 행사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국가의 공권력 행사라 할 수 있겠는가. 경찰은 자신의 본분이 민중의 지팡이임을 잊지 말고, 자신이 지켜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세월호 참사 그리고 이 집회를 계기로 다시 한 번 돌아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지팡이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생명을 구하고,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을 명실상부한 주된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박주민 님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이며,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입니다.
인권오름 제 435 호 [기사입력] 2015년 04월 22일 15: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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