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지난 10년간 한국의 자유권은 얼마나 후퇴했나?

2015년 유엔 자유권 규약 심의를 다녀와서②

백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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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권 심의를 마치고 자유권 위원회는 지난 11월 5일 권고문이라고 할 수 있는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를 발표했다. 여러 권고 중에서도 1)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철폐, 2)양심적 병역거부자 전원 즉각 석방 및 사면, 3)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 보장을 주요 권고사항으로 꼽고 이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에게 1년 후 이행 평가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밝혔다.

위 사진:출처: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자유권 위원회의 최종 견해, 어떤 내용이 담겼나

이번 자유권 심의를 공동으로 준비한 83개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자유권 위원회의 권고가 2006년 권고에 비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진일보한 권고라고 평가했다.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의 경우 한국 정부에게 현재 수감 중인 병역거부자들을 전원 즉각 석방하라고 한 권고는 처음이다. 또한 성소수자(LGBTI)에 대한 차별 철폐에 대해서도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을 포함해 어떤 종류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할 것을 요구하는 등 유례없이 강한 권고를 내렸다. 그 외에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전 합동신문센터)에 대한 권고도 처음 내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명예훼손 형사처벌 폐지, 그중에서도 진실 적시에 대한 형사처벌을 금지하라는 권고가 눈에 띄었다. 국가보안법과 관련해서도 이전까지는 제7조를 개정하라고 권고하다가 전면 폐지하라는 권고는 이번에 처음 내려졌다. 한국 정부가 실질적 이행 노력을 보이지 않자 결국 폐지하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최종견해가 발표된 날 한국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보안법 제7조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됨”이라고 이전과 똑같은 핑계를 반복하면서 해당 권고를 이행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위 사진:출처: 민주화운동가족협의회

자유권 심의 이후 정부는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사회의 이러한 평가를 반박하고, 심의과정에 있던 사실들을 왜곡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11월 9일 발표한 UN자유권규약위원회 최종견해 관련 일부 언론보도에 대한 설명자료다. 법무부는 해당 보도자료에서 “위원회 개회사에서 정부가 파견한 대규모의 대표단이 인상적이라며 감사인사를 하였고, 모든 위원들이 대표단의 성의 있는 준비와 충실한 답변에 대해서 감사를 표시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으나 이러한 발언은 유엔에서 외교적으로 하는 언사에 불과하다. 어느 유엔 심의에 가서도 정부 대표단에게 감사하다는 답변이 없이 시작하는 심의는 본 적이 없다.
또한 정부는 위 보도자료에서 우간다 출신 므후무자 위원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인권선진국으로서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다만 국제사회의 기대수준이 높은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녹취된 영상에서의 발언은 이와 전혀 다르다. 므후무자 위원은 “먼저 한국 정부의 설명에 감사드린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많은 것들이 주어진 곳에는 더 많은 것들이 요구된다. 한국 정부가 속해있는 집단이 있다. 그러니까 다른 나라보다 앞서 있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한국 정부에는 더 많은 것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다른 국가보다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해서 답변을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한국 정부는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 사이에서, 다른 기준들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Very quickly, I would like to thank you the delegation for the briefing and for the explanations. But I would like to say generally to those whom much is given, much is also required. The Republic of Korea is in a league of its own, so instead of just champing for being ahead of many other countries, there is a lot that is expected out of you and you are not being forthcoming just because you are a lot better than others. No, you are in a league of your own and that is why we hold you to different standards.)”라며 정부의 답변 태도를 매우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해명조의 보도자료를 내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유엔에서 받은 권고를 어떻게 충실히 이행할 것인지 이행 계획을 먼저 내어야 할 것이다. 특히 권고를 받은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은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것과 관련해서도 유엔에 보고해야 할 것이다. 1년 내로 이행 평가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평화로운 집회 결사의 자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철폐,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자 전원 석방 및 사면 관련 권고에 대해 정부는 내년 10월, 뭐라고 유엔에 답할 것인가.

자유권 최종 견해 이행을 위한 노력

좋은 권고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 해당 권고를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자유권 권고뿐만 아니라 유엔의 다른 인권메커니즘-다른 조약기구들이 내린 권고, 유엔 특별절차에서 내린 권고, 4년 6개월마다 찾아오는 국가별 인권상황정기검토에서 내린 권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제 인권기준의 국내화를 위한 방안을 정부는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유엔 기구에서 한국 정부에 내린 권고를 국내에서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관련 행정 부처들이 해당 권고를 숙지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행 방안을 세워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 이행이 어렵다고 해도 향후 이행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단계적인 계획을 세워야 하며 모든 정부 부처에서의 인권의 주류화를 이뤄야 한다.

위 사진:출처: 전쟁없는세상

헌법 제6조 1항이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표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이렇게 이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이는 해석상에 있어서 국내 사법부가 국내적 해석 기준을 고집하며 국제 사회의 권고보다 국내 판결을 더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별도의 국내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더라도 비준한 국제 조약이나 관습 국제법을 직접 적용해서 판결에 활용하는 사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그리고 인권 권고와 관련된 각종 법의 개정과 제정, 그리고 행정부의 인권 권고 이행 모니터링 등에 있어서는 입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올라온 법안들이 국제 인권기준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는 작업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2016년에는 국제 인권기준을 국내에 알리고 또 이행 방안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몇 가지 계기들이 있다. 내년 1월에는 유엔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그리고 5월에는 유엔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이 한국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 또 내년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인권이사회 의장국이 선출될 예정인데 현재 한국 혹은 인도가 의장국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 인권기준들의 국내 이행 및 인권관련 법/제도 및 관행 개선을 목표로 2017년부터 시작될 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 NAP)의 초안 작성도 내년에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내년 초에는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의 국내 이행 계획(우선순위 및 모니터링 지표)도 발표될 예정이라 특히 사회권 관련하여 주목할 부분이 많다.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러한 계기들을 잘 활용해 자유권 권고 이행 뿐만 아니라 국제 인권기준의 국내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우리 정부의 발언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활동이 국내에서의 인권 권고 이행으로 이어지는 계기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백가윤 님은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입니다.
인권오름 제 465 호 [기사입력] 2015년 12월 03일 18: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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