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파장? 파장!] 국가인권위원장, 위기관리 그만두고 인권을 하라

국가인권위에서도 유보되는 성소수자 인권

정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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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 아래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취임 한 달 여 밖에 되지 않는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을 ‘인권침해’로 진정하기 위해서다.

위 사진:[사진설명 : 9월 15일 성소수자 인권실태조사 은폐하는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하고 있다.]

2014년, 국가인권위는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 시정을 하는 유일한 국가기관으로서 선도적인 역할이 요구된다”며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를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 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SOGI법정책연구회는 1100여명의 성소수자 대상 실태조사, 100명의 교사에 대한 인식조사를 수행했다. 국가기관의 사업으로서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한 직접조사 및 차별실태조사는 처음이다. 인권위에서는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한 ‘정책 권고를 할 수 있도록 조사를 잘 해달라’는 당부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 실태조사 결과가 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책 권고를 하겠다는 이는 누구이며, 공개하지 않겠다는 이는 누구인가?

위 사진:[사진 설명 :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 제안 요청서]

취임 전 이성호 국가인권위 위원장(당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방청을 했다. 법조관료 출신으로서 국가인권위의 독립성 유지와 인권전문성에 대한 의문이 주요 쟁점이 되었다. 후보자가 서울남부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 신청에 대해 ‘서류가 미비하다며 성기 사진을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을 내렸던 일에 대해서 다수 의원들이 지적했고, 후보자는 “피해자에게 송구하다”는 사과를 했다. 청문회를 시작하며 후보자가 소수자의 인권을 살피겠다며 ‘성소수자’를 언급한 것은 아마도 이러한 이슈에 대한 방어선을 미리 친 것일지도 모르겠다.

현병철 전 국가인권위 위원장 하에서 수년 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인권위, 그리고 퇴임 시까지 실태조사 결과 공개를 보류하고 있었던 국가인권위에서, 그나마 ‘성소수자 인권’을 언급한 이성호 위원장이 취임하면 잠깐 동안은 실태조사를 공개할 기회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국가인권위가 예산을 들여 수행된 조사 결과가 공개되고, 그 의미를 논의하는 것은 공식적이고도 정당한 절차임에도 이것마저 ‘기회를 엿봐야’하는, 공개하라고 공문을 보내야만 그제서야 ‘국정감사 이후에’라는 답이 돌아오는 것이다. 심지어 몇몇 국회의원이 성소수자 차별실태조사 결과자료를 요구했음에도 차별조사과장은 ‘국정감사 자료로 쓰일까봐 안줬다’고 전했다.

이성호 국가인권위 위원장은 지난 8월 취임 이후, 한국교회연합을 내방하여 성소수자 인권과 차별금지법 문제에 대해 “한국교회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는 “소수의 인권을 위한다고 다수 인권에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에 “국민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범위에서 활동한다”고 답했다. 두 번 모두 반성소수자 인사인 목사 출신 최이우 비상임위원을 대동한 자리였다.

2014년 수행된 인권실태조사 18개 중 현재 2개의 보고서만이 홈페이지상에 공개되지 않았는데 그 중하나가 바로 성소수자 차별실태조사이다. 공개 책임을 무시하고 입법기관이 요구해도 제공하지 않은 채, 국정감사를 덜 시끄럽게 치르려는 국가인권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국가인권위가 나라 안에서 정부, 국회, 사법기관으로부터 독립적인 기구로 창설된 것은 ‘차별시정의 선도적 역할’을 추진하기 위한 이유에서이다. ‘다수의 인권과 동의’라는 이해관계 개념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인권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이해관계’를 호명하며 움직이는 곳이다. ‘교회의 염려’와 이해관계가 인권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국가인권위는 모든 항의에 대해 성소수자 인권을 유보하는 방식으로 불을 끌 것인가?

반성소수자 보수개신교단체들의 조직화된 항의와 차별 선동이 심각하지만, 무엇보다 성소수자 및 인권운동에서 국가 및 공공기관이 성소수자 인권을 끌어않지 않으려는 징후는 처절하다. 법무부, 여성가족부, 몇몇 지자체의 인권팀 등은 ‘성소수자 인권은 담당하지 않는다’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인권의 바로미터를 계속적으로 앞으로 움직여 나가야하는 국가인권위에서 위기관리만 한다면 이를 더 이상 ‘인권’기구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정현희 님은 SOGI법정책연구회 상임연구원입니다.
인권오름 제 455 호 [기사입력] 2015년 09월 17일 20: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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