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의 인권이야기] 사드(THAAD)와 빌어먹을 국가 안보

우리는 화약고에 살겠다고 결정한 적 없다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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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작전을 하는 줄 알았다. 지난 7월 8일 금요일, 한·미 정부가 사드(THAAD, 고고도지역방어체계) 한국 배치 결정을 발표했다. 지난 2월 사드 배치 협의를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을 구성한 지 5개월 만의 일이다. 나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성주 주민들은 사드 배치 지역이 성주라는 사실을 7월 13일 TV를 보고 알아야 했다. 2014년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으로 사드 문제가 불거진 뒤 지금까지, 모든 과정은 더할 나위 없이 불투명하고 일방적이었다.

문제는 MD야

사드 배치 결정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사드가 미국 미사일방어체제(MD)의 일부이며, 아시아 지역 MD의 핵심적인 무기체계라는 점이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 등을 겨냥한 미·일 MD에 한국이 하위 파트너로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은 포기하고, 한반도를 미·중 갈등의 한가운데로 몰아넣으며, 동아시아의 군비경쟁을 가속할 페달을 밟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절대 방패’를 만들겠다는 미국의 욕망에서 탄생한 MD는 단순히 ‘방어용’ 무기체계가 아니다. MD는 상대에 대한 완벽한 제압을 전제로 하는 ‘절대 억지’ 전략에서 고안되었다. 군사적으로 완벽한 방어란, 완벽한 공격과 동의어로 매우 위협적인 개념이다. 나는 한 대도 안 맞도록 만든 상태에서 상대방은 아무 때나 마음대로 때리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군사적 위협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어 상호 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핵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는 MD 구축은 게임의 규칙을 바꿔버릴 수 있다. 지금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의 아시아 지역 MD 구축이 동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을 깨고 역내 안정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어떤 무기체계를 배치한다는 결정에 대해 두 국가의 정상이 함께 반대성명을 내는 일을 본 적이 있는가?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두 차례나 발표했다. 사드가 배치되면 군사 전략을 변화시키겠다는 언급도 나왔다. 국방부의 한가로운 주장처럼, 단순히 주한미군이 무기 하나를 더 들여놓는 차원이 아닌 것이다.

한국은 지난 2008년부터 명확히 미국 MD 편입 수순을 밟고 있다. 최근 한미일 군사정보공유약정, 한미일 해상 MD 훈련, 사드 배치 결정까지 모두 그 경로 위에 있다. 정부는 하층 방어 위주의 독자적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를 구축할 뿐, 우리가 미국 MD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언행 불일치다. 백번 양보해 정부 말이 맞다고 할지라도, 미국은 한국을 대표적인 MD 협력국으로 분류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 역시 한국이 미국 MD에 편입되었다고 보고 있는 게 정확한 현실이다.


미국은 MD를 완성해 가는데 우리는 무엇을 얻는가?

한국은 북한과 매우 가까이 붙어 있어 미사일이 저고도로 날아오고 몇 분 만에 떨어지기 때문에 MD 편입으로 별다른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반도는 작전 종심이 짧고, 북한의 공격이 발생한다면 단거리 미사일이나 장사정포, 방사포를 사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다. 멀리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사드는 한국으로서는 가장 시급하다고 할 수 있는 이런 위협을 막는 데는 군사적 효용성이 떨어진다. 이미 수많은 자료로 입증된 사실이다.

주한미군은 왜 사드를 배치하려 하는가? 핵심은 레이더다. X-밴드 레이더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북한 미사일 방어 목적을 넘어 중국의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 단계에 탐지할 수 있게 된다. 그 정보는 일본이나 오키나와, 혹은 미국 본토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데 매우 유용할 것이다. X-밴드 레이더에는 탐지거리가 600~800km인 종말 모드(사격통제용)와 탐지거리가 수천 km에 달하는 전진배치 모드(조기경보용), 두 가지가 있다. 국방부는 한국에 배치되는 X-밴드 레이더가 탐지거리가 짧은 종말 모드로만 운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에 따르면 두 가지 모드는 8시간 내에 전환이 가능하다. 단지 소프트웨어와 고각 설정 방식, 통신 케이블 설치 방식 등을 바꾸는 것이다. X-밴드 레이더를 운용하는 건 주한미군이다. 미군이 레이더를 어떤 모드로, 어떤 방향으로 운용하는지, 출력이 얼마인지 누구도 실시간으로 알 수 없다. 따라서 중국의 우려는 타당하다.

