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의 인권이야기] 인권친화적인 로스쿨 도입을 위해

이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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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권적인 정부 로스쿨법안

사법개혁위원회가 로스쿨안을 제기한 2004년 10월 이래, 법조계를 위시한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이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소란이 벌어졌다. 이러한 소란이 벌어진 것은 단지 로스쿨 제도의 도입에 반대하는 세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오랫동안 로스쿨의 도입을 주장해온 사람들 중 다수가 정부 로스쿨법안에 반대하고 나섰던 것이다.

정부의 로스쿨법안은 1천2백명 정도의 총입학정원을 전제로 소수의 로스쿨만을 설치하는 안이었다. 이 경우 사법서비스의 양과 질을 높이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고비용의 귀족적 법학교육이 이루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런 점에서 정부법안은 반인권적인 것이었고, 반대에 직면하게 된 것은 당연했다.

결국 선택은 로스쿨 자체를 반대할 것인가 아니면 정부법안을 반대하고 올바른 로스쿨을 제정하는 운동을 할 것인가로 갈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 두 방안 중 여러 시민사회단체는 후자의 길을 선택했다.

변호사를 매년 3천명 이상 배출하라

우선 매년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대폭 늘리는 것이 필요했다. 시민단체나 학계에서 로스쿨에 대한 견해가 갈리기도 했지만, 변호사의 수를 대폭 늘리자는 데는 큰 이견이 없었다. 민주사법개혁국민연대 등 관련 시민단체는 발족 당시부터 매년 3천명 수준의 변호사 배출을 주장했다. 당시로서는 다소 무리한 주장인 듯 보였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3천명을 말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변호사 수의 증가가 필요하다고 할 때, 현단계에서 로스쿨의 도입은 변호사 수를 늘리는 가장 합리적이고 유력한 방안이다. 변호사 수가 증가된다면, 이는 우리 사회의 인권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크게 제고될 것이고 특히 인권전문변호사도 다수 배출될 것이다. 그리고 변호사 수의 증가는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 즉 사법개혁의 완성을 위한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가난한 사람에게도 변호사가 될 권리를 보장하라

로스쿨제도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은 고비용의 문제를 거론한다. 이들은 로스쿨이 고비용 교육제도이기 때문에 자칫 부자들에게만 변호사로의 길을 열어주게 되고 그로 인해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사실 정부안에 의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와 관련하여 시민단체는 오히려 올바른 로스쿨법의 제정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변호사가 될 기회를 지금보다 훨씬 더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특히 민주사법개혁국민연대는 매년 5백억에 이르는 사법연수원 운영비를 로스쿨 장학금으로 전용하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이 문제가 실제로 해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된다면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변호사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현재의 사법시험제도에서는 가난한 사람은 사실상 변호사가 될 수 없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왜 굳이 변호사가 되려는 사람을 위해 국가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가라는 반론이 있었고, 민주사법개혁국민연대는 공공변호사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공공변호사제도를 도입하자

공공변호사란 국가가 고용하여 국민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를 말한다. 각 시청, 구청, 동사무소, 경찰서, 법원 등에 근무하면서 대국민 법률상담 등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이다. 마치 보건소에 공공의사가 있듯이 각 관공서에 공공변호사가 상주하면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일반 국민으로서는 매우 편리할 것이다.

가난한 사람에게 국비를 이용하여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또 이들에게 장학금을 받은 기간만큼 공공변호사로서 활동하게 한다면, 이는 일석이조, 일석삼조의 효과가 생긴다. 이는 가난한 사람에게 법교육을 받을 권리와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권리를 확대하는 것이며, 가난한 사람에게 법률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확대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식으로 가난한 사람이 법조계에 많이 진출하게 되면, 가난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됨으로서 사회 전반에 인권을 증진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B>인권친화적인 로스쿨을 만들자

지난 2년간 시민단체가 해온 일은 이와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해 로스쿨로 가는 대세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여기에 인권적 요소를 추가하고 관철하는 일이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로스쿨법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6월 임시국회에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로스쿨에 대한 반대론이 없지 않지만, 찬성론자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만약에 통과된다면, 정부원안보다는 훨씬 더 나은 법안이 통과될 것이다. 그간 시민단체의 적극적 활동에 힘입어 국회에서의 논의가 상당히 진전되었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로스쿨법의 통과로 일이 마무리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로스쿨법이 통과되어도 로스쿨은 여전히 미완성이며 계속해서 진화해야 한다. 그 방향은 말할 것도 없이 더욱 더 인권친화적인 로스쿨을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변호사수를 늘리는 것 △장학금을 확충하는 것 △공공변호사제도를 안착시키는 것 등에 추가하여, △인권관련 강좌가 널리 개설되도록 하는 것 △인권전문 로스쿨이 설치되도록 하는 것 △지방에서의 변호사 배출기회를 확대하는 것 등도 생각해볼 만한 것들이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충분히 가능한 것들이다. 이 모든 것이 다 실현된다면 우리는 우리 사회의 인권상황이 한 단계 더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시민단체와 인권활동가가 로스쿨문제에 대해 개입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상수님은 새사회연대 정책위원이자 한남대 법학교수입니다.
인권오름 제 55 호 [기사입력] 2007년 05월 22일 22: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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