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선거는 ‘투표’를 넘어선 표현의 축제여야 한다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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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세상에 너무나 크고 작은 일들이 넘쳐나지요. 그 일들을 보며 우리가 벼려야 할 인권의 가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질서와 관계는 무엇인지 생각하는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넘쳐나는 '인권' 속에서 진짜 인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매주 논의하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인권감수성을 건드리는 소박한 글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때로는 촉촉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다가가기를 기대합니다.


거리에 넘쳐나는 현수막들, 지하철 입구 등에 늘어선 후보자와 선거운동원, 휴대전화로 날라 오는 문자들을 보며 선거철이 돌아왔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후보들마다 표를 달라고, 자신을 찍어달라고 호소한다. 하지만 찍을 사람 없다고 말하는 이들을 또한 쉽게 볼 수 있다. 어느새 선거는 누군가를 찍는 단순한 행동으로 규정되는 듯하다. 누구를 찍으려고 해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 사람이나 그 정당의 정책이 어떤 의미인지 검증하기도 정보가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투표 기준은 한 개인이나 정당에 대한 좋고 싫음의 감정, 지연 등의 요인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 이런 게 정말 우리가 원하는 선거의 모습일까?

규제 중심의 선관위의 선거 관리

현재 공직선거법에는 선거 운동 제한 조항만 200여 개에 달한다. 이처럼 한국에서 선거는 수많은 규제와 통제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미국과 독일의 경우 선거 운동 제한에 대한 법률 조문 자체가 없고, 프랑스와 영국의 경우도 선거 비용 등에 국한되어 기회 균등의 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로서 선거 규제 조항이 있다. 표현의 자유를 선거의 중요한 지점으로 생각하는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법조항에 ‘김밥’ 등 제공 가능한 음식 종류, 명함의 크기까지 지정되어 있다. 이러다보니 후보 사무실에서는 모든 걸 일일이 선관위의 확인을 받아야 선거 활동을 할 수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선거 관리 방식이 자유로운 정책 선거 자체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비방’을 막는다는 근거로 시민단체나 언론의 검증 작업 및 의견 표현도 철저하게 제한되고 있다. 최근 총선넷에서 진행하던 ‘워스트 10인 후보’ 인터넷 투표도 선관위가 여론조사라고 규정하며 제지하고 나섰다. 2010년에는 선관위가 지방 선거 시기에 4대강 사업, 무상 급식 여부를 ‘선거 쟁점’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찬반 표현마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하여 자유로운 의사표현마저 막으려 하였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토론으로 채워져야 선거 시기가 표를 호소하는 후보자들의 일방적인 목소리로 채워지고 있다. 반면 유권자들은 자기검열 속에서 침묵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5년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에 위헌심판 당시 가까스로 5:4로 합헌 판정을 받았을 때 대한 재판관 소수 의견으로 나왔던 “적어도 선거운동기간 동안만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필요가 있는데도, …… 정치적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핵심적 기간이라 볼 수 있는 선거운동기간 중에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어, 사실상 선거와 관련한 익명의 의사표현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더욱 눈에 들어온다.

선거는 대중적인 토론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은 법의 목적을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도록” 하여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 명시하고 있다. 법에도 나와 있듯이 대의민주주의는 주권자의 의견들이 선거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잘 반영되었을 때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헌법 재판소도 선거 운동의 자유는 국가 권력의 간섭이나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를 형성·발표할 수 있는 자유인 정치적 자유권이라고 밝히고 있다.(2001헌마710)

선거 시기 우리는 단순히 누군가 차려놓은 밥상에서 수저를 들고 무얼 먹을지 결정하는 수동적인 위치에 있을 수 없다. 우리는 그 밥을 함께 차리는 권리의 주체이다. 이를 위한 개별적인 의사표현은 물론 집단을 이루어 정책 토론이나 의견 제시도 가능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가 그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선거라는 행위 속에서 그 사회의 주요한 의견과 내용들이 충분히 펼쳐지고 이를 통해 대표자를 뽑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선관위를 비롯한 국가 기구는 그러한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선거에서 지켜져야 할 원칙은 ‘자유는 기본, 금지는 최소’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재 주요한 의사소통의 장인 인터넷 공간에서의 표현을 제한하는 인터넷 실명제와 같은 각종 법적 규제를 폐지하는 작업이다. 선관위도 지난 2012년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폐지 의견을 내었듯, 이러한 규제를 줄임으로써 선거가 모두의 공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선관위가 통제기구의 역할에 집중하는 순간 선거는 그 의미를 잃고 만다.

위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는 선거위반 관련 홍보

‘투표’가 의미가 있기 위해 필요한 것

선거에 묻혔지만 돌아오는 19일은 56주년을 맞는 4·19 혁명기념일이다. 부정 선거에 항의하여 일어난 4·19 혁명은 관권이 동원된 선거였다는 것이 핵심이라기보다 그 결과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에서마저 자신들의 뜻을 맘대로 펼칠 수 없었던 권리 박탈에 대한 민중의 저항이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그 시기만큼의 관권 선거는 없지만 국가기구에 의해 우리들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선거라는 공간에서도 일방적으로 듣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자유를 기본으로 하고 금기를 예외로 해야 한다는 원칙은 선거가 선거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지만 실상 그렇게 느끼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꽃들이 만발한 봄철... 거리에서 쉽게 우리가 접할 수 있고 느낌을 말할 수 있는 그런 꽃과 같이 우리의 목소리가 흐드러지게 퍼져나갈 때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 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초코파이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80 호 [기사입력] 2016년 04월 06일 22: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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