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그대여, 숨 쉬고 살만하십니까?

최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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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세상에 너무나 크고 작은 일들이 넘쳐나지요. 그 일들을 보며 우리가 벼려야 할 인권의 가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질서와 관계는 무엇인지 생각하는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넘쳐나는 '인권' 속에서 진짜 인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매주 논의하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인권감수성을 건드리는 소박한 글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때로는 촉촉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다가가기를 기대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강한 삶을 만들어 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생각한다. 불로초를 구해 영생을 누리려 했던 진시황을 부러워하지 않고 사람답게 죽는 과정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죽음은 평등한 것처럼 누구에게나 오지만,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구조적으로 자기 삶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안전한 삶의 대한 욕구가 그 어느 시대보다 높은 것 같다. 사람이 목숨을 이어간다는 것은 결국 숨 쉬는 행위를 통해 나타난다. 그런 만큼 숨 쉬고 살만한 공기의 질을 향유하는 것은 중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월 9일 ‘대기오염의 경제적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 대기오염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을 경우 50년 안에 관련 질병으로 일찍 사망할 확률이 회원국 중 가장 높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기구가 지적하지 않아도 ‘대기오염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것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일기예보를 보면서 미세먼지 상태를 점검하거나 스마트 폰에 미세먼지 알람 앱을 깔아 그때그때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일이 일상이다. 미세먼지 상태가 항상 나쁨이니 요즘은 그마저도 시들하다.

부끄럽지만 얼마 전까지 나는 미세먼지의 원인을 불가피한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였다.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가 중국의 대기를 통과하면서 중금속들이 들러붙어 인체에 해로운 미세먼지로 둔갑하여 한반도에 유입되는 것으로 여겼다. 언론에서 중국 탓이라고 보도하니 그런가 싶었다. 그러나 최근 미세먼지를 둘러싸고 고등어 책임론이나 경유차 대책론이 나오면서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대응이 보다 근원적인 것을 향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를 살고 있는 나를 포함한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를 향하는 대책이 아니고서는 언 발에 오줌 누는 꼴이다.

정부 대책, 미세먼지 책임을 개인에게

정부는 6월 3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아래 특별대책)’을 세웠다. 특별대책은 △국내 주요 배출원(수송, 발전·산업, 생활주변)에 대해 미세먼지를 대대적으로 감축하고 △미세먼지와 함께 이산화탄소를 함께 줄이는 신산업을 육성하며 △주변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후화된 경유차를 조기 폐차하고 친환경차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또한 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를 대폭 줄이기 위해 오래된 석탄발전소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폐지, 대체, 연료전환)하고 신규석탄발전소에 대해 엄격한 배출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특단의 대책은 정말 ‘특별대책’일까? 미세먼지를 대대적으로 감축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중국은 집권당인 공산당이 명운을 걸고 대기오염 정책을 펼치는 것과는 달리 한국은 ‘눈 가리고 아웅’이거나 조급한 마음에 뭐라도 던지는 꼴이다. 미세먼지의 원인을 철저히 개인에게 돌리다보니, 고등어를 구을 때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의 서른 배 가까이 나온다는 보도 자료를 환경부의 정책으로 내보내는 수준이다. 경유비를 인상하겠다는 대책이 비판에 직면하자 경유차에 대한 환경비용부담금을 물리는 수준으로 조정되고 있다.

특별대책에는 오래된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고 노후경유차를 조기 폐차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과거 정책을 반복하는 것 이상이 없다. 미세먼지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진 초미세먼지에 관한 대책은 아예 없다. 20개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에 관해서는 ‘배출기준 강화’가 아닌 ‘전면적인 재검토와 폐기’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은 석탄소비량이 세계 5위인데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만들어지면 한국은 3위로 올라갈 전망이다. 클린디젤과 같은 클린석탄은 없다. 지금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다.

미세먼지 실태부터 측정하고 원인 규명해야

특별대책에는 미세먼지 실태부터 정확히 측정하고 원인을 규명하여 그에 근거한 대책을 단기, 중장기적으로 세워야 함에도 실태파악에 관해서는 그 어떤 대책도 없다. 그동안 정부가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방식이 허술하고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가령,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방법이 실재 사람들이 공기를 들이마시는 위치에 있지 않고 지나지게 높은 곳에서 측정되거나 양적으로 넓은 공간에서 몇 군데 정하여 미세먼지를 측정해 합계를 내다보니 측정한 것보다 실재 미세농도가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이다.

실태 파악 못지않게 원인규명 또한 중요한데 이것이 국가의 대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느 날 국민생선 고등어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둔갑되는 현실, 한 때 클린차도 사랑받던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자리 잡은 현실은 그냥 웃거나 욕하는 일을 끝나지 않는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산업구조와 에너지 정책, 공공보건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여전히 사회적인 위험을 개인에게 떠맡기며 마스크 착용이나 외출 자제를 주문할 것이다. 최근 한국에너지공단은 미세먼지에 좋은 음식까지 발표했는데 음식 목록에 고등어가 포함되어 있다. 성장 위주의 경제 전략, 소비에 의존하는 삶, 에너지 확대정책에 근본적으로 도전하는 패러다임을 새롭게 만들지 않는 이상, 남의 탓을 하든가 또는 다른 고등어와 경유차를 등장시킬 것이 뻔하다.
덧붙이는 글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89 호 [기사입력] 2016년 06월 15일 19: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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