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척이다] 버마 민주화 투쟁을 둘러싸고 벌어진 몇 가지 일들

나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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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를 만나 한반도를 고민하다

작년에 명동에서 버마 8888항쟁(1988년 8월 8일에 일어났던 버마에서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기념 행사를 하던 도중에 버마 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가 나눠주는 유인물을 보았다. 유인물에는 노무현이 돈을 대면 버마 군부가 그 돈으로 김정일이 파는 무기를 사는 삽화가 그려져 있었다. 순간 조금 충격을 받았었다. 그 그림은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그림이었다. 이를테면 보수단체 집회 때, 흔히 보던 소위 “친북정권의 퍼주기로 북한이 핵무장했다”라는 식의 선동과 매우 유사했기 때문이었다.

작년 10월에 버마 주재 한국대사관을 방문했을 때, 한 외교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버마 투자를 문제 삼으면서 왜 개성공단은 문제 삼지 않느냐고. 북한과 버마는 다르다고 반문했지만 유럽에서 보기에는 버마나 북한이나 독재정권이기엔 매한가지라고 말하였다.

이 두 가지 일을 겪고 참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분명 대우인터내셔널은 가스개발 이권을 따내기 위해 군부독재정권에 리베이트를 제공했을 것이며, 그 돈은 군부지도자의 축재나 무기구입에 사용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북한과 하는 사업에는 그런 리베이트가 제공되지 않을까? 물론 북한정권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증거도 없고 리베이트를 받았다 할지라도 인민을 위해서 썼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러나 만약 그 자금들이 보수단체들의 주장대로 일부라도 핵개발에 사용되었다면? 그러나 또 한국의 진보진영 주류의 시각대로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시도에 맞선 불가피한 자위권차원의 무장이라면? 리베이트제공까지도 정당화 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미 제국주의에 의해 경제제재 중인 버마 군사정권도 불가피한 자위권 차원에서 무기구입을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도 그렇다고 긍정해야 할까? 한반도 인권문제(남과 북을 포괄하는)에 별관심이 없던 내가 버마 민주화문제를 두고 함께 고민하다보니 뚜렷한 답을 찾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서 지난 인권활동가 대회 때, 버마 NLD 활동가도 초청하고 틈나는 대로 미국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해왔지만 여전히 속 시원한 해답은 나오지 않던 와중에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버마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버마군부의 학살이 벌어졌고 곧이어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비슷한 시기에 버마와 한반도에서 벌어진 두 가지 큰 사건들을 두고 국내에서 흥미 있는(?) 일들이 일어났다.

위 사진:2006년 8월 6일 열린 8888항쟁 18주년 기념 사진전 [출처] NLD(LA) 한국지부 홈페이지(www.nldla.or.kr)


미얀마 반제정권? 버마 독재정권?

버마 민주화 투쟁 지지를 위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특별결의문 채택이 얼마 전 서울시당 대의원대회에서 있었다. 사전에 이 문제에 관련된 설명을 대의원들에게 하겠다고 요청했으나 대의원들의 수준과 관심을 고려하면 굳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지켜만 보았다. 그러나 쉽게 만장일치로 채택될 줄 알았던 결의문은 한 대의원의 미얀마로 명칭을 병기해야한다는 요구와 미국이 지원하는 투쟁에 대해서 민주노동당이 만장일치로 채택해줄 수 없다는 일부 대의원의 반대로 결국 표결 처리되었다. 사실,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국내 일부 사이트에서는 “부시의 선동에서 미얀마 반제정권을 지켜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었다. 북한인권과 민주화문제를 두고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 민감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는 국내 통일운동 진영의 고민이라고 이해해야할지, 아니면 한반도에 갇혀 버린 시야의 한계라고 봐야하는 건지 참 씁쓸하였다.

10월 2일에는 버마 대사관 앞에서 대규모 기자회견이 열렸다. 당일 오전에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방문이 이뤄졌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버마 민주화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대사관 앞으로 모였고 많은 언론사들도 취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연락도 하지 않은 북한 인권단체들이 대형 현수막과 함께 10명 넘게 기자회견에 참여한 것이었다. 한국진보연대 오종렬 대표의 발언 뒤로 북한 인권단체의 대형 현수막이 서 있는 광경은 버마 대사관 앞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어쨌든 일부 진보진영이 ‘미얀마 반제정권’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일부 보수단체가 버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것은 버마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되었다.

위 사진:2007년 10월 2일 주한 버마대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출처] NLD(LA) 한국지부 홈페이지(www.nldla.or.kr)


우리에게 빠져있는 것, ‘버마 민중’의 목소리

최근 유가상승으로 인해서 새삼 해외유전개발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다시 나오고 있다. 현재 버마에서 대우와 한국가스공사가 3개의 광구를 개발 중이고 정부는 더 많은 광구를 확보하기위해 버마 정부와 협력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만일, 인권단체들이 버마가스개발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매우 궁금하다. 예상컨대, 아마도 북한에는 침묵하면서 자원확보에 반대하는 집단으로 매도당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가스개발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버마 민주화투쟁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정작 버마 민중들의 목소리는 이 논쟁에 빠져있다. 우리는 우리와 관계있을 때만 관심을 가지고 지지나 반대의 의사를 표하는데 너무나 익숙해져있다. 대우가 버마에 투자 안했다면 이렇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미국이 버마정권을 제재하지 않았다면 한국의 운동은 버마를 쉽게 지지했을까? 우리 주변에 버마 민주화활동가들이 없었더라도 대규모 기자회견과 캠페인이 진행되었을까? 어떤 국제문제가 부각되었을 때, 그것이 국익과 연결되든, 아니면 한국 내 운동들과 연결되지 않으면 무관심한 한국사회의 모습이 그래서 안타깝다. 버마 민주화 활동가들에게 왜 한국의 운동은 미국을 반대하고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지지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하려고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골치 아픈 문제를 회피하고 외면하려고만 했지 정면으로 부딪혀서 논쟁할만한 거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싶다. 특히나 버마 문제와 같은 경우에는 특히나 그렇다.

이제는 논쟁해야할 때이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버마활동가들과 함께 북한 인권문제부터 신자유주의문제까지 터놓고 서로의 고민을 나눠야한다.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직접 버마 현지나 난민촌을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고 우리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부시가 민주화 운동을 지지한다고 독재정권을 긍정할 필요도, 버마 민주화활동가들이 북한정권을 비난한다고 해서 미국의 앞잡이라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우리만의 틀에 갇혀서 우리가 편한 대로 그들의 투쟁을 바라보고 필요한 부분에만 연대하는 것으로는 버마의 민주주의와 인권은 오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연대가 시작된다고 난 생각한다.

버마정권을 지원하는 중국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하겠다는 주장도 있었던 기자회견을 하고 돌아오면서, 내년 올림픽에는 남북단일팀이 많은 금메달을 따서 한민족이 얼마나 우수하냐는, 남북이 힘을 합치면 세계1등이 될 수 있다는 희망찬 이야기들만 가득할 것 같아 우울해졌다. 한국에서 국제연대운동을 한다는 건 참 쉽지가 않다. 고민거리가 많은 만큼, 버마 민주화를 둘러싼 많은 논란에 대한 답이 한국에서 찾아지고 나오면 참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한동안은 ‘뒤척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나현필 님은 국제민주연대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76 호 [기사입력] 2007년 10월 23일 22: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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