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파장? 파장!] 우려가 현실이 된 인권위원 인선절차

나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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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 새누리당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정상환 변호사를 추천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동안 인권위 내에서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정권에 불리한 내용을 인권위가 국제사회에 보고하는 걸 막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유영하 상임위원이 총선출마를 이유로 사퇴한지 한 달을 넘기고 나서였다.

이번 새누리당의 상임위원 추천은 올해 5월로 다가온 국가인권위에 대한 최종 등급심사를 앞두고,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알려진 바와 같이 국가인권기구 간 국제조정위원회(이하 ICC)는 인권위에 인권위원 선출의 투명성과 다양성,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인권위와 법무부, 각 정당들은 ICC권고에 따른 인권위 법 개정안을 준비했는데 결국, 지난 1월 8일에 국회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하 인권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졸속을 개정으로 쓰다

개정-이라고 쓰고 졸속이라 읽는-인권위 법은 한마디로 ICC권고의 의미를 전혀 담지 못하는 법안이다. 우선, 인권위원 선출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참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개정 인권위법 제 5조 4항은 “국회, 대통령 또는 대법원장은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은 후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관련된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위원을 선출·지명하여야 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어떻게 “후보를 추천받고”, 어떻게 “의견을 듣게” 될지에 대해서 선출기관에 재량에 맡겼을 뿐만 아니라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규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위는 2월 5일에 낸 보도자료를 통해서, 새누리당이 인권위법 개정에 따른 신규 인권위원 선정절차를 진행 중이며, 당 홈페이지에 새누리당 추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후보자 공모’ 안내문을 게시한 상태이고, 이번 인권위원 선출과정이 개정법의 취지를 반영하여 인권 보호·향상에 관련된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을 반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새누리당의 상임위원 선출과정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음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이런 인권위의 기대와 달리 새누리당은 개정 인권위법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새누리당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상환 후보자는 새누리당의 ‘교섭단체 추천 인사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지명되었다. ‘교섭단체 추천 인사 심의위원회’는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원내수석부대표, 사무 제1부총장으로 구성된 위원회이다. 새누리당 홈페이지를 통해서 상임위원을 공모했고 3명이 지원했다는 설명 이외에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었다는 어떤 설명이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홈페이지를 통해 후보자 추천을 공모한 것으로 ‘다양한 사회계층의 의견을 들었다’고 억지를 부릴 수 있는 길을 인권위법이 스스로 열어준 셈이다. 즉, ICC 권고의 핵심인 시민사회의 참여는 법조문은 물론 실제 추천과정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위 사진:ICC 등급심사를 앞두고 인권위가 마련한 인권위법 개정안이 알리바이일 뿐이라며, 2015년 3월에 인권위가 개최한 <ICC 승인소위 권고의 실효적 이행을 위한 토론회> 불참 선언을 한 인권활동가들

신임 인권위원 추천에 관심 없는 인권위와 야당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재 인권위원들의 선출과정과 절차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민주당 몫의 비상임위원인 강명득 위원의 임기는 작년 8월에 이미 만료되었으나, 후임자로 추천된 장애인권활동가인 박김영희 후보의 정당 활동 경력을 문제 삼아 국회가 임명안을 부결하면서 강명득 위원은 지금까지 인권위원 직을 수행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것은 ICC의 권고를 이행하는 모범적인 일이었다. 더구나 인권활동을 오랜 기간 해온 인권위법상의 자격이 있는 인물이었다. 국회가 박 후보에 대해 비이성적인 색깔론으로 부결시킨 것도 문제이지만, 후임 인권위원 선출이 6개월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는 데도 인권위와 더불어 민주당은 후임 인선절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여성할당제를 지키지 않는 인권위와 새누리당

이런 와중에 개정된 인권위법 5조 7항에 명시한 “위원은 특정 성(性)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이번 새누리당 상임위원 선출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다. 현재 11명으로 구성된 인권위원 중에 여성 인권위원은 총 4명으로 개정된 법률에 따라 여성이 5명이 되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남성을 상임위원으로 추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공모에 참여한 3명이 모두 남성인 상황에서 인권위의 유권해석을 받았고, 인권위는 강명득 위원을 ‘공석’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이번 추천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강명득 위원은 지금까지도 인권위원으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 인권위의 유권해석이 적합한가를 따지기 이전에 ‘공석’으로 간주되는 인권위원이 6개월동안 인권위원으로 그 직을 수행하는 상황에 대한 어떠한 반성도 없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심지어 인권위 홍보협력과 관계자는 이 사태를 취재한 언론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해명하였다. “특정 성(性)이 6/10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개정안의 취지는 다양성 확보와 양성균형의 관점에서 제시된 것이다. 그런 취지에서 여성으로 반드시 선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매주 열리는 상임위가 있는데, 상임위 구성의 다양성 확보나 양성균형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위원장과 3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상임위에서 상임위원 3명이 모두 여성이 되는 것이 왜 다양성과 양성균형의 관점에서 고려되어야 하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남성인 위원장에 3명의 상임위원이 모두 여성이면, 남성의 권리가 침해라도 받는다는 것인가?

설사 인권위의 유권해석이 맞더라도 새누리당의 이번 상임위원 추천절차 역시 인권위법을 위반하고 있다. 인권위법에 따르면, 인권위원의 사퇴 등으로 결원이 생겼을 때는 대통령이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출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번 새누리당의 후보추천은 인권위법에 명시된 30일을 넘기고 나서야 이루어졌다.

국제인권기준에 관심 없는 인권위와 정부

인권위원 선출절차 및 인권위 구성과 관련하여 명시된 법률을 위반하거나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례들이 이렇게 많은데도, 인권위원 추천 권한을 가진 기관들과 인권위는 이에 대해 별다른 심각성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률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데 ICC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권고를 지키길 바라는 것은 너무 과도한 기대일지도 모른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계속해서 UN 인권관련 특별 보고관들이 한국을 방문했거나 방문할 예정이고, 한국이 가입한 인권조약에 대한 심의나 한국에 대한 UN의 정기적인 인권평가도 줄줄이 올해와 내년에 예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설사 인권위가 5월 등급심사에서 A등급을 유지하더라도 한국 인권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와 지적은 계속될 것이다. 인권위가 망가지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매번 전달하는 것도 시민사회단체 입장에선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닐 것이다. 말로만 인권단체와의 협력을 말하지 말고 인권위 스스로가 인권단체들이 협력할 수 있는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 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나현필 님은 국제민주연대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75 호 [기사입력] 2016년 02월 24일 11: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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