만약 중국이 발사한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된 레이더가 탐지하여 태평양에서 요격한다면? 한국은 중국에 대해 군사적 적대행위를 하는 것이 된다. 이는 유사시 한국의 사드 기지가 북한이나 중국의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을 안는 셈이다.

MD는 끊임없이 수요를 창출한다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이후 나오는 이야기를 유심히 살펴보자. 사드를 남부권에 배치하면 수도권 방어는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수도권에는 하층 방어체계인 PAC-3를 증강 배치하겠단다. 차기 이지스함에는 상층 방어용 요격 미사일인 SM-3 등을 탑재하도록 만들겠단다. 다층방어체계는 이런 식으로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

MD가 위험한 것은 끊임없이 군사적 수요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가만히 보고만 있는가? 북한은 핵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 개발과 한미일 MD는 서로를 핑계 삼아 무럭무럭 자라왔다. 사드가 배치되면 이제 중국과 러시아도 군비 경쟁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다.

사드가 있으면 좋은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단 하나의 북한 미사일이라도 요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군비 투자는 다른 사회적 투자를 포기한 대가로 이루어지기에, 방위력 형성이 절실한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한다. 없는 것보다는 좋지 않겠냐고, 확실하든 모호하든 모든 위협에 대비하면 좋지 않겠냐고, 대충 넘어갈 일이 아니다. 주변국과의 갈등을 비롯한 사드 배치 결정의 모든 대가를 다 감수하고도 사드는 필요한가? 얼만큼이 적정한 군사력이고, 방어 충분 전력인가?

이미 한미동맹은 북한에 비해 군사적으로 절대적 우위에 있다. 대북 억지력은 차고 넘치게 충분하다. 그럼에도 국방부의 입장은 일관되게 군비 확장이 필요하다는 것뿐이다. 더 많은 무기로 우리는 더 안전해질까? 더 많은 군사비로 평화가 찾아올까? 모두가 국가 안보를 말하지만 결국엔 아무도 안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MD는 끊임없이 수요를 창출하고, 이 군비 경쟁에 웃는 것은 군수업체뿐이다.

빌어먹을 국가 안보

평택 대추리에서, 제주 강정마을에서, 밀양에서 공권력이 무언가 깨달은 바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는 허상이었다. 이번 사드 배치 결정 과정은 더 후진적이었다. 성주에 내려간 총리와 국방부 장관은 “죄송하다, 사드는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우리 군의 충정을 이해해 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종북몰이는 벌써 시작되었다.

“사드는 한국 방어에 도움이 된다”고 무조건 우기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일방적으로 배치를 ‘통보’받은 성주 시민을 비롯한 모든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이다. 우리는 지난 2년 세월호 참사, 메르스,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겪었다. 매년 ‘안전 보장’을 위해 전 세계 10위 규모, 39조 가량의 예산을 지출하는 국가에서 말이다. 무엇이 진짜 위협이고 무엇이 진짜 ‘안전 보장’이란 말인가?

사드 배치 결정은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 우리는 동아시아의 화약고에 살겠다고 결정한 적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세금을 평화를 만드는 평화적 수단이 아니라 군비 경쟁에 쏟아 붇겠다고 결정한 적 없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라는 성역 앞에 합리적인 판단도, 사회적 합의도 무시되는 풍경을 다시 마주할 수는 없다.

덧붙이는 글
수영 님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94 호 [기사입력] 2016년 07월 20일 21: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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