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읽는 세상] 백남기 청문회라는 자리

-어떤 진상이 규명되어야 할까?

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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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세상에 너무나 크고 작은 일들이 넘쳐나지요. 그 일들을 보며 우리가 벼려야 할 인권의 가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질서와 관계는 무엇인지 생각하는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넘쳐나는 '인권' 속에서 진짜 인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매주 논의하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인권감수성을 건드리는 소박한 글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때로는 촉촉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다가가기를 기대합니다.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지 300일이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백남기 농민은 지금도 깨어나지 못한 채 사경을 헤매는 중이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민중총궐기는 두 번이 더 열렸으며, 민중총궐기에서 발생한 국가폭력에 관한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유엔(UN)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방한했으며, 백남기 농민의 가족들을 비롯한 여러 활동가들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인권 이사회에 참석해 한국 정부의 폭력적 진압행태를 알리기도 했다. 또 물대포만은 더 이상 집회현장에 등장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해 영국과 독일의 사례를 알렸다. 그 외에도 셀 수없이 많은 날들을 농성과 기자회견, 집회를 하며 공권력에 부당함에 맞서온 300일이다.

하지만 민중총궐기 진압 책임자인 경찰청장 강신명은 무사히 퇴임을 하고 그 자리에는 이철성이 앉았다. 이철성은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 투쟁을 하던 할매들을 공권력의 이름으로 무참하게 짓밟은 인물이다. 백남기 농민의 가족들은 이 국가폭력의 사태를 검찰에 고소도 해봤지만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민중총궐기를 함께 준비했던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 5년형을 내린 재판부는 물대포 사용을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야당에서는 총선이 걸리자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열겠다며 표를 호소했다. 그러나 개원한 후 침묵으로 일관했다. 결국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백남기 대책위)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지난 8월 25일 제1야당인 더불어 민주당 당사를 점거해,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백남기 청문회 개최를 내걸고 농성을 하기도 했다.

위 사진:백남기 대책위에서 청문회를 요구하는 모습(사진 출처-백남기 대책위 페이스북)


백남기 청문회에 바라는 마음

마침내 여야는 백남기 대책위의 요구를 받아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물론 청문회 한 번으로 쉽사리 국가의 태도를 돌려놓을 수 있진 않을 것이다. 절차에 따랐고, 시위대의 폭력성에 맞서 어쩔 수 없는 대응 속에 일어난 사고에 불과하다고 대답할 경찰의 모습은 청문회를 열지 않아도 예측가능하다. 그럼에도 어렵사리 마련된 청문회다.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의 증인 채택 문제를 정치적 거래로 활용한 야당의 무능한 판단을 논외로 하더라도 이번 청문회는 300일이 다 되도록 와병 중인 백남기 농민을 위해 가족들과 시민들이 모은 마음의 결과인 것이다. 이 마음은 우리 사회가 국가의 폭력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저지른 폭력의 목격자를 자처하며, 국가폭력 근절의 가능성을 살피기를 간절히 원하는 그 마음이다. 따라서 우리에겐 백남기 농민이 겪은, 지금도 겪고 있는 이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 충분히 알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청문회가 되어야 한다.

분명한 사실관계를 파악

그런 청문회를 위해서는 먼저 사실들이 밝혀져야 한다. 경찰들은 당시 상황을 얼마나 파악하고 어떻게 판단하고 있었는지 알아야한다. 사건 당시 경찰청장이자 경찰 최고 책임자인 강신명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사실을 TV에서 나오는 자막을 통해서 알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경찰 책임자의 유사한 답변을 지난 2009년 용산에서도 들은 적 있다. 망루 농성을 펼치던 사람들이 경찰의 무리한 진압작전으로 죽었지만,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 김석기 새누리당 의원은 무전기를 꺼두었기 때문에 보고를 실시간으로 받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책임자가 상황을 알지 못하면 도대체 경찰 조직은 누가 현장 상황을 판단하고 명령을 내리는 것인지, 청장이 아니라면 누가 이 상황을 컨트롤 했는지는 밝혀져야 한다.

