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운동에 나서자

이윤은 사회화, 위기는 사회화하는 자본과 정권에 맞서야

김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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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위기전가 = 위기의 사회화

박근혜 정권은 노동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맘대로 해고, 낮은 임금, 평생 비정규직화를 강행하고 있다. 그 내용은 실로 노동 대재앙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자본가들에게 노동자들을 평가하여 저성과자들을 해고할 자유를 준다. 각종 수당을 깎고 궁극적으로는 성과에 따라 임금을 깎고 차별할 수 있다. 20대 알바, 30~40대 기간제, 50대 파견제로 이어지는 전 국민 평생 비정규직화를 노리고 있다. 이만하면 자본가들에게는 천국이요, 노동자들에게는 지옥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노동자들의 기본권인 노동권은 물론이고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 인권이 설 자리가 없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권은 왜 이처럼 혹독한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일까? 자본을 대변하는 박근혜 정권의 본질이나, 대통령 박근혜의 반동성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가장 큰 원인은 자본의 위기에 있다. 한국 자본주의를 포함한 세계 자본주의가 깊고 긴 위기의 수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새로운 이윤창출의 원천을 찾지 못한 채 그 공백을 노동자들에 대한 혹독한 착취로 메꾸고 있는 것이다. 1998년 IMF 경제위기 이후 정리해고 확대, 비정규직 확대, 노동조합 파괴, 공공부문 사유화 등은 자본의 위기를 사회 구성원의 절대 다수인 노동자 민중들에게 전가해왔다. 즉 자본가들은 그들의 위기를 사회화함으로써 이윤을 독점해왔다.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악은 그 연장선에 있다. 다시 임박한 것으로 예상되는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대응전략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져 그 강도가 매우 높다. 최근 20년간 두 번의 위기에 직면한 자본과 정권의 학습효과라고 할까, 이제 다가올 미래의 위기에 대비하여 자본의 위기를 사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자본가들과 신자유주의 정권들은 이른바 ‘낙수효과’를 내세워 자본의 위기를 전가해왔다. 그러나 낙수효과가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에 그 효력은 떨어졌다. 그래서 청년실업 해결을 앞세우고 있다.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절박한 문제인 청년실업 해결 비용이 없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저성과자들을 해고하여 청년실업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청년실업은 한국 자본주의 위기의 결과이며, 비정규직 문제와 함께 청년실업 그 자체가 한국 자본주의 체제 위기를 가중시키는 요소이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해결요구가 높은 지점이다. 자본과 정권은 그 해결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위기의 사회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본 위기의 사회화’에 맞설 프레임 = ‘재벌 독점이윤의 사회화’

청년실업을 앞세운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악을 저지할 맞불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난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자본 위기의 사회화에 맞설 사회적 해법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독점이윤의 사회화”이다. IMF 이후 저성장 구조에 들어섰지만, 한국 자본주의는 독점이윤을 축적해 왔다. 독점이윤 축적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재벌 사내유보금이다. IMF 전까지는 연평균 5% 미만의 사내유보율이 2002년부터 매년 10%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 원인은 분명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사내유보금에 대한 세금폐지 등 규제가 폐지되었고,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해 줄어든 노동소득이 고스란히 기업소득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재벌 사내유보금이 급증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지금까지 노동소득분배율은 6.2% 하락하고, 기업소득분배율은 5.7% 상승한 통계치가 그 증거이다. 이 기간에 비정규직을 850만 명으로 늘려서 임금을 착취하고, 400만 워킹푸어에 대해서는 살인적으로 임금을 착취했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대변되는 400만 실업자를 방치하여 한 푼의 임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자영업자 영업소득율은 IMF 전 10%에서 1.5%로 곤두박질쳤다. 즉 재벌 사내유보금은 노동자 서민의 몫을 재벌 곳간에 쌓은 독점이윤이다.
한국 자본주의가 초래한 절박한 문제들인 청년실업 해소,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공공의료기반 확충 등을 해결할 비용이 재벌들의 곳간에 쌓여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자본 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는 위기의 사회화가 아니라 재벌독점이윤의 사화화이다.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 무엇을 어떻게

