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파장? 파장!] 산재사망을 멈추려는 하청노동자의 소박한 바람이 무너져

하청 산재 권고안을 다룬 인권위 상임위 방청기

최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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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2일 국가인권위 33차 상임위원회에서 <하청근로자의 산재위험 및 미보고 피해감소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의 건>을 재심의했다. 1차 심의 이후 열린 재심의였는데, 한마디로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한국은 매년 2,400여 명이 산재로 사망하는 OECD 1위 국가이다. 그동안 정부는 산재의 80% 이상이 중소영세사업장에서 발생한다고 하면서, 기업의 경영여력을 운운하며 별다른 제도개선 없이 방치해 왔다. 그러나 수년 동안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위험의 외주화', '하청 산재'를 집중 제기하면서, 국가인권위에서도 대규모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인권위 권고안이 준비되기에 이르렀다.

2015년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중대재해의 40%가 하청 노동자 산재사망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산재예방과 처벌 및 산재은폐에 대한 법제도는 고용관계에 따라 사업주 책임이 부여되어 대기업 원청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오히려 간접고용 비율을 가장 주도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하청 노동자는 안전교육도, 위험정보도, 최소한의 보호구 지급도 없이 일하다가 현장에서 죽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상임위의 권고안 심의과정은 참으로 암담했다.

위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먼저, 주요한 권고 내용이 1차 심의 때는 초안으로 제출되었다가 이번에는 아예 삭제 제출되었다. 첫째, ‘유해위험 작업의 하도급 원칙적 금지, 사업장 안전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산업안전감독관 증원을 위해 기재부 장관과 행자부 장관에 대한 권고’ 등이 삭제되었다. 둘째,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수립은 30인 이상 고위험 업종으로’라는 내용은 ‘하청 근로자의 산재 미보고 피해감소는 산재발생시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는 관행 개선’으로, 수정되어 제출되었다.

재심의 과정에서 여당 쪽 추천으로 임명된 유영하 위원은 삭제와 완화로 제출된 권고안조차 다시 수정을 가했다. 먼저 산재예방에 있어 하청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안전보건협의체 건설을 삭제하고,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에 있는 원․하청 사업주간 협의체에 하청 노동자 의견 반영으로 깎아 내렸다. 원․하청 노사가 참여하는 안전보건협의체는 이미 건설업에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산업안전보건법 19조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을 원․하청 사업장의 특성에 맞게 제도화 한 것이다. 그러나 유영하 위원은 이를 건설업의 특성으로 치부하면서 원․하청 공동작업 사업장으로의 확대를 막았다.

둘째는 수은, 제련 등 물질 중심으로 제한되어 있는 도급인가 사업장의 범위를 작업의 방법, 장소 및 환경 등의 기준으로 확대하는 권고안도 칼질을 했다. 권고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면서, 작업환경 측정 대상이 되는 범위로 제한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작업환경 측정이 제조업 중심과 물질 중심으로 되어 있는 것을 도외시한 결과다. 하청 산재의 상당수가 화학물질 설비보수, 궤도 현장 시설, 선로 보수 작업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실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다. 도급인가 대상 확대의 세부 내용은 하청 산재사망 실태 등을 반영하여 구체화해야 하는 것이지, 인권위원 1명이 산업안전보건법을 몇 번 들춰보아서 결정할 일은 아니다.

셋째, 노동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여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어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사실상 아무런 권고도 하지 않게 되었다. 노동부 권고안에서도 빠지게 되고, 국회에 조속한 입법 촉구를 권고하는 것에서도 삭제된 것이다. 현재 19대 국회는 몇 달 회기를 남겨두지 않고 있고, 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으로 모든 법안에 대한 심의와 일정이 불투명하다. 또한, 법안을 제출했던 노동부는 이제 내년 초면 인사개편으로 담당자가 다 바뀌게 된다. 노동부와 국회가 서로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시기에 국가인권위의 최소한의 권고조차 없게 되니, 차기에 제도개선을 촉구할 수 있는 근거는 다 없어진 꼴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를 처음 방청하면서 왜 인권위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지 실감됐다. 인권위원들이 삭제하고 바꾼 내용 문제도 심각하지만, 무엇보다 가슴을 짓눌렀던 것은 인권위원들의 태도였다. 마치 전문가인 양 하면서 현실에 맞지도 않는 논리로 권고안에 칼질을 하는 여당 쪽 추천인사인 유영하 인권위원, 이에 대해 구체적인 반박을 하지 못하고 포괄적 주장만 하다가 덜렁 합의하고 마는 야당 쪽 추천 인권위원, 권고안의 내용과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고려 없이 합의 통과되었다는 사실에만 안도하는 인권위원장의 태도였다. 매년 수백 명의 하청 노동자가 너무도 어처구니없이 산재로 죽음을 이어가고 있는데,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조차 여야가 거래하듯이 처리하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암담함 그 자체였다. ‘국가인권위원회’이니까 라며 최소한의 기대를 걸고 실태조사에 참여하고 인터뷰에 응했던 수백 명의 하청 노동자의 소박한 바람이 이렇게 무너지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최명선 님은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입니다.
인권오름 제 463 호 [기사입력] 2015년 11월 19일 17: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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