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준법집회, “우리 모두가 지킬수록” 집회의 자유 목을 조여 온다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방한에 부쳐

최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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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세상에 너무나 크고 작은 일들이 넘쳐나지요. 그 일들을 보며 우리가 벼려야 할 인권의 가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질서와 관계는 무엇인지 생각하는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넘쳐나는 '인권' 속에서 진짜 인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매주 논의하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인권감수성을 건드리는 소박한 글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때로는 촉촉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다가가기를 기대합니다.

지난해 12월 19일 3차 민중총궐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강신명 경찰청장은 광화문 광장에 모이는 것 자체가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상당한 위협을 끼치는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물대포로 쓰러진 백남기 어르신을 나 몰라라 하더니 이제는 사람들이 모이지도 못하게 엄포를 놓는다. 전지전능한 국가의 말을 듣지 않는 시민들을 범죄자, 아니 거의 폭도로 간주하며 시민 아님을 선포했다. 그 기준은 집회에서 얼마나 준법을 잘 지키느냐에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제 평화를 넘어 준법의 시대’로 가자고 한다. 도대체 평화에서 준법으로 가는 게 뭘까. 게다가 경찰은 지향성음향장비 이른바 ‘음향대포’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니, 더 놀랍지도 않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다양한 무기들을 도입하겠다는 발상에 기가 찰 뿐이다.

위 사진: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출처: 오마이뉴스)

11월부터 이어졌던 민중총궐기 집회는 위기 상황에 놓여있는 한국사회에서 노동자, 농민, 빈민들이 ‘한날 한시 한곳’에 모여 민초들의 요구를 모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전국적으로 연인원 20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모였다. 내가 속한 한국사회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공동체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어떤 요구가 필요한지? 나와 처지가 비슷한 다른 사람들의 삶으로부터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은지? 서로 생각하면서 공동의 인식과 감각을 조금이라도 맞추어 보았다는 점이 과거와 같은 민중대회를 넘어서는 한발 내딛은 성과이다. 일하면서도 빈곤하고, 나의 한 표는 정치적인 힘으로 발현되지 못하며, 사회적인 관계가 취약한 사람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가혹한 현실에 살고 있음을 적어도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자각하고 있다. 그 현실로부터,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의 진정 어린 외침이 서로에게 울림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감동이다.

경찰이 이런 변화를 놓칠 리가 없다. 시민들이 모이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며 갑호비상령을 내리고, 선제적으로 차벽을 설치하며, 공격적으로 물대포를 시민에게 겨냥했다. 게다가 민중총궐기 이후 경찰은 과잉적인 수사를 벌여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민중총궐기에 참석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는가 하면, 의료기관에 부상자 색출을 위한 공문을 보내기도 하였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하루가 멀다며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쏟아내는 말들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흔든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 청장은 12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집회·시위 문화가 '평화'에서 '준법'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는 게 저의 원칙"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 독재시대에는 다소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공격하더라도 인정이 되는 저항권의 시대였지만, 지금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가 완성된 시점" 강 청장의 이같은 발언은 '민주주의가 완성된 지금은 과거 독재정권 때처럼 과격시위를 벌일 필요가 없는 시대'라는 뜻으로 읽힌다.
- 허핑턴포스트 2015년 12월 21일 자


강신명 경찰청장이 그토록 외치는 ‘준법’ 앞에 경찰은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지, 되묻고 싶다. 경찰은 헌법재판소의 차벽 위헌결정을 예사로 무시하며 차벽을 설치하고, 금지된 집회나 신고되지 않은 집회 또 신고범위를 이탈한 집회라도 해산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해산명령을 남발한다. 경찰 스스로 마련한 물포지침도 어기며 시민을 향해 물대포를 쏘아 백남기 어르신이 위중한 상태이다. 경찰폭력으로 처벌받은 경찰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던가? 용산참사의 주범 김석기 씨는 다가올 총선에 다시금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법은 한 공동체에서 서로에게 하는 약속이다. 자신들이 불리할 때는 온갖 이유를 들이대며 지키지 않고 다른 한편을 향해서는 일방적으로 지키라고 하니, 그 법을 따를 사람이 있을까? 법은 공정하게 집행될 때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만, 민중을 지배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될 때는 그저 폭력일 뿐이다. 경찰의 준법은 “우리 모두가 지킬수록” 우리 집회의 자유 목을 조여 온다. 법치주의는 시민을 향한 것이 아닌 국가를 향한 것이어야 한다. 법치주의는 시민의 힘으로 정한 법을 국가 스스로 잘 지키라고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은 아직 법치주의 사회가 아니다. 공정하다는 법은 경찰 앞에서는 멈추고 시민을 향해서는 몽둥이로 작용한다.

그 어느 때보다 모이고 말하고 행동할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는 한국사회에 손님이 찾아왔다.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 on the rights to freedom of peaceful assembly and of association) 마이나 키아이(Mr. Maina Kiai) 씨가 방한해 지난 1월 20일부터 공식적인 조사활동을 시작하였다. 해외에서 한국은 민주주의를 이루고 법치주의를 완성한 이미지가 있다. 열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마이나 키아이(Mr. Maina Kiai) 씨는 아마도 한국의 민낯을 보게 될 것이다. 법치주의가 한국에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여서 말하고 행동할 자유가 점점 더 경찰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서부터 힘을 모으고 공간을 열어야 할까? 개개인의 분투가 아닌 집단으로 우리가 모일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준법을 넘어서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겨울밤, 백남기 어르신 쾌유를 빌며, 노동개악에 반대하며, 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위안부 문제 한일 협상 폐기를 위해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민중총궐기 ‘주도’ 혐의로 구속된 사람들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덧붙이는 글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71 호 [기사입력] 2016년 01월 22일 9: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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