그렇다면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는 가능한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최근 몇 년간 한국사회에서 사내유보금이 사회적 쟁점이 되다 보니 그 용어가 상당히 알려지기는 했으나 아직 대중적으로는 낯설다. 재벌 사내유보금이란 무엇인가? 기업의 1년 매출액 중에서 쓸 데 쓰고 남은 돈이다. 설비 원자재 임금 등 생산비용, 광고비 등 영업비용, 천재지변에 의한 손실비용, 세금, 배당 등으로 지출하고 남은 돈이다. 이렇게 지출되는 돈이 많으면 사내유보금은 줄어들 것이다. 그동안 저임금, 감세정책 등으로 인해 매년 사내유보금은 엄청난 규모로 늘어났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세금제도까지 폐지되었기 때문에 재벌총수들은 세금 내야 하는 배당보다 더 큰 몫으로 사내유보금을 축적해왔다. 그렇다면 매년 축적되는 재벌 사내유보금은 어떻게 사용되었는가? 재벌들은 대부분 투자되었다고 주장한다. 세세하게 따지기 이전에 IMF 이후 자본과 정권은 투자처가 없다고 항변해왔다. 그래서 투자확대를 위해 경제 개방하고, 병원을 비롯한 공공부문을 영리화하겠다고 주장해왔다. 사실상 재벌 사내유보금이 급증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재벌기업들의 투자는 늘지 않았다. 이는 이미 박근혜 정권의 경제부총리가 한국경제 침체원인을 투자부진이라면서 그 돈이 재벌 사내유보금으로 쌓여있는 것이 문제라고 실토하지 않았는가? 따라서 재벌 사내유보금이 이미 투자되었다는 재벌들의 주장은 거짓이다.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와 관련하여 좀 더 세세히 따져보자. 재벌 사내유보금은 건물, 설비, 기술개발 등 기업의 생산을 위해 투자된 부분도 있다. 2014년 10대 재벌 산하 기업(금융계열사 제외) 전체의 재무제표상 투자자산으로 분류되어 있는 279조 원에는 이렇게 사용된 사내유보금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속에도 명시적으로 비업무용으로 분류된 부동산이 포함되어 있다. 2009년 이명박 정권 이래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폐지함으로써 비업무용 부동산이 급증했다. 업무용 부동산으로 분류되어 있는 부분은 모두 생산을 위한 투자인가? 2014년에 현대기아차가 한전부지를 사내유보금 10조 원을 투입하여 매입했다. 현대기아차는 생산 확대 등의 이유로 땅을 새로 구입해야 할 사유가 없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법원 판례로 인한 사회적 압박과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따른 세금납부를 피하기 위한 것임은 천하가 아는 사실이다. 즉 재벌 사내유보금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투기에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자산으로 분류된 260조 원은 무엇인가? 기업운영을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자금 보유가 필요하다. 때문에 법률상 강제 사내유보금 제도가 있다. 그 수준은 자본금의 50%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본금이 9000억 원 정도이니 최대 4500억 원까지 적립할 수 있다. 따라서 2013년 삼성전자 사내유보금 151조의 대부분은 임의적립금이다. 10대 재벌의 금융자산 260조원의 대부분은 사내유보금을 현금, 채권, 파생금융상품 등으로 축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돈놀이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계열사를 제외한 재벌기업들의 실태이다. 계열사 투자로 분류된 199조 원은 재벌총수 일족들이 전체 지분의 2%도 안 되는 지분으로 재벌기업들을 지배하기 위해 회삿돈 즉 사내유보금을 순환출자자금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재벌 사내유보금의 대부분은 생산과 관계없이 쌓여있는 돈이다. 재벌 사내유보금을 환수한다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을 환수하는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으로

그럼 어떻게 환수할 것인가? 야당 의원들은 세금으로 거두자는 안을 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야당의원들 안 중 가장 많이 거둘 수 있는 안이 1년에 3조 5000억 원이라 한다.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절반을 거두어들이는 데 100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결국 여당이든 야당이든 사내유보금에 대한 세금으로 청년실업 등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재벌들이 세금 내기 싫어서 스스로 돈을 풀도록 하자는 것이다. 재벌들에게 칼자루를 쥐여주는 방식과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을 통해 환수해야 한다. 현재의 역관계로 볼 때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러나 지금의 힘 관계 문제로 보면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는 게 현실 아닌가? 역사적으로 볼 때 재벌들에 대한 민중진영의 해법은 1994년 재벌 부실자금 환수운동, 1998년 부실재벌 환수운동 등 항상 환수운동이었다. 심지어는 2014년 삼성재벌 세습을 위한 불법상장문제가 터지자 정치권에서도 재벌부당수익 환수특별법을 제기한 바 있다.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특별법 등 환수를 가능케 하는 절차적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민중 총궐기를 준비하고 있는 총궐기투쟁본부는 이미 11대 요구 중 두 번째 요구로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를 결정했다. 지난 10월 29일에는 사회운동단체들이 모여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운동본부를 구성했다. 박근혜 정권과 재벌들의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노동자 민중의 맞불을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운동으로 지피고, 1만인 선언운동으로 대중적인 요구와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특별법 제정 운동 등 구체적인 진전을 위해 나아갈 것이다.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운동을 계기로 이제 투쟁의 장을 노동자 책임을 둘러싼 공방에서 자본 책임을 둘러싼 공방으로 이전하자.
덧붙이는 글
김태연 님은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정책교육위원장입니다.
인권오름 제 461 호 [기사입력] 2015년 11월 04일 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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