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기억하는 4.16] 안전과 민주주의, 세월호 참사 이후 다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권선언 풀뿌리토론 결과를 살피다④

4.16인권선언 제정 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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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겠다는 약속은 참사 당일에 벌어진 일을 복기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된다. 4.16연대는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을 추진하며 인권으로 4.16을 기억해보자고 제안한다. 기억은 행동이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열망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행동이 되어야 한다. <인권오름>과 <프레시안>에 매주 공동 게재되는 연재기사가 하나의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

* 4.16인권선언 2차 전체회의가 11월 28일(토)로 다가왔다. 함께 선언하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곳에서 진행된 풀뿌리토론의 결과를 살피고자 한다. 4.16인권선언제정특별위원회(4.16연대 산하 특별기구)가 정리한 풀뿌리토론 결과 보고서를 네 개의 기사로 나누어 게재한다.

안전에 대한 권리

앞서 기초에서 다룬 ‘안전’이 ‘돈보다 생명’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둔다면, 여기에 묶은 권리들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요청되는 권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제안된 내용은 크게 세 묶음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개인의 대응역량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권리들에 대한 제안이다. 안전과 관련된 정보, 재난에 대처하기 위한 교육, 대응에 필요한 매뉴얼이나 훈련, 교과과정에서의 안전 교육 등 개인이 위험을 인지하고 대응할 때 필요한 내용들을 알 권리에 해당한다.
둘째, 작업 중지권과 같이 위험을 인지했을 때 그 위험을 피하거나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권리들이다. 위험으로부터 도피할 권리, 위험하다고 느낄 때 쉴 권리 등이 비슷한 제안이다.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현장에서의 권력관계상 위험을 알고도 피하거나 멈추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일 것이다. 노동현장에서 안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권리, 비정규직 노동자가 위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권리, 사고 발생시 책임자가 제대로 보고할 권리 등의 제안이 이런 점에 주목한 권리들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에 더욱 자긍심을 가지고 권리를 누릴 수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위험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개인 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일상에서의 존중,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조직 또는 관계가 중요할 것이다. 또한 위험을 감시하고 안전 관련 업무의 외주화를 금지하는 등의 제안이 있었다.
셋째,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위험을 줄여나가도록 시스템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안들이다.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 제도개선 등에 참여할 권리, 참사의 재발방지를 위해 의미 있는 접근법을 제시할 권리, 재난안전 시스템의 개발 및 실행 등이다. 기업살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있었다. 개인이 위험에 처했을 때 구조를 요구하고 구조 받을 권리를 포함해 안전을 공적인 영역에서 책임질 수 있도록 다양한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민주주의- 세월호 참사 이후 다른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풀뿌리토론 전반에 걸쳐 ‘민주주의’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진실이나 표현 등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미와 쟁점이 있는 말이다. 여기에서는 대체로 세월호 참사 이후의 다른 사회에 대한 기대를 담은 말 정도로 키워드를 설정하고 다른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권리 혹은 다른 사회에 대한 권리들을 모아 보았다. 이렇게 모인 권리들은 네 가지 두드러지는 분포를 보인다.

교육
스스로 권리주체가 되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는 내용들이다. 어릴 때부터 시민교육, 인권교육이라는 의무 교과과목을 통해 배울 필요성이 강조되었고, 정치나 사회참여에 대한 교육, 공동체 의식, 역사에 대해 정확히 알 권리, 가정과 학교에서 성인들에게 인권교육을 하고, 받을 권리 등이 주요하게 이야기되었다.
권리를 알 권리가 많이 제기된 것은 세월호 참사의 경험을 통해 우리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오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깨달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미처 몰랐다’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풀뿌리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이 스스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점은 모두가 참사를 함께 겪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불복종
현재의 질서를 거부하고 불복종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들이다. 부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을 권리, 양심에 따를 권리, 부당행위가 있을 시 즉각 저항할 권리, 불의에 저항할 권리, 자기 직업에 소명을 다할 권리, 외압 없이 자기 일할 권리 등이다.
위험을 만들어내는 구조에서 안전을 담당한 사람들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거나 못하는 문제,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권력기구를 구성하는 구체적 개개인들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인식이 드러난다.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알고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부당함에 저항하기 시작할 때 구조가 변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인되며, 이것은 그저 개인의 용기에 맡길 문제가 아니라 불이익을 주는 구조가 변해야 한다는 점도 짚어진다.

참여와 주권자의 권리
세월호 참사의 경험은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했다. 그래서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점을 확인하며 현재의 권력기구들을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한 고민들이 많았다. 여기에 모인 권리들은 대의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시민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고려하는 제도들과 연관이 있다. 대통령을 소환할 권리, 검찰권 규제, 책임자를 소환할 권리, 시민의 의사에 반하는 정치인을 응징할 권리, 사법권에 대한 통제, 책임주체와 직접 만나고 소통할 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권리, 탄핵할 권리, 낙선운동 할 권리, 국회에서 연설할 권리, 국민의 일정 인원 이상이 서명한 요구사항을 받아낼 수 있는 권리, 국민이 법을 제정할 권리 등이다.

체제에 대한 권리
위 권리들로 묶기 어려운, 세월호 참사 이후의 다른 사회에 대한 상을 다양하게 그리고 현재의 체제가 보장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들이 담긴 내용들이다. 모든 사회적 배제를 배제해야 한다거나, 정의 사회에서 살 권리, 사회적 불평등을 깨뜨릴 권리, 미래 세대에 부끄럽지 않게 나라를 물려줄 권리 등으로 표현된다. 경제적 문제에 주목한 내용들이 많았다. 돈이 없어도 잘 살 권리, 정의에 입각한 사회 분배, 노력한 만큼 잘 먹고 잘 살 권리, 쫓겨나지 않을 권리, 생계를 보장받을 권리, 노동하지 않을 권리 등이 그것이다. 주어진 권리 너머의 권리를 창출할 권리 등 현재의 체제에 갇히지 않는 주권의 구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제안도 있다.
여기에 묶인 권리들은 사회 변혁에 대한 열망에 권리의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추상적이고 소망 수준에 머무른 듯도 보이지만 한국사회의 문제에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참여자들의 인식이 드러나는 듯하다. 각각의 권리는 세월호 참사와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다른 권리의 내용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인권선언이 개별 권리의 선언이자 동시에 다른 사회에 대한 집합적 권리이기도 함을 알 수 있다.

위 사진:1차 전체회의 이후 풀뿌리토론에서 제안된 천 여개의 권리, 이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모두의 선언을 만들기 위한 2차 전체회의가 11월 28일 열립니다.
인권오름 제 464 호 [기사입력] 2015년 11월 25일 19: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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