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의 인권이야기]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아시나요?

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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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새해 벽두부터 실습 중이던 현장실습생이 괴롭힘 때문에 자살하고, 폭설로 인한 건물 붕괴로 사망했다는 사건 사고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사건 사고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면 대체 이런 현장실습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다시 짚어보기 위해 내가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는 작년 하반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교사, 동료 노동자, 사업주, 교육청 담당자까지 다양하게 만나 면접조사를 했다.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은 졸업 후 채용을 염두에 두고 학생들이 3학년 2학기에 학교 대신 사업장으로 출석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직업교육훈련’은 특성화고 학생들이라면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애초 취지와는 달리 온순한 저임금/단순 노동력 수급 장치로 변질된 지 오래다. 적절한 교육이 제공되기는커녕, 실습생이라는 지위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노동자로서 권리 행사를 제대로 못 하게 하는 꼬리표가 되고 만다. 현장실습생들이 청소년이며 실습생이라는 불리한 지위로 일상적인 폭력과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을 때마다 교육부는 미봉책들을 내놓기도 했지만, 비극은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관련된 사람들을 널리 만나보니 문제의 원인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에만 있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의 기반은 아주 보편적이었다.

예를 들어 교육부에서는 ‘파견업체’를 통한 현장실습을 금지하면서 실습생이 일할 사업장과 학교가 직접 계약을 맺고 학생을 관리하라고 하지만, 파견업체를 통한 현장실습은 흔한 일이었다.

“현장실습생이 오면, *** 소속이라고 했는데 파견업체 소속이거든요? 3개월은? 그러면은 그냥 파견 노동자인 거예요, 제가 봤을 때는 그냥 대규모 파견 노동자들이 들어오는 거예요. 좀 젊고, 말 잘 듣고 이런 파견노동자들이 한 100명 들어오면 회사에서는 일정 부분 써먹다가 나가면 또 나가는 거고. 그러면 어제든지 또 공급되니까. … 매해 공급되고, 매 시기 공급되니까. 회사에서 일할 젊은 친구들이 언제든지 오는 거예요. 그런 공급처로써 취업생이 존재하는 거지, 뭐 애들을 가르쳐서... 그렇게는 생각이 안 되는 것 같아요.“ - 동료 노동자 1

이런 문제가 비단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만의 문제랴. ‘일회용 청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래와 희망이 없는 청년 노동자의 처지 또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한편, 현장실습생들이 열악한 실습업체로 내몰리고 부당한 일을 당해도 내년에 현장실습을 나갈 후배들 때문에 학교로 돌아가는 것조차 눈치 보게 하는 것은 특성화고등학교의 취업률 경쟁 때문이다. 이는 인문계 고등학교가 수능과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경쟁에 학생들을 내모는 것과 똑같이 닮아있다. 특성화고 교무실에는 취업률 현황표가, 인문계고 교무실에는 대입 현황표가 붙어있다. 취업률에 따라 학교 지원금이 결정되고, 심지어 교장, 교감 선생님 성과급까지 달라지는 신자유주의 교육체제가 또 하나의 거대한 밑그림이었다.

“맘대로 그만두는 걸 못 하겠더라구요. 왜 그러냐면 일단 학교에서는 더 이상의 중개를 해주지 않아요. 물론 개인취업으로 나가면 되겠죠. ‘일할 곳은 또 있으니까 뭐 어때’ 이런 각오이기도 하고 이게 사실 그렇긴 한데, 문제는 기말고사가 끝나야 나갈 수 있다는 거. 그 두 달 동안 학교에서 계속 눈칫밥 먹으면서 계속 있을 순 없으니깐. 둘째로는 그동안 돈을 못 벌잖아요. 그래서 한 번 그만두면은 그런 구조예요.” - 실습생 1

아직 청소년이고 학생이라서 권리가 제한되는 현상은 이주노동자, 병역특례업체 노동자와 같이 제도적으로 취약하고 불리한 노동자들의 권리 문제와 일맥상통한다. 병역특례업체에 근무하는 대체복무요원들은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는 약점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감수할 수밖에 없고, 고용허가제 아래서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가 사업장 변경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이직을 할 수 없어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 일한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를 포함한 직업훈련기관의 현장실습 제도와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산업체 병역특례 제도는 국가에서 마련한 허술한 제도로 인해 노동자들이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몰려있다는 점과 그런 이유로 일하는 노동자에게 다른 선택권이 없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조사가 끝나고 보니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는 이렇게 폭넓은 구조와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만큼 조사 결과를 가지고 어떤 제안을 해야 할지, 사회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할지 고민이 됐다. 너무 보편적이고 큰 문제들이 덜컥 드러나니 우리 깜냥으로 뭘 할 수 있을지 암울하기도 했다.

1년이 지나고 이제야 문제가 복잡한 만큼 우리도 넓은 연대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노동운동, 청소년운동, 교육운동, 노동인권운동 등 각자의 자리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를 바라보고, 토론하고, 고민하는 것이 이 넓은 연대의 시작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첫 번째 자리로 2014년 진행한 실태조사의 문제의식을 나누고 서로 현재의 고민 수준을 터놓고 얘기하는 간담회를 열려고 한다. 다양한 운동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은 무엇이 있을지 함께 모여 고민을 시작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함께 고민하려는 분들의 참여를 바란다.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 문제, 그 해법과 대응 모색을 위한 간담회

* 일시 - 2015년 9월 17일 목요일 오후 4시
* 장소 - 전교조 본부 4층 대회의실 (서대문역 1,2번 출구 충정로우체국 뒤편 광산빌딩 6층)
* 진행
-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와 대응
- 각 단위별 문제의식과 고민 나누기
덧붙이는 글
최민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이며 직업환경의학전문의입니다.
인권오름 제 454 호 [기사입력] 2015년 09월 09일 15: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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