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상의 인권이야기] 개고기보다 개고기 합법화의 문제

박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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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2월 28일, 한나라당 김홍신 전 국회의원을 포함한 20명의 여야 의원은 개고기 식용의 합법화를 전제로 하는 ‘축산물가공처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개고기를 축산물가공처리법에서 관리하는 가축의 범위에 포함해, 개 도살, 개고기 유통과 가공을 위생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였다. 김홍신 전 의원은 법 개정안을 상정하면서 “개고기 식용에 대한 외국의 비난은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비난이자 모독”이므로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국회는 충분한 논의도 없이 16대 회기를 마치고 말았다.

작년 여름, 삼복더위에 앞서 즉석 개고기를 판매하던 업자가 동물보호단체의 강력한 항의에 굴복하면서 우리 사회에 논란이 발생한 적 있는데, 올해 여름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인터넷으로 개고기를 판매하려던 업자가 누리꾼의 거센 반대로 계획을 보류하게 된 것이다. 올해도 개고기 관련 논란은 언론의 전파를 타고 어김없이 진행되었지만 특별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외국인의 비난에 민감해하는 문화상대주의 논쟁으로 본질을 놓쳤다. 어쩌면 내년 이후에도 같은 논란이 벌어질지 모른다. 개고기 논쟁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개고기보다 개고기 합법화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영화배우 김부선은 2004년 10월, “대마초는 마약 아닙니다.”라고 쓴 티셔츠를 입고 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화제에 올랐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마초가 마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나 국내 암 관련 전문의들도 담배가 대마초보다 더 독한 마약이라고 한다.”고 주장하며 대마초를 마약으로 규정한 현행법의 위헌제청에 나설 예정임을 밝혔다.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되어 항소심을 진행 중이던 김부선은 대마초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의 행복추구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공공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개개인의 행복을 법률로 제한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대마초의 독성이나 습관성이 지금의 담배보다 더한지 아닌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대마초가 합법화되어 상업적으로 업체들의 경쟁 상태로 판매된다면 현재 판매하고 있는 담배보다 나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담배의 독성과 습관성이 심해진 것은 특히 첨가물 때문이다. 역한 냄새나 변성을 막기 위한 첨가물만이 아니다. 맛이나 습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넣는 조미료나 설탕 따위가 문제를 일으킨다. 대마초에 첨가물을 경쟁적으로 넣는다면 판매되는 담배보다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옛날 할아버지들이 피우던 곰방대는 지금의 담배보다 위험하지 않았다. 또한 개인의 건강은 사회의 행복과 무관하지 않다. 합법화된 대마초가 담배 이상 가족과 공동체에 슬픔이나 피해를 안겨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유명인의 주장과 행동은 파급력이 크다. 독성과 습관성을 염려했다면 김부선은 대마초보다 담배의 합법화를 반대해야 옳았다.

개고기를 합법화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경쟁적으로 공장식 사육, 도축, 가공, 폐기되는 요즘의 가축을 생각해보자. 축산학과는 품종개량으로 적은 사료를 먹고 금방 성장하는 개를 축산업자에게 선보일 테고, 식품회사는 언론매체 광고를 벌여 개고기 패스트푸드 생산경쟁에 돌입하지 않겠는가. 개고기 3분 요리와 통조림이 시장에 앞 다투며 나오고, 전화 주문이 쇄도할지 모른다. 합법화가 안 된 지금도 해마다 200만 마리의 개가 고기용으로 도살된다는데, 앞으로 얼마나 많은 개가 죽어나갈 것인가.

모름지기 개는 소나 돼지나 닭처럼 먹기 위해 가축이 된 동물이 아니다. 생김새를 보라. 날카로운 이와 발톱, 날렵한 몸매는 고기용으로 사육될 대상이 아니라는 걸 입증한다. 개를 다른 가축처럼 집단으로 밀집해 사육할 경우 주도권을 놓고 무섭게 싸운다. 제대로 생장할 수 없다. 교외 후미진 곳에서 개를 대량 사육하는 업자는 철창에 한 마리씩 넣어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시킨다. 도축업자에 제 값 받고 팔기 위해 업자는 사료에 항생제를 넣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개고기 합법화가 되면 사육환경이 지금보다 나아질까.

위생도축을 주장하지만, 지금도 비위생적으로 도축하는 건 아니라고 업자들은 발끈한다. 한데 위생적이라는 소, 돼지, 닭의 도축은 비윤리적이다. 이윤을 기준으로 고기의 빠른 생산량을 고려, 너무 이른 나이에 대규모로 도축한다. 소는 20개월, 돼지는 1년 미만, 삼계탕 닭은 35일이면 죽인다. 전기충격이나 마취로 먼저 기절시킨다지만 어린 가축의 처지에서 터무니없이 일찍 죽는다. 개까지 그렇게 죽여야 할까.

요즘 고기용 가축은 곡물 사료를 준다. 한데 요즘 그런 곡물은 석유를 가공한 화학비료와 농약 없이 재배하지 못한다. 곡물 1칼로리 생산을 위해 석유 에너지 12칼로리가 들어가고, 곡물사료 16킬로그램을 먹여야 쇠고기 1킬로그램을 얻을 수 있다. 돼지는 9킬로그램, 닭은 4킬로그램의 사료를 먹는다. 개는 어떨까. 사료가 아까워 사육하다 죽은 가축을 준다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죽은 소를 사료로 가공해 소에게 주면서 광우병이 발생되었다.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쥐와 밍크에 주자 광우병이 옮겨졌다. 사람은 아니 그렇던가. 개고기 합법화 이후 개고기로 광우병이 옮겨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겠나.

사위 왔을 때 닭 잡아주는 장모에게 요리사 자격증이나 위생도축을 요구하지 않는다. 모내기 마치고 몸이 허해진 청년들이 동네의 개를 잡아먹던 시절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은 육식이 지나쳐 탈이 나는 시대다. 과도한 사육으로 고기와 낙농제품의 가격이 낮아질수록 농부의 소득은 낮아지고 자본의 이윤은 늘어난다. 그럴수록 가축의 고통은 커지고, 육식의 가공 과정에서 항생제나 첨가물이 늘어나 먹는 이의 건강에 악영향을 키운다. 값이 싸면 먹는 양이 늘어 육식으로 인한 질병은 더욱 심화된다. 그런 마당에 개고기마저 합법화를 추진해야 할까.

개는 개 본성이 있다. 닭도 돼지도 소도 마찬가지다. 본성을 억제한 가축을 과다하게 먹어 건강이 날로 악화되는 이때, 개고기 합법화는 어처구니없다. 음식문화에 대한 상대주의와 관계없다. 외국인의 비난 때문에 먹지 말자는 의미가 아니다. 개는 공개적으로 잡아먹을 대상이 아니다. 지금은 본성을 존중하며 사육한 육식도 자제할 때가 아닌가. 개는 개답고, 사람은 사람답자는 뜻이다.
덧붙이는 글
◎ 박병상 님은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입니다.
인권오름 제 66 호 [기사입력] 2007년 08월 07일 21: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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