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국정원 강화일 뿐인 테러방지법, 무엇을 달성하려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테러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인권이다

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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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세상에 너무나 크고 작은 일들이 넘쳐나지요. 그 일들을 보며 우리가 벼려야 할 인권의 가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질서와 관계는 무엇인지 생각하는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넘쳐나는 '인권' 속에서 진짜 인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매주 논의하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인권감수성을 건드리는 소박한 글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때로는 촉촉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다가가기를 기대합니다.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말이 있다. ‘마지막 기회’, ‘위험 대비’, ‘다른 사람(나라)도 다 있는데’와 같은 말들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지고픈 사람들의 심리와 안전을 취하고픈 마음을 건드린다. 그래서 생각할 여지도 없이 유혹에 빠지곤 한다. 상품 판매를 할때, 또 사기꾼들이 접근할 때 이런 말로 사람들을 유인한다. “이번이 마지막 세일”이라는 말에 해당 상품이 좋은지, 나에게 필요한지도 생각하지 못한 채 홈쇼핑 전화번호로 상품을 주문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이러한 내용 없는 수식어로 반인권 정책을 호도한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각종 악법 제․개정도 그렇다. 마치 올해 처리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정부와 언론은 떠들어댄다. 그 결과, 여야는 노동자와 시민의 인권을 후퇴시킬 노동 악법, 테러방지법 등을 합의했다. 특히 테러방지법은 기존 법제도가 많아 충분히 대응 가능함에도 이를 숨긴 채 제정을 안 하면 한국이 테러의 온상이 될 것처럼 재촉한다. 그 통에 사람들은 법안의 내용도 모른 채, 한국의 안보시스템이나 국정원의 역할도 모른 채, 막연하게 테러방지법이 생기면 우리나라는 테러로부터 안전할 것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새누리당이 발의한 테러방지법 관련 법안만 12개(*)에 이르지만 하나같이 국가정보원(국정원)의 권한만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소위 ‘사이버 테러방지법’으로 불리는 법안들은 이메일, 카카오톡과 같은 SNS 등 정보통신망 전반에 대한 사찰과 정보 수집을 상시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국정원에게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다들 기억하듯이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은 위법적으로 댓글을 쓰며 대선에 개입했고, 시민의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불법으로 해킹했으며,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 국정원의 위법과 인권침해는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위 사진:11월 30일 국회 앞에서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국정원과 대통령을 위한 테러방지법

현재 제출된 법안들을 보면, 테러에 대한 정의 규정이 포괄적이어서 법안이 규율하는 대상이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다. 제출된 법에서는 테러를 “국가 안보 또는 국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 “사람을 살해하거나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는 행위”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존 국내법상의 ‘범죄와 대비되는 개념으로서의 테러’를 특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내국인 범죄 또는 외국인 범죄의 구분, 개인적·개별적 수준의 범죄 또는 조직적·집단적 범죄의 구분도 하지 않았다. 언제든 국정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테러를 규정할 수 있어, 정치 경쟁자들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사회단체들과 개인들을 사찰하며 테러범으로 몰 수 있다.

그리고 국정원에게 너무나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테러 및 사이버 테러 정보를 수집•분석할 뿐만 아니라, ‘정부부처의 행동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지휘’할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군경을 동원할 수도 있다. 또한 국정원 또는 정부기관에게 테러단체를 지정할 권한, 테러단체 구성원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출입국관리기록·금융거래정보 및 통신사실 확인자료 등을 영장 없이 요구할 권한도 부여하고 있다. 헌법의 삼권 분립과는 무관하게 국정원에 많은 기능과 권력을 부여한다. 이 법들이 통과된다면 국정원에 의한 사찰과 사건 조작은 너무 손쉽게 가능하다. 국제인권기구는 ‘테러단체’가 자의적으로 지정되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번 법안들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국정원이 정보수집 활동, 수사 활동을 하면서 온갖 불법행위를 하며 인권침해를 하고 있지만, 이를 통제하거나 투명하게 하는 방안은 전혀 없다. 결국, 테러방지법 제정으로 그동안 해온 불법적인 국정원 활동을 합법화하겠다는 뜻이다.

한국에는 이미 많은 대테러기구와 제도가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귀국하자마자 국무회의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테러에 충분하게 대응하기 위한 법률적 체제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테러방지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정말 한국은 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 체계가 없는가? 아니다.

10년째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테러대책회의가 있고, 국정원 산하 테러정보통합센터도 있다. 이번에 제출된 테러방지법안이 아니어도 이미 여러 테러대응기구와 법률체계가 있다. ‘적의 침투·도발이나 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각종 국가방위요소를 통합하는 통합방위법이 있으며, ‘공중등협박목적자금금지법’ 등으로 UN, 미국, EU 등에서 요청한 개인과 단체의 자금을 세밀하게 추적할 수 있으니 국제적 테러단체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다. 항공보안법, 선박위해처벌법, 철도안전법, 원자력안전법, 방사능방재법, 화학물질관리법, 총검단속법, 범죄인인도법, 출입국관리법 등 공중안전을 위해 다양한 법제들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또한, 경찰과 군에는 각종 인질사태, 폭발물 위협 등에 대비한 여러 종류의 대테러특공대도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국정원만이 아니라 검찰과 경찰과 같은 공안기구에게 시민들의 통신기록을 뒤지고 도․감청을 하는 인권침해가 허용되고 있는 나라가 아닌가.

