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시민을 공격하는 공권력은 이미 공권력이 아니다

차벽과 물포, 민중총궐기에서 나타난 극렬한 경찰 폭력

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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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세상에 너무나 크고 작은 일들이 넘쳐나지요. 그 일들을 보며 우리가 벼려야 할 인권의 가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질서와 관계는 무엇인지 생각하는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넘쳐나는 '인권' 속에서 진짜 인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매주 논의하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인권감수성을 건드리는 소박한 글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때로는 촉촉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다가가기를 기대합니다.

11월 중순 늦가을 찬비가 내린다. 저녁으로 갈수록 쌀쌀함은 피부 속을 파고든다. 10년 전 전용철, 홍덕표 농민 열사가 서울 여의도에서 경찰폭력으로 쓰러진 날, 무척이나 추웠다. 11월 날씨치고 살을 에는 강바람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은 10년 전 기억이 현재와 겹쳐진 2015년 한국의 현실이 너무도 기막히기 때문이다.

민중총궐기 이틀 전, 11월 12일 경찰은 갑호비상령을 통해 모든 경찰에게 비상근무체제를 명령하였다. 또한 강신명 경찰청장은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하면 차벽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11월 13일 경찰은 광화문 KT 앞과 세종로 공원 등 광화문 인근의 집회 신고를 모두 금지했다. 이날 법무부 등 관계부처 장관들은 불법세력에 대한 엄단을 말하고, 시민들에게 집회참여를 하지 말라고 친절한(?) 당부까지 아끼지 않았다. 정부는 일찌감치 민중총궐기를 불법으로 간주하였고,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철저히 ‘적’으로, ‘폭력집단’으로 내몰며 더 이상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시민이 아님을 선포하였다. 주최 측이 아무리 평화롭게 집회를 하겠다고 밝혀도 이미 경찰은 민중총궐기를 불법집회로 낙인찍었다.

위 사진:민중총궐기 참가자들 앞을 차벽으로 가로막고 물포를 직사 살수하며 공격하는 경찰 (출처: 참세상)

11월 14일 민중총궐기의 날, 무엇보다 경찰은 ‘차벽 설치와 물포 살수’라는 방식을 통해 매우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대응을 보여주었다. 박근혜 정권 하에서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다며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10만 명의 시민들은 서울시청, 광화문, 종로로 향했으나 곳곳에서 차벽에 막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민주노총 집회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은 태평로에 미리 차벽을 설치하였다. 차벽은 가장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집회 봉쇄 조치로,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경찰의 차벽 설치에 관해 깊은 우려를 표현하였다. 차벽은 경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단순한 경계선이 아니다. 집회참가자들에게는 차벽 그 자체가 거대한 폭력으로 다가온다. 공교롭게도 경찰이 차벽을 설치했던 공간은 경찰이 주요 도로라는 이유를 들어 집회를 금지한 곳이다. 이날 경찰은 불법집회가 열릴 것이라는 예단에 근거해 차벽을 설치한 것이다.

이에 더해 경찰은 물포 살수를 끊임없이 집중적으로 쏟아내며 시민들을 공격하였다. 차벽과 물포라는 두 물리력이 조합되어 발휘되는 힘은 상상 이상이었고, 집회참가자들에게는 엄청난 파괴력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물포 살수는 과거와 달리 ‘지속적’이었고 ‘집중적’이었다. 직사가 다반수였고 특정인을 향한 집중살수는 심각했다. 그 과정에서 백남기 어르신을 비롯한 몇몇의 시민들은 쓰러져갔다. 물포를 제작했던 전직 물포 제작사 직원이 “물대포 직사는 살상 행위에 가깝다. 그걸 사람에 대고 쏘는 것은 죽이려 작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증언할 정도이다. 차벽과 물포 앞에서 살수를 경험한 사람들은 마치 총을 맞는 두려움과 모욕감을 경험해야 했다. 경찰이 준무기에 해당하는 유해성 장비를 단지 집회해산이라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살인행위와 다를 바 없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일찍이 물포를 집중하여 살수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밝혔다. 왜냐하면 물포 살수 그 자체가 매우 강력한 물리력으로 사람을 쓰러지게 하여 뇌진탕이나 골절을 일으킨 일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경찰의 물포 살수로 집회참가자들이 고막파열과 뇌진탕을 경험한 사례가 있다. 경찰은 마치 시민들이 버스를 끌어내려고 해서 물포를 쏜 것처럼 말하지만, 종로 1가 방향에서는 집회참가자들이 모인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부터 경찰이 적법절차에 따라 해산절차를 집행하지 않고 먼저 살수하기도 하였다.

위 사진:물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 주변 사람들이 구하러 나섰는데 물포를 멈추지 않고 공격적인 살수를 이어가는 경찰 (출처: 민중의 소리)

집회참가자가 경찰의 물포 살수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경찰은 가족들과 시민들에게 깊은 사과를 하고 책임 있는 진상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내와야 했다. 이런 것이 정상적인 국가의 작동 아닌가? 그러나 경찰은 집회참가자들을 잡아들이기에 바쁘다. 현재 검경은 6명을 구속하고, 40여 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한 상태이다. 시위 주도 세력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릴 것이라고 엄포한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살수차 운영지침에 따라 살수했다며 물포 살수 시연회까지 가졌다. 시연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당일 쏜 물살의 세기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경찰 보안수사대는 CBS측에게 백남기 어르신을 부축하였던 시민의 신원정보를 달라고 했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복면금지법을 만들어야하고, 2차 민중총궐기에도 원천봉쇄를 주문하고 나섰다.

이런 경찰행위를 두고 과연 우리는 공권력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권력과 정권의 편에서 시민을 공격하는 공권력은 이미 공권력이 아니다. 공권력이 공권력답지 못할 때 시민들의 지지와 협력, 신뢰를 잃어버린 경찰이 어떻게 더 이상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질 수 있단 말인가.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금 당장 스스로 사임하고 책임 있는 조사와 재발방지책을 내와야 한다. 온 시민이 백남기 어르신의 의식이 돌아오길 바라며 간절한 마음을 모으고 있는 이 시점에 경찰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거짓의 얼굴을 스스로 찢어 버리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63 호 [기사입력] 2015년 11월 19일 15: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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