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인권이야기] 선택할 권리, 공유할 권리

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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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를수록 비키의 상태는 악화되었고, 그 애는 아무데서나 넘어지기 시작했어요. 꼭 그 소들이 넘어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 아이는 계속 물었어요. ‘제가 왜 이러는 걸까요, 할머니?’ … 그녀는 결국 눈이 멀었어요. 움직일 수가 없어요. 침이나 음식물을 삼킬 수도 없고요. 이런 모습을 매일 본다는 것은 생지옥이에요.”

손녀를 광우병으로 잃은 한 할머니의 말입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광우병 피해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광우병에 대한 피해를 증언하는 자리가 있었지요.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한 조안나의 어머니도 이 자리에 참석했고요. 명랑하던 10대 소녀가 병에 걸린 뒤 먹지도, 걷지도, 한 마디 말도 못한 채 고통스럽게 죽어갔다는 이야기를 전했다고 합니다.

광우병이 발생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철저한 대량산업시스템으로 사육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인재’라는 사실만은 분명한 것 같아요. 폐기 처리되어야 할 동물들의 뼈와 살, 뇌와 척수까지 초식동물인 소의 사료로 둔갑했고, 그걸 먹고 자란 소들의 몸 안에서는 괴-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니까요. 마치 엽기적인 상상력을 가진 만화가의 작품 같지 않나요? 텔레비전에서 보여준 미국의 소가 사육되는 환경과, 도축장의 풍경은 바로 생지옥 그것이었습니다. 어떤 생물이건 거기에서 미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거예요.

위 사진: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의 물꼬를 틀 한미 FTA<출처;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www.nofta.or.kr)>


“골라 먹을 자유가 있잖아”?

미국은 우리 정부에게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라고 성화고, 정부는 이를 수락했습니다. 제대로 된 검역 시스템조차 없는 상태에서 말이죠. 들여오자마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다시 논란이 불붙기는 했지만, 참,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애당초 안전하다는 어떤 증거도 없는 먹거리를, 아니 위험의 징후로 가득한 저런 물건을 수입해서 시장에 내놓겠다니 말예요. 저들은 말합니다. “골라 먹을 자유가 있잖아”

‘골라먹을 자유’라.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얼마 전, 친구들과 밥을 먹다가 우리가 먹는 두부나 콩이 거의 예외 없이 유전자 조작 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채식을 하는 친구들은 울분을 토했고, 유전자 조작 식품이 뭐 어떻다는 건지 전혀 모르는 저도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고요. 집에 가서 신문기사들을 검색 해보니, 콩 수입량의 77%가 유전자 조작 콩이더군요. 기사는 유전자 조작 콩을 먹인 쥐의 콩팥이 작아졌고, 사산율은 55.6%나 되더라는 이야기도 전하고 있었습니다. 이 기사를 스크랩한 한 블로그 이용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비싸더라도 콩도 국산 콩을 먹어야 할 것 같아요. 두유도 즐겨 먹는데 거의 미국산이네요.” 흠…골라먹는 자유는 일단, 골라먹을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 같군요.

문제는 우리의 무지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은 유전자 조작 식품이 대체 왜 나쁜 건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이 무지가 우리의 탓이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 자신들이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건지 확실히 밝혀야 할 과학자와 기업들이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말입니다. 유전자 조작 산업에 뛰어든 과학자들은 ‘입증된 위험은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모양인데, 이건 유전자 조작 식품들의 안전함 역시 결코 입증된 적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동물의 뼈나 뇌수를 갈아먹였을 때 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소의 몸 안에서 어떤 괴-단백질이 합성될지 아무도 몰랐던 것처럼 말입니다. 저들은 나방의 유전자를 감자와 결합하고, 북극 민물송어의 유전자를 딸기와 결합하고 있습니다. 물고기와 토마토의 유전자를 결합시키고, 반딧불과 옥수수의 유전자를 결합시키는 초유의 만남들이 시도되고 있는데, 소비자는 대체 그런 작업들이 무얼 의미하는지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빌어먹을’ 시스템은 대체 어떤 먹거리가 유전자 조작 식품을 함유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표시해주지 않습니다.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해 가장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유럽연합은 유전자 조작 작물이 포함된 가공품은 표시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유전자 조작 사료를 먹고 자란 동물들의 고기, 유제품, 계란 등에 대해서는 표시하지 않는다는군요. 그럼 대체 우리가 뭘 선택할 수 있다는 걸까요?

위 사진:"유전자 조작 식품을 거부하라" <출처; www.repeatfanzine.co.uk>


가장 무시무시한 음모

하지만 가장 무시무시한 음모는 따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현재 유전자 조작 식품 산업의 85%를 지배하는 건 5개 정도의 농화학기업이래요. (그들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종자에서 식탁까지 식량 공급의 전 과정을 ‘통제’하기를 원한답니다. 기업들은 “다른 종에서 뽑은 유전자를 배아 세포에 넣어서 더 바람직한 특질이나 형질을 만든다”고 말합니다만, 과연 누구에게 바람직한 건지는 따져봐야겠지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전자 조작 식품 특허를 가진 다국적 기업 몬산토는 자사의 제초제인 ‘라운드 업’에 내성을 가진 유전자 식품 종자들을 묶어서 함께 판매하고 있다더군요. 그들이 유전자를 조작하는 이유는 콩 수확량을 늘리기 위한 게 아니라 자기네 제초제를 판매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식량생산은 과잉상태입니다. 가격 위축으로 인해 농민들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태이지요. 당연히 조금이라도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작물과 종자를 선호하겠죠. 그런 선택이 이후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생각하진 못한 채 말입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을 사용하는 농업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다국적 기업에는 거대한 이익이 돌아갈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종자들은 지적재산권에 의해 보호받습니다. 농민들은 해마다 몬산토로부터 종자를 다시 사야한다는 겁니다. 전 세계의 농민들이 몇백 년 동안이나 종자를 개량하고 보관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는 종자의 특허권을 기업이 독점하겠다니, 대체 이게 말이 되나요?

현재 협상중인 미국과의 FTA는 농산물 개방을, 그리고 지적재산권의 강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FTA를 체결한다면 우리는 결코 유전자 조작 식품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유전자 조작 식품이 세계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세계는 이미 충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그것이 어떻게 유통되고 분배되느냐에 있지요. FTA, 혹은 다국적 기업이 원하는 것은, 그들 자신이 말했듯이 종자에서 식탁까지 모든 과정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어떤 정보도 공유하지 않은 채 오히려 오랜 세월 인류가 습득해온 농업의 지혜를 독점하면서 그들은 단지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에겐 선택의 자유가 있잖아”

선택의 자유, 선택의 권리는 알 권리, 정보를 공유할 권리와 결코 분리될 수 없습니다. FTA는 반드시 막아야 하며,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규정들이 너무나도 미비한 우리나라의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도 지금 절실합니다. 대대로 전해져 온 자연의 지혜를 모두가 공유하고, 이 땅에서 안전하게 재배된 농산물을 마음 놓고 먹으며,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요.

◎ 이 글은 게릴라 뉴스 네트워크에서 제작한 「오염, 새로운 식량과학」이라는 짧은 영상에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디디 님은 한미 FTA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에프키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권오름 제 39 호 [기사입력] 2007년 01월 30일 20: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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