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문제점과 대안적 방향

‘눈물’이 흐르지 않는 전기로 전환해야!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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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전기를 쓴다. 핸드폰을 충전하고, 가전제품을 쓰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콘센트를 마주 대하지만 그 너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무심했었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터지고, 밀양 할머니들의 송전탑 반대싸움을 보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기를 무엇으로 만드는지, 어디에서 만들어서 어떻게 쓰는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전력정책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이라는 2년 단위로 수립하는 15년짜리 장기계획을 통해 결정된다.

핵발전소 짓겠다고 작정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말,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9년까지의 전력정책을 확정한다. 어떤 발전소를 어디에, 어느 규모로 지을지와 더불어 변전소, 송전탑 건설도 결정한다. 그러니 삼척과 영덕 같은 핵발전소 예정지에서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온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중요한 전력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초안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언론을 통해 간헐적인 정보만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수급위원회를 열어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4개의 석탄 화력발전소(영흥 7, 8호기, 동부 하슬러 1, 2호기)를 취소하고 보류했던 2기의 신규핵발전소를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력 수요가 2029년까지 매년 3.4%씩 늘어난다고 예측했고, 이에 따라 기존에 계획한 발전소 외에도 3GW(300만㎾)의 핵발전소를 추가로 짓기로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6차 계획에서 유보했던 신고리 7,8호기를 영덕에 짓고, 신규 2기를 더해 영덕에 4기를 지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029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12기의 핵발전소에 대한 폐지 계획은 제출되지도 않았다.

후쿠시마 이후에도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펼치는 곳은 한국, 중국, 인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핵발전소에서 크고 작은 비리와 고장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사고는 회복하기 힘든 재난이다. 그러나 단지 사고 때문에 탈핵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핵발전은 그 자체로 방사능 오염을 일으킨다. 경주 월성 핵발전소 인근 나아리에서는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가 식수를 오염시켜, 주민들의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발견되고 있다. 고리 핵발전소 1호기 주변 지역 주민들은 갑상선암 소송을 벌이고 있다. 핵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서 여성의 경우 갑상선암 발병률이 2.5배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연구되었다.
핵발전소의 전력생산과 소비방식도 폭력적이다. 밀양 할머니들은 “765kV 초고압 송전탑을 따라 가보았더니 그 끝에 신고리 3호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영덕에 핵발전소를 짓는 것은 지역주민들에게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안기는 데다가 추가 송전탑 건설로 인해 제2의 밀양 송전탑 사태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더구나 현재 전력수급 상황으로서는 영덕에 핵발전소를 추가로 지어야 할 이유가 없다. 전기가 남아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과도한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전력소비량이 늘어난다고 가정하고, 그에 맞춰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발전설비를 추가해서 건설해왔다. 특히 지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매년 전력소비가 3%씩 증가한다고 가정하고, 발전소 증설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를 폐쇄하고, 삼척과 영덕에 핵발전소를 짓지 않아도 2020년대까지 전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력 수요 증가율은 2.5%, 1.8%, 0.6%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수요관리 정책을 펼친다면 전력소비량을 오히려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과도한 수요전망과 전력설비 예비율 22% 설정 등 공급을 부풀리는 방식을 고수해, 7차 계획에서 전력설비를 더 늘리겠다고 한다. 예비율을 높게 설정해놓으면 그만큼 가동하지 않은 발전설비가 많아지고, 과잉설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것은 정부가 원전을 짓기로 작정을 하고,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만든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핵발전 중심의 전력정책을 뒤집기 위해 모이자

최근 들어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세계 경제 상황을 볼 때 한국이 앞으로 80~90년대에 경험했던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장기 저성장시대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수출시장에서도 철강이나 선박 부문에서 중국업체에 밀리고 있다. 산업용 전기가 전체 전력소비의 55%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수출경기가 나빠지는 것은 전력소비 증가 추세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수립하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이처럼 전력수요 저감에 따라 발전설비와 송배전 설비 투자를 하향조정해야 한다.

최근 지자체들이 자립률을 목표로 하는 전력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전력자립도를 높이면 송전탑 갈등도 줄일 수 있고, 발전소 건설로 인한 지역의 환경적, 사회적 불평등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게다가 해안가에 핵발전소를 몰아서 지을 이유가 없어진다. 한국은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가 모든 에너지 정책을 결정했고, 지자체는 그대로 따르거나 아예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후쿠시마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통해 2년 연속 전력소비량을 줄였고, 2012년 전력자립도 2.95%에서 2014년 4.7%로 높였다. 2020년까지 전력자립도 2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변전소 건설 갈등에 휩싸인 경기도는 '에너지 독립선언'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29%인 전력자립도를 2050년까지 50%로 높일 것이라고 한다. 경기도가 계획대로 실행에 옮긴다면 원전 6기를 대체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전기가 남아도는 상황에서 경기도까지 나선다면 삼척과 영덕에 신규 핵발전소를 지을 이유가 전혀 없다. 삼척시는 탈핵시장을 선출했고, 주민투표를 통해 원전부지해제를 결정했다. 삼척시장은 핵발전이 아닌 태양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지역형 에너지 생산 방식은 에너지 효율도 높이고, 갈등도 줄일 수 있다. 이제 전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공급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낡은 방식일 수밖에 없다.
6월, 핵발전소 없는 안전한 세상을 바란다면 이제 우리는 영덕을 지원해야 한다. 영덕군의회 원전특위가 영덕 주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핵발전소 건설 반대 의견이 58.8%, 찬성 의견은 35.7%로 나타났다. 주민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65.7%였다. 삼척 주민투표 성공으로 인해 영덕에서도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 일은 영덕군민들만의 일이 아니다. 후쿠시마 이후에도 핵발전 국가를 향해 갈 것인가 탈핵 국가로 전환할 것인가는 영덕에 신규핵발전소가 들어서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 한국의 탈핵을 바란다면 영덕핵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에 집중해야 한다.

녹색당은 6월 11일 탈핵피켓시위와 전국동시다발 탈핵․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10일에는 정부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응해 녹색당의 대안 전력수급기본계획 시나리오를 발표하려고 한다. 대안 시나리오에서는 전기소비 정점을 이야기할 것이다. 전력소비 정점을 찍고, 앞으로 전기를 덜 쓰는 사회로 전환해야 하며, 핵발전이나 석탄이 아닌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독일은 2022년 탈핵을 달성할 예정이다. 이미 전체 전력의 27%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하고 있다. 독일은 탈핵과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현실에서 보여주고 있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탈핵의 방향을 담는 계획이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6월 13일 대규모 탈핵시위가 열린다. 핵발전 중심의 전력정책을 뒤집기 위해서 우리는 모여야 한다. 가만히 있어서는 세상이 결코 바뀌지 않는다.

* 6월 13일 탈핵시민행동을 준비하며 핵없는 사회를 위해 함께 약속할 10만 탈핵시민 서명을 진행 중이다. [탈핵시민 약속하러 가기]

위 사진:6월 13일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10만 탈핵시민행동이 열린다. 핵없는 사회는 가능하다. 함께 모이자!

덧붙이는 글
이유진 님은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입니다.
인권오름 제 441 호 [기사입력] 2015년 06월 04일 16: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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