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파장? 파장!] 무자격 인권위원들이 참칭하는 인권

한태식(보광스님) 비상임위원과 유영하 상임위원의 진로를 보며

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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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권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인권 분야 일을 열심히 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위원들이 보여 준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하 인권위법)에 따라 인권 관련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인권위원이 될 자격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로 굴러가고 있다. 인권위원으로서 자격이 없는, 인권관련 경험과 지식이 없어도 인권위원이 되고 인권위원이 되면 인권전문가가 되는 식이다. 만약 편법과 불법이 가능한 구조에서 의사면허나 의료기술은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 의사 노릇을 하게만 되면 그는 의료전문가가 되는 것인가? 그리고 나서 그 무자격 의사가 자신이 몇 년간 의사 노릇을 한 것을 두고 "생명을 위해 의료분야 일을 열심히 해왔다"고 말한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그의 궤변에 속아넘어갈 것인가?

이렇게 무자격 인권위원들에 의해 인권위와 인권은 망가지고 있다. 그런데 무자격 인권위원들은 인권위만 망가뜨리는데 그치지 않는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이 딱 맞다. 자격 없는 사람들이 임명권자의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인권위원이 되더니, 인권위원을 마치고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자신의 경력에 들어간 ‘인권위원’직을 팔아먹고 있다. 출세를 위해 인권위원이 된 것도 모자라 인권을 참칭하고 인권위원을 명함으로 내건다. 이들은 인권위원 경력을 팔아 인권을 모욕하고 사실관계를 흐트러뜨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태식(보광스님, 동국대 총장) 현 비상임위원과 유영하 전 상임위원이 그렇다. 한태식 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한 비상임위원이다. 어떤 이유인지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랑을 받으며 연임해서 6년이나 인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한태식 위원은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동국대학교에서 비리와 부패 혐의로 1년 넘게 학생들로부터 퇴진을 요구받아왔다. 작년 12월 3일 사퇴하기로 약속했던 그는 돌연 억울하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논문표절을 했던 한태식 위원은 자신의 논문표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하지 않고, ‘인권위원으로서 인권에 헌신했다’고 뻔뻔하게 말을 했다. 그의 기자회견 이후 마무리되어가던 동국대학교 학내 비리문제는 다시 재점화됐다. 정말 한태식 위원의 말은 사실인가? 인권위원으로 있으면서 그는 정말 인권에 헌신했나?

위 사진:세월호 집회 인권침해 진정을 외면한 인권위를 규탄하며 2015년 5월 19일 열린 기자회견 (출처: 프레시안)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의 긴급구제 막아

한태식 위원은 인권의 ‘인(人)’자와 관련이 없던 인물이다. 그는 주요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서 인권침해가 아니라며 눈감아주려 했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맞서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했던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한 긴급구제 요청을 반대했던 인물이 한태식이다. 사측은 농성을 방해할 목적으로 250일이 넘게 농성을 하고 있는 김진숙 씨에게 전기와 밥을 공급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두 번의 긴급구제가 있었다.

2011년 9월 전원위원회에서 홍진표, 윤남근 등 여러 무자격 인권위원들이 긴급구제 결정을 막았다. 한태식 위원도 손을 거들었다. 내용은 제일 심각했다. 그는 “부산시민에겐 ‘절망버스’다. 쓰레기 버리고 망가뜨리며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데 평화적이라고 할 수 있나. 김 씨의 생존 문제는 따지더라도 다른 것은 인권위 위상을 무너뜨리는 일이니 나서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던 희망버스가 주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말은 어디선가 많이 듣던 말이다. 보수언론이 노동자와 시민들의 연대를 막기 위해 하던 말들 중 하나이다. 도대체 어떤 피해를 줬다는 것인가. 보수언론이 왜곡한 쓰레기는 2차 희망버스 때 경찰이 쏜 물대포로 인해 거리가 지저분해진 것 외에는 없다. 그것도 경찰 탓이지 희망버스의 탓이 아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국제사회에서도 헌법에서도 보장된 권리이다. 그리고 그 권리를 행사하는 중에 소란스러움이란 집회시위의 특성이다.

야간시위 헌재 의견표명도 막아

그의 인권에 대한 무지는 한술 더 떠 인권위법에 대한 무지로까지 이어졌다. 2008년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이후 야간집회와 야간시위에 대한 헌법소원이 있었다. 야간시위가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인권위의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표명하자는 안건이 2010년 4월 전원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었다.

