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김형준의 못 찍어도 괜찮아] 햇살

박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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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마치고 서둘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문이 열리길 기다립니다. 여러 명이 함께 걸어오시는데 한 분이 이전에 얼굴을 뵌 분이시네요. 분명히 어디서 뵈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더라구요. 지하에 멈춰 한참 움직이지 않는 엘리베이터 층 표시를 보다, 갑자기 누구신지 떠올랐습니다.

"엇! 어르신 여기는 웬일이세요?"
"누구시더라..."
"선생님! 저요. 분당에서요."
"내가 분당에서 살기는 했는데. 누구신지."
"저! 노인복지관에서 사진 수업했던 사람이에요. 어르신은 반장님하셨구요."

3초의 적막이 지나자 어르신이 화들짝 놀라며 말씀하십니다!
"아이구! 선생님 죄송해요. 몰라뵈서 죄송해요."
"죄송하시긴요. 괜찮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네에. 좋아요."
"여기는 웬일이세요?"
"알아보러 왔지요."
"무엇을요?"
"부끄럽지만, 여기 살려구."
"아. 네."
"예전에는 여러모로 죄송했었어요. 맨날 까먹어서. 제대로 못해서..."
"그런 말씀 마세요. 계속 열심히 하시려고 했던 마음 충분히 느꼈습니다. 그게 중요하죠."
"그럼 다행이네. 그런데 선생님!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이유."
"아. 알겠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구요. 여유 되실때 사진 계속 찍으세요 :)"
"이제 힘이 없다우. 그래도 고마워. 노력해볼께."
"네~"

왜 그럴까요? 길을 걸어내려오는데, 뭔가 찡~함이.
먼 발치에 햇살이 내린 잎사귀가 눈에 들어오네요.
한발 두발 가까이 가서 찰칵~하고 담아봅니다.
덧붙이는 글
박김형준 님은 사진가이자 예술교육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508 호 [기사입력] 2016년 11월 09일 23: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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