또 물대포의 안정성 문제도 밝혀져야 한다. 경찰은 물대포 사용이 적법하고 절차의 문제가 없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도 검증될 필요가 있다. 사건 당시, 살수차에서는 17인치 모니터를 4등분해서 나오는 화면만으로 바깥의 상황을 판단하며 살수를 할 수 있었다. 또한 살수를 할 때 대상과의 거리 측정은 주변의 가로수가 심어져있는 거리를 눈대중으로 측정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운용방식이 어떤 절차와 훈련을 통해서 그 안전성을 검증받는 것인지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 외에도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공권력의 대응이 비례성의 원칙을 넘어설 만큼 과도하지 않았는지, 사용했던 최루액은 안전한지 등등 기본적인 사실관계들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왜’를 따져야

궁극적으로 청문회는 '무엇이 이 사실들을 만들어냈는가'를 밝히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밝혀야 할 '진상'은 이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며, 청문회를 통해 그 이유에 대한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목격할 수 있도록 판을 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질문에 '왜'를 던져야 한다. 왜 경찰 최고 책임자가 상황을 제대로 전달 받지 않은 일이 면책의 사유가 될 수 있는가? 왜 바깥 상황조차 제대로 판단 할 수 없는 장비가 집회 현장에서는 사용 가능한가? 살수차는 무차별적 시위 진압용 도구서로 모든 집회 시위에 대한 권리를 훼손하는 장비이다. 그럼에도 왜 경찰 스스로가 만든 운용지침만 따르면 적법한 사용이 되는가? 현재 책임자는 수사 받기는 커녕 명예롭게 퇴임해 국회의원 출마를 암시하고 있다. 후임자는 또 다른 국가폭력의 책임자로 채워지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 왜? 우리가 목격해야 할 '진상'은 바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이다. 백남기 농민은 물줄기에 맞아 쓰러진 것이 아니라, 고삐 풀린 국가권력에 의해 쓰러진 것이다.

총체적 진상 규명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1심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일은 문제지만 물대포 사용 자체는 합법적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위대의 폭력성은 일부의 문제가 아닌 시위대 전체가 조직된 폭력이기 때문에 경찰의 진압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은 ‘일부’ 피해가 있어도 정당한 법 집행이고, 시위대의 폭력은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시위대 전체가 조직적으로 움직인 폭력 시위로 판단한 것이다. 폭력이 옳은가 그른가를 따지기 이전에, ‘나는 되지만 너희는 안 된다’는 이율배반적인 판단은 국가가 이미 통제력을 상실했음을 증명한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일은 집회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대치하다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민중의 견제를 받지 않는 국가가 일으킨 사건으로 국가폭력의 총체적 결과였다. 우리는 이와 같이 사건을 사고로 덮는 국가 권력의 모습을 경찰특공대가 출동한 용산에서, 해경이 아무도 구조하지 않은 세월호 참사에서도 이미 목격했다. 이번에 우리가 목격할 진상은 달라야 한다. 백남기 청문회에서 이 국가폭력의 총체가 사건의 진상임을 드러내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민중의 통제력을 증명하는 자리

국가와 경찰의 폭력이 통제력을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우리는 다시 그 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들에게 당위적인 말들로 제자리로 돌아가라, 공권력의 의무를 다하라고 외쳐도 소용없다. 민중총궐기대회가 쉬운 해고 반대, 쌀 수입 저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 민중의 요구를 내걸었을 때 그 앞길을 막아선 이들이 바로 경찰이었고 국가권력이었다. 국가가 서있는 위치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폭력 근절의 가능성 역시, 민중의 목소리로, 우리의 요구로 만들어 내는 통제력으로 좌우될 것이다. 이번 청문회는 국가권력이 발 딛는 위치를 우리의 힘으로 바꿔놓는 계기이자 민중의 통제력을 증명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디요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99 호 [기사입력] 2016년 08월 31일 23: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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