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일의 포스트 트라우마] ‘트라우마’의 회복에는 기억과 애도가 필요하다

전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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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트라우마(Trauma)’라고 불리는 ‘정신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라는 정신의학적 진단명은 1980년 미국 정신의학과학회에서 처음 ‘질병’으로 인정되었다. ‘트라우마 후유장애’는 전쟁, 대참사, 재난, 고문, 학살, 강간, 테러, 국가폭력 등과 같은 일반적인 인간 경험의 범주를 넘어서는 ‘충격적인 정신적 외상’을 경험한 후, 그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각종 심리적·신체적 장애를 말한다.

프로이트 이후 출간된 가장 중요한 정신의학서로 평가받고 있는 <트라우마 Trauma and Recovery/1997>를 저술한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주디스 허먼’은 그의 책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트라우마’는 무력한 이들의 고통이다. ‘트라우마’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피해자는 압도적인 세력에 의해 무기력해진다. 그 세력이 자연에 의한 것일 때, 우리는 ‘재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세력이 다른 인간에 의한 것일 때, 우리는 그것을 ‘잔학 행위’라고 말한다."

‘트라우마’의 회복에는 기억과 애도가 필요하다. 사회적 공동체에 대한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진실에 대해 발언하고, 피해자의 고통이 완전히 인정받을 수 있는 공적인 장이 필요하다. 평화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개별 가해자들에게 ‘범죄’의 책임을 묻는 조직화된 노력이 요구된다. 정의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피해자 집단의 무력한 분노는 곪아 터져 시간의 흐름조차 이를 누그러뜨리지 못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전승일은 독립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및 만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65 호 [기사입력] 2015년 12월 02일 15: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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