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누구도 헬조선에 있어선 안 된다

청년수당 논의에서 필요한 것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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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세상에 너무나 크고 작은 일들이 넘쳐나지요. 그 일들을 보며 우리가 벼려야 할 인권의 가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질서와 관계는 무엇인지 생각하는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넘쳐나는 '인권' 속에서 진짜 인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매주 논의하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인권감수성을 건드리는 소박한 글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때로는 촉촉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다가가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부턴가 20~30대 사이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찾기도, 안정된 삶을 살기도 쉽지 않은 현실을 지옥에 비유해 자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울시에서 추진한 청년수당을 두고 서울시와 중앙 정부가 심한 갈등을 보인다. 서울시는 청년 실업률이 12.5%(2016년 2월 기준)로 IMF 이후 최대인 상황에서 취업과 창업을 준비하는 만 19~29세 청년 중 신청을 받아 일부에게 6개월가량 매달 50만 원씩 지원하는 청년수당제를 시행하였다. 이에 정부에서는 중앙 정부와 논의하지 않은 과잉 복지이며 인기영합적인 정책이라며 청년 수당 지급을 막아섰다. 그 다툼을 보면서 청년이라 불리는 이들의 인권은 과연 다루어지고 있는가 의문이 든다.

청년 세대의 노력이 더 의미 있기 위해서 필요한 것

한때 20~30대는 'X세대', 'Y세대' 등 그 세대의 가능성이나 진취성에 의미를 부여한 말들로 정의되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20~30대는 삶의 불안 속에서 취업도 결혼도 연애도 포기한 'N포 세대'라고 불리고 있다. 그만큼 지금 청년세대들이 바라보는 자신들의 삶은 불안하다. 학자금 대출 등 시작부터 빚잔치로 시작되어 알바와 취업 준비 등으로 일상의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 앞으로도 삶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많은 이들은 지금도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노력이 배신하는 사회에서도 결국 노력으로라도 답을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부와 기업주는 청년들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 원인인양 이야기한다. 그러나 12.5%의 실업률 속에서도 지난해 취업한 청년층 3명 중 두 명은 비정규직인 게 현실이다. 결국 2%대에 접어든 저 성장 시대에, 비정규직을 비롯하여 나쁜 일자리가 일상화되어 있고, 이마저도 언제든 해고의 위협 속에 살아가는 한국 사회 구조가 원인임은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 청년 세대의 문제는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와 삶을 공유하는 가족 및 다양한 관계를 맺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그리고 그 원인의 중요한 부분이 함께 구성하며 바꾸어야 할 사회 구조의 문제이기에 우리가 모두 함께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단순히 취업률을 높이는 것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청년 세대에 무엇이 필요한지,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지 이미 그들은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최소한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기본 소득의 보장, 무시와 모멸이 없는 관계,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는 관계망 및 사회적 자원의 공유 등. 함께 고민하고 찾으면 채워나갈 권리의 언어들은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이를 위한 논의가 지금 필요한 게 아닐까. 그래야 정치적 알력 관계의 파편을 맞은 것처럼 변질되어 보이는 청년수당 문제가 방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위 사진:서울시 홈페이지에 있는 중앙정부의 청년수당 직권취소에 관한 홍보이미지(출처-서울시 홈페이지)

정부와 지자체가 정말 해야 할 일

박근혜 정부는 청년수당제 시행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 비난하고 있다. 포퓰리즘을 말하는 것 자체가 정부도 청년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요구와 맞닿아 있음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정부가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하기에 앞서 더욱 적극적으로 그러한 사회적 요구에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그러나 정부는 도덕적 해이를 내세운다. 이는 당사자들을 정당한 권리를 구성하고 이를 요구할 주체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혜택을 받는 대상이자 감시‧감독이 필요한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기에 정부는 청년정책이라며 고용촉진지원금, 청년취업인턴제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예산은 청년들이 직접 자신의 삶을 기획하는데 쓰이기보다 청년들을 고용하는 사업주나 취업 준비 학원에 지불되고 있다. 그 결과 한 해 2조 원이 넘는 예산이 집행된다고 하지만 고용주들의 인건비 절감과 취업학원 배불리기를 넘어서 청년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삶을 바꾸는 데 어떤 기여를 했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는 서울시가 청년수당 제도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이들이 제도 설계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을 눈여겨보게 된다.

정부가 청년수당을 막아서며 내세운 근거 중 하나인 사회보장기본법에서는 공공부조와 사회서비스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으로 시행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힘겨루기 및 흠집 내기가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자의 자리에서 필요한 역할과 의무를 다하는 모습이다. 중앙정부는 한국 사회에 발 딛고 있는 청년 세대에 필요한 사회 보장의 내용을 마련하고, 지방정부는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이를 보완하거나 당사자들을 좀 더 밀접하게 만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청년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원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모습은 그런 것이 아닐까.

‘취업 실패로 인한 자신감 상실, 경제적 어려움 → 생계를 위한 단기 아르바이트 → 불규칙한 삶의 패턴 가속화, 다수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일상생활 붕괴 → 부족한 시간, 무너진 삶’의 패턴의 악순환. 서울시가 청년 수당 신청서를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젊다는 것이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파탄 난 삶, 빼앗긴 권리의 증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4.13 총선에서의 높은 투표율은 청년 세대의 분노를 그대로 보여 준다. 청년이라는 시기를 함부로 미화하거나 ‘아프니까 청춘이다’ 따위의 어쭙잖은 꼰대 짓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내는 이들과 함께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권리와 함께 사는 삶을 구성해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초코파이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96 호 [기사입력] 2016년 08월 10일 23: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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