“지금 헌법재판소에서 이것을 심의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민적인 관심사이고 해서, 제 생각에는 헌법재판소에 공정성과 독립성과 자율성을 주기 위해서 우리가 여기에 어떤 결론을 내려서 문제를 제기한다면 공정성과 독립성과 자율성에 부담을 주지 않겠나 저는 그리 생각합니다.” 그때 한태식 위원은 이렇게 말하며 인권위의 의견표명에 반대했다. 하지만 헌재에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인권위가 독립적인 기구이기에 가능한 것이며, 법이 인권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인권위의 본연의 기능이다. 인권위법에도 헌재와 법원에 의견을 표명하는 역할이 명시되어 있는데도 그걸 모르는지 무지한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런 그가 기자회견을 하며 인권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다.

정계진출을 위해 헌신한 유영하 전 상임위원

반인권 인물도 인권위원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유영하 전 상임위원은 최근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고 한다. 그가 인권위원으로 임명됐을 때 여성단체와 인권단체들은 그를 인권위원으로 추천한 여당을 비판하면서 내정 철회와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국회는 그러한 인물을 인권위원으로 임명하는데 동의했다.

그는 검사 출신의 변호사다. 검사로 있을 때 나이트클럽 사장으로부터 향응을 받은 의혹이 제기되자 검사를 관두고 변호사가 된 사람이다. 변호사가 돼 달라졌을까. 2009년 ‘군포 여중생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 변론을 맡으면서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일기를 공개하여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한 사람이다. 일기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담긴 지극히 사적인 것이라 당사자의 동의없이 사용할 수 없는데 그는 그렇게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했다. 시민사회가 그가 인권위원으로 부적절하다고 한 이유는 단지 그가 성폭력 가해자의 변론을 맡아서가 아니라 법정에서 이기기 위해 피해자의 인권을 짓밟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박근혜 대통령 선거 당시 선거캠프에도 있었던, 친정부적인 인물이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인권위에서 대통령의 측근을 임명하는 것 자체가 인권위의 독립성을 흔드는 일이다. 이렇게 인권의 ‘인’자는커녕 인권침해를 했던 인물이 인권위원이 됐다. 그러더니 올 총선에 나가기 위해 임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퇴했다고 한다. 인권위원으로 있었던 것은 공천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지 의심을 살만하다.

유엔 자유권위원회에 보내는 정보노트 삭제 및 축소 지시

그래서인지 그는 주요 인권현안에 대해 인권위가 침묵하거나 개입하지 못하도록 앞장섰다. 대표적인 게 JTBC에서도 보도됐듯이 작년 3월 인권위가 유엔 자유권규약 위원회에 제출하는 정보노트의 내용을 축소하도록 지시했던 것이다. 유엔인권기구에 인권위가 제출하는 의견서나 정보는 해당 국가의 인권을 심사하는데 주요한 참고자료 중 하나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한국인권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왜곡돼있다면 어떻겠는가? 원래 인권위 조사관들이 만든 보고서 초안에는 65개 쟁점이 있었지만, 한국의 자유권 인권현안 중 28개만 유엔 자유권위원회에 제출됐다. 그의 주도로 세월호, 성소수자 혐오 문제, 통합진보당 해산 등은 삭제되고 축소됐다. 인권위원으로서 그의 임무는 정부가 저지르는 인권침해가 국내외에 알려지는 것을 막는 일이었나 보다.

이전에도 홍진표, 김태훈, 윤남근 등 무자격 인권위원들이 그 경력을 팔고 인권의 가치와 개념을 흔들었다. 그들은 어버이연합회 같은 보수단체가 하는 토론회에 나가 집회시위에 대한 국제인권기준과 상관없는 발언들을 했다. 그런데 보수정권 8년이 넘으며 인권위가 제 역할을 못하니 이러한 무자격자들의 뻔뻔함이 갈수록 노골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이다.

그래서일까? 정부는 인권위원으로서 자격이 있는 사람이 인권위원이 되는 구조와 제도를 만드는 데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는게 아니라 방해하는 듯하다. 국가인권기구 간 국제조정위원회(ICC)에서 권고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투명한 인선절차’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얼마 전, 국회에서는 5월에 열릴 ICC 등급심사를 염두에 두고 엉터리 인권위법을 통과시켰다. 개정된 법안은 여전히 임명권자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기구에서 인권위원을 임명하는지는 담겨있지 않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권 관련 일이나 경험이 없어도 법조계에 10년 있거나 교수로 10년 있으면 아무라도 인권위원이 될 수 있는 법안이다. 한태식, 유영하 같은 무자격 인물이 인권위원이 될 가능성이 많아졌으니 인권위의 변화는 한동안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덧붙이는 글
명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71 호 [기사입력] 2016년 01월 21일 1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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