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침회 시즌 2 : 받든지 말든지 시상식] “니나해라 충성”상

국기에대한맹세와경례

일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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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받을만하다!

#1 한 연인이 있었다. 어느 날 힘이 센 애인이 와서 근엄한 표정으로 매일 아침 나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재미없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그대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오랫동안 사귄 절친한 친구가 있었다. 그 중 힘이 센 한 친구가 굳은 표정으로 매일 아침 자기에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친구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부모님이 자식을 불러 앉혀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매일 아침 당신들에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고 말했다. “나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부모님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실제로 이런 장면을 본적 있나요? 소중한 연인, 친구, 가족 그 누구도 우리에게 충성을 맹세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데, 대체 뭐길래 유독 당신만은?

#2 일하는 사람들이 해고하는 회사를 향해서 정당하게 일할 권리를 외치는데, 끌어내서 내팽개치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그대, 침략전쟁을 도와 이라크에, 아프카니스탄에 군대를 보내 학살을 돕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그대, 새만금에 물을 막아 헤아릴 수 없는 생명들을 말라죽이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그대, 사람들의 사생활을 일일이 도청하고 엿보려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그대, 돈 없으면 아파도 병원 가지 말고 참으라고 강요하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그대, 군부대를 짓는다고 높은 아파트를 짓는다고 살고 있는 사람들을 쫓아내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그대. 내가 힘들고 불안하고 고통스러워할 때만큼은 완전 쌩까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그대.
진정 “자유롭고 정의로운”의 뜻을 모르는 그대, 억지는 이제 그만~!

약소하지만, 정성을 담았어요!!


은하철도999 티켓

은하철도999라는 기차가 있다. 안드로메다성운의 기계제국을 향해 달리는 이 기차에 탑승할 수 있는 티켓이 이번 수상의 부상이다. 국기를 향한 맹세의 강요는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별 어디에 있어도 억지스럽고 전체주의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번 부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지구를 떠나라”.

맹세와 경례는 프로그래밍되는 기계에나 어울리지, 자유롭게 생각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어디 있을 데가 없다. 함께 하는 철이와 메텔에게 미안할 뿐이다.

난형난제 막상막하

이번 시상식의 주요 평가 항목은 ① ‘국가’, ‘국익’, ‘국위선양’ 등의 단어를 들었을 때 충성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정도(충성도) ② ‘국가’ 앞에서 얼마나 쪼그라들 수 있는가?(겸손함) ③ 국가주의를 얼마나 많이 전도하고 있는가?(성실성) ④ ‘국가’의 부름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도둑질이라도 하고 보는 성질머리(단순함)였습니다.

맹세와 경례는 지난 수십년간 학교, 군대, 야구장 등에서 직접 발로 뛰며 국가주의를 전도한 공을 인정받아 수상하였으나 기사 마감 1시간 전까지 일침회를 갈등케 했던 후보가 있었었으니, 바로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한양석 판사님!!!

맹세와 경례가 뿌려댄 은혜로 충만했던 그때 그 시절의 향수에 잠시 젖으셨던 걸까요? 판결문에 그 꼬린내를 고스란히 흠뻑 풍겨내신 내공이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판사님은 지난 6일, 소속팀 미성년 선수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박명수 전 우리은행 농구 감독에 대해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이라는 ‘파격세일’, ‘완전공짜’형을 선고했습니다. 박씨는 자신의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 피해자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판사님은 인자하시게도 솜방망이 판결로 그를 감싸주셨습니다. 그런 하나마나 판결의 이유 중 하나, 바로 박씨가 ‘10여년간 국가대표팀을 이끌면서 농구계 발전과 국위선양에 힘쓴 점’을 높이 사셨기 때문이죠. 국가를 위해 애쓴 사람한테 너무 야박하게 굴면 어떻게 감히 국기 앞에 떳떳할 수 있겠습니까?

정의도 버리고, 성폭력 피해자의 아픔도 버리고, 오로지 국가 앞에 절절한 충성을 보여준 한양석 판사님! 국가가 언제나 당신 곁에 계시길…….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아니꼬운 세상에, 일침회]는 재치있는 풍자와 익살스런 해학 담긴 수다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아니꼬운 세상에 일침을 가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인권오름 제 64 호 [기사입력] 2007년 07월 25일 13: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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