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좀 들어봐] 죽어가는 생명 앞에 좋아라 페스티벌?

올해도 새만금 바닷길 따라 걸을 테야

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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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21일, 이날은 새만금이 사람에 의해 죽음을 당한 날이다.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끝난 날이기 때문이다. 그 후 1년 몇 개월, 지금 새만금에서 웃지 못할 일이 꾸며지고 있다. 바로 그 죽음의 새만금 방조제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락 페스티벌을 연다는 것이다. 3만 3천명이 방조제 위에서 타악기 연주를 해서 기네스북에 올리겠다고도 한다.

위 사진:새만금 락 페스티벌의 공식 홈페이지 http://www.raffis.or.kr/

참, 어이가 없다. 새만금을 막은 것도 모자라 거기서 좋아라 페스티벌까지 열다니, 새만금에서 죽은 생물들이 수를 셀 수가 없는데, 그 앞에서 좋아라 타악기를 연주하고 기네스북에 올리려 하다니... 참, 요즘 말로 표현하면 돌+아이다.

새만금은 갯벌이다. 사람들에게 농간을 당하는 장난감이 아니라는 얘기다.

내가 새만금을 알게 된 것은 2004년 여름방학 때 ‘새만금 바닷길 걷기’를 통해서다. 그때는 초등학교 4학년 때라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걷자고 해서 걷기만 했지 새만금이 왜 중요한지, 내가 왜 걷는지 잘 몰랐다. 5학년 때 다시 걸으면서 새만금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점점 새만금은 갯벌이 아닌 메마른 땅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게들이 뻘 속에서 물을 기다리다가 하얗게 말라가는 것을 봤을 때 정말 새만금을 막아야 되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더 이상 콩게들의 합창을 볼 수 없고, 새만금에 사는 백합, 망둥어, 짱둥어 등을 볼 수 없고, 조개를 캐고 물고기 잡으시는 분들 역시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정말로 가슴이 아팠다. 내가 숨을 쉬고 있을 때 새만금의 생물들은 숨을 못 쉬고 허덕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참 생물들에게 미안하고, 새만금을 막으려고 하는 어른들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 사진:끝물막이 공사가 끝난 이후 말라가고 있는 새만금. 출처: 환경과생명을지키는교사모임


8월 무더위에, 새만금을 걸을 때는 너무 더워 숨이 턱턱 막히고 마치 죽을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물 한 모금, 그늘 한 조각이 간절히 그리울 때 새만금의 생명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아, 이렇게 숨이 막혀 죽어가고 있구나...

나의 작은 생각이지만, 다시 방조제를 열고 물이 들어와 새만금이 다시 갯벌로서의 기능을 가진다면 정말로 좋을 거 같다.

나는 올해도 새만금 바닷길 걷기를 할 것이다. 새만금은 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며, 지구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을 해야 한다. 지구가 없으면 사람이 살 수 없듯이 새만금 갯벌이 없다면 그 안에 사는 생물들은 모두 죽게 된다. 그 죽음의 저주가 곧 우리 인간을 향할 것을 생각하면서, 새만금에 대해서 생각을 바꾸어 주면 정말 좋겠다.


[끄덕끄덕 맞장구] 새만금에 생명을 불어넣는 몸짓들

어ㄹㄹㄹㄹ 지민~
무지 오랜만에 불러보는 그대에게 반가우면서도 조금은 미안한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네, 잘 지내삼?ㅇㅎㅎㅎ
새삼 작년에 같이 걸었던 새만금 바닷길이 떠오르는걸~

끝물막이 공사로 그새 단단해진 새만금 갯벌에서 작은 갯골의 콩게들을 만나 눈을 떼지 못했던 일이며, 정작 물이 있어야 할 곳은 말라 쩍쩍 갈라진 갯벌과 인공 호수까지 만든 골프장 사이의 둑길을 걸으며 속상해했던 일들이 말이지. 이제서야 말하지만 여느 해보다 작년이 참 힘들었는데, 그래도 서로 토닥이며 같이 걸어 큰 힘이 되었다는 거~

솔직히 바닷물이 들지 않은 채 1년이나 보낸 새만금 갯벌을 만난다는 건, 침이 꼴깍 넘어가는 일이기도 해. 하지만 (올해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솟는 데에는 그대가 큰 이유야. 시름시름 앓고 있는 새만금을 보듬고 지키려는 그대들과 같이 걷는 건 진짜 힘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근데 그대도 들었구나, 새만금 뭇생명의 무덤인 방조제 위에서 새만금 ‘락’ 페스티벌한다는 소식.

[락] 樂 : 즐거울 락
또는 rock : 전기음과 강한 비트를 가진, 젊은이들의 사회적인 반항이 깃든 음악 장르

생각만으로도 신나고 가슴 벅차는 이 낱말을 어디에 붙이는 건지? 떽!!!

새만금 갯벌에 바닷물이 들고나는 것을 완전히 막는 끝물막이 공사로 이제는 죽음의 땅이 되고 있는 새만금. 그곳에서, 즐거움이 가득한 락 음악의 향연(락 페스티벌)을 벌인다니.. 새만금을 간척하는 일에 처음부터 반대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새만금 갯벌이 간척이 되면 농사지을 땅이 생긴다고 좋아했던 새만금 주변 농민들까지도 새만금이 죽어가는 모습에 의견이 달라지고 있는데, 누구를 위한 페스티벌이냐는 거지! 뭐가 즐거워서? 어떤 저항의 정신으로?

그런데 다행히도, 이 기가 막힌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다는 거야. 이른바 ‘살살’ 프로젝트!ㅎㅎㅎㅎ 새만금(갯벌)도 살리고 생명도 살리자는 뜻의 살살 프로젝트는, 생태주의와 채식 등 ‘더불어 살기 위한 고민’들을 서로 나누며 실천해보자는 캠프(에코토피아)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새만금에 생명을 불어넣는 소박한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대.

여하튼, 셀 수 없이 많은 새만금의 생명을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락落 페스티벌!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을 눈먼 이익과 맞바꾸어, 새만금 생명의 문을 잠가버린 락lock 페스티벌! 생각만도 ‘ㅠㅠ : 유유’

올 여름 ‘살살’ 프로젝트랑 느리고 긴 호흡으로 더불어 새만금 바닷길 걷기에 동참하며, 진짜 즐겁고 신나는 생명의 축제를 함께 만들자구~ 모두들 같은 마음으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면, 갯생명의 어머니 새만금은 분명 다시 살아날 거야! [괭이눈]

덧붙이는 글
◎ 지민 님은 서울 한 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청소년입니다.
인권오름 제 62 호 [기사입력] 2007년 07월 11일 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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