그런데도 대통령은 "앞으로 상상하기 힘든 테러로 우리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됐을 때 그 책임이 국회에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국민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왜 이렇게 겁박하며 테러방지법 제정을 서두르는가. 2012년 대선을 생각해보면 테러방지법 제정이 다음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건 쉽사리 짐작 가능하다. 또한 노동법 개악 등으로 노동자들의 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테러방지법은 만능특효약이 될 것이다. 최근 복면금지법 등으로 노동자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요구와 싸움을 사전에 합법적으로 제재하려는 흐름 속에 테러방지법 제정이 있다.

테러에 대한 규정 부재와 테러에 대한 공포 조작

사람들에게 이러한 협박이 통하는 것은 테러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고 정부가 테러에 대한 공포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유엔 테러방지와 인권의 증진 및 보호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단순히 인질을 붙잡거나 한 명 또는 그 이상의 사회구성원이 사망 또는 부상을 입은 행위 또는 행위의 결과만을 기준으로 특정한 행위를 테러로 규정할 수 없다”며 테러에 대한 정의가 분명해야 한다고 했다. 테러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정부에 반하는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인권침해가 빈번하다는 것을 이미 국제사회는 9.11테러 이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는 2005년 「국제적인 대테러 행동 속에서 나타나는 다섯 가지 경향」에도 보고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정부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인종·지역 세력들에 테러리스트 혐의를 씌워 탄압하고, 테러리즘에 대한 해석이 확대되면서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각국이 출입국 통제를 강화하면서 인종 차별이 심화되고 있으며, 테러 행위를 조사하고 예방한다며 경찰권이 남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테러에 대한 공포는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가. 하나는 미디어이며, 다른 하나는 정부이다. 테러를 어떻게 보도하고 테러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우리는 보아야 한다. IS의 파리 테러에서 보듯이, 테러는 전 세계적 현상이고 어느 나라도 비켜갈 수 없다고 여기지만, 테러가 발생한 원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테러는 무작위적으로 자행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정치, 군사, 외교 등에 의해 발생한다. 정치, 경제, 종교, 인종 등에서의 차별과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테러는 확대된다. 2011년 노르웨이에서 벌어진 테러에 대한 스톨텐베르크 노르웨이 총리의 연설을 상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테러에 대한 우리의 보복은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많은 개방성, 그리고 더 많은 인간애”라는 그의 연설은 인권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테러의 발생을 총체적이고 구조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테러가 왜 발생하는지, 대응은 어찌해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은 채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고만 떠들어댄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테러에 대한 공포는 정부가 생산한 것이 절대 다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막연한 공포심만을 자극하는 것은 테러에 대한 대응이 아니다. 2001년 9.11테러 이후부터 정부는 테러위험을 말하며 테러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숱하게 말해왔다. 테러 관련 각종 법제도를 만든 만큼 14년째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은 점에 대해 설명할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 또한, 숱하게 인권단체들을 비롯한 시민사회가 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정부는 정치가 사라진 시대에 테러에 대한 공포로 지배를 정당화하며 유지하려고 한다. 테러를 막으려면 무조건 나(정권)를 따르라는 식이다. 또한 계급적 차이에 따른 요구와 싸움을 테러라는 허상으로 동일화시켜 정당한 인권의 요구들을 희석화시키려 한다. 이미 2009년 용산철거민들의 시위를 도심테러라며 살인 진압한 것이 그것이다. 최근 민중총궐기 때 농민을 물대포로 쏜 행위를 테러 이미지와 오버랩 시키려 했으나 이미 시민들의 분노가 차서 먹혀들지 않았을 뿐이다.

필요한 것은 테러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인권

테러로부터 안전할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는 인권이 보장될 때 가능하다. 정부가 테러에 대한 공포를 조장한다고 안전한 것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여러 재난에서 보았듯이 인권이 보장될 때 우리는 폭력과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국정원이 우리의 안전을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 국정원이 여러 정보를 보며 테러세력을 차단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거짓 믿음이다. 권력기관이 인권을 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집적된 정보는 권력이 된다는 사실을 국정원의 여러 인권침해 사건으로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테러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인권이다.

(*)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안으로 내세운 법안은 12개로 다음과 같다.
- 국가대테러활동과 피해보전 기본법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 2013.3.27 발의)
-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위한 테러방지법안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 2015.2.16 발의)
- 테러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 2015.3.12 발의)
- 국가 사이버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안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2013.3.26 발의)
-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에 관한 법률안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 2013.4.9 발의)
- 사이버테러 방지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 2015.6.24 발의)
- 사이버위협정보 공유에 관한 법률안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 2015.5.19 발의)
- 출입국관리법안 (정부 2015.10.26 발의)
- 항공보안법 개정안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2015.7.3 발의)
- 항공보안법 개정안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 2015.5.4 발의)
-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 2015.3.6 발의)
-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 2015.6.1 발의)
덧붙이는 글
명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66 호 [기사입력] 2015년 12월 09일 16: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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