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좀 들어봐] 학교행사들? 도대체 누굴 위한 거냔 말이죠!

인천의 한 초등학교 5, 6학년 동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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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높고 파란 하늘? 잘 익은 벼들이 넘실거리는 황금빛 들판? 가을에 바쁜 곳은 농촌만이 아니랍니다. 운동회에 작품전시회, 재능발표회(학예회)까지.. 아마 학교만큼 ‘가을이면 바쁜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정말 그런가? 그래서 어떤가? 인천의 한 초등학교 5, 6학년 동무들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작품전시회랑 재능발표회?
준비를 할 때 엄마가 보니까 꼭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막상 열심히 하고 나니까 뿌듯하기도 하고요. (5학년 수진이)
잘해서 엄마가 칭찬을 해줘 너무 좋았어요! (5학년 지연이)
준비한다고 친구들과 모여서 연습도 하고 남아서 같이 청소도 하고 재미있었어요. (5학년 채연이)
여태 많은 행사가 있었는데 친구와 함께 해서 좋았다. (6학년 아무개)
공부시간을 빼먹어서 좋긴 한데... (6학년 오랑캐)



하지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기분도 나쁘고 무지무지 하기 싫었다. 귀찮고 힘들고 나에게도 생각과 마음이 있는데 하라고 남기고 기분 나쁘고 왜 했는지 모를 만큼 기분 나쁘고 싫었다! (6학년 아무개)

난 정말로 작품전시회를 하기 싫고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자연스러운 작품을 걸어야 하는데 꼭 선생님이 바라는 것으로 걸어야 하였기 때문이다. (6학년 아무개)

작품을 만들 때는 한지 말아 붙이기를 했는데, 손이 너무 아팠지만 엄마와 아빠가 늦게 와서 나를 도와주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늦어서 다 하지 못했어요. (5학년 LHY)

단소를 (반) 전체가 해야 한다고 하면서.. 나는 분명 단소를 못하겠다고 하는데 계속 하라고 강제로 시키고 못하면 남기고 완전 강제였다. 자신이 못하겠다고 하고 노력해도 안되면 안해도 되지 않나? 전체가 하는 거면 학생에게 물어봐야 되지 않나? 기분이 뭐 같았다. (6학년 아무개)

단소 외우기를 할 때가 제일 힘들고 싫었다. 외우기는 힘들고 싫었다. (6학년 아무개)



이제 6학년이 되어서 할 것도 없고 창피하기도 해서 학예회나 운동회 같은 건 하기 싫었는데... 항상 우리 의견도 묻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전시회 작품을 내라고 하고 꼭 2개씩 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싫다. (6학년 아무개)

학예회 연습 개그를 할 때 친구들이 안 웃을까봐 하기 싫었었다. (6학년 아무개)

인형극을 연습할 때 조금만 잘못해도 인형극을 보는 아이들이 모라고 욕질을 해댔다. 그래서 인형극이 하기 싫었다ㅠ_ㅠ (6학년 샤방룰루~)

인형극을 했는데요. 처음에는 괜찮았어요. 연습을 하면서 000이 봤어요. 그런데 재미없다고 했는데, 그거 준비하면서 2주 정도 시간을 썼는데 재미없다고 하니깐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또 준비하는 것도 힘들었고 내 생각도 안 좋았어요(주위 사람 때문에). 준비를 잘했는데 반응이 않 좋을 것 같아서 않 할려고까지 했었어요. (6학년 지현이)



학예회 연습할 때 완전 힘들었어요... 막 선생님한테 꾸중도 많이 듣고.. 선생님이 저희에게 꾸중하실 땐 기분이 아주 나빴어요. 연습하는데 애들이 짜꾸 말도 드럽게 안듣고.. (5학년 ***)

처음엔 힘들고 막막했다. 이유는 너무 오래 걸리고 복잡해서이다. 하지만 그날 우리가 하는 모습과 전시돼있는 모습을 보니 마냥 뿌듯해지기도 했다. 그날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다 완성된 것을 봤더니 정말 고생한 보람이 있다는 걸 다시 느꼈지만 단 하루를 위해서 이렇게 많은 기간동안 연습하더니, 약간 아쉬웠다. (5학년 혜인이)

학예회랑 작품전시회, 그런 것을 하고 있는 도중에 중간고사까지 겹쳐서 너무 힘들었어. (6학년 아무개)

너무 선생님들이 부려먹고 학예회 전날 몇몇 여자애들이 2중 풍선을 만들었는데 그거를 선생님들이 떼어가서 짜증나! (6학년 딸기공주)

저 너무 힘들었어요! 연습은 해야 되는데 학원은 3시 45분에 가야하고(차는 10분에 타고)... 시간이 안 맞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학원을 세 번이나 빠졌는뎀... 엄마한테 진짜 엄청 혼났어요. 작품 만드느라 밤 꼴딱 새고.. ㅠㅠ 그래도 열심히 만들어서 전시되기는 했는데 무튼 한마디로 엄청 힘들었슴다. 이제 끝나서 너무 홀가분해요. (5학년 비행)

[끄덕끄덕 맞장구]

여태까지 땀 흘려 일궈온 것들이 열매를 맺는 가을. 그래서 학교에서도 가을이면 우리보고 이제까지 배운 것들을 마음껏 뽐내보라면서, 운동회다 학예회다 작품전시회 같은 행사들을 마련하잖아요?! 하지만 운동회에는, 학예회에는, 작품전시회에는, 우리가 한해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얼마나 달라졌는지 담겨있지 않아요. 정작 담아야 할 것은 담지 않고, 학부모들이나 학교를 찾은 바깥손님이 보기에 좋은 것들로만 가득 채우죠! 그래서 운동회 때는 기마 자세 배우느라 소고춤 배우느라 끙끙거리고요. 학예회 때는 몇 번이나 예행연습(리허설)해서 시시해진 공연을 선보입니다. 또 작품전시회는 어떻고요. 몇 번이나 ‘다시! 다시!’ 퇴짜 맞으며 ‘보다 잘된’ 작품 만들어내느라 진땀 빼잖아요. 그러면서 학원도 빠져선 안되고 학습지도 잘 챙겨야 하죠. 아참, 청소도 잘해야 하고 모둠 활동도 잊어서는 안된다구요!

에효.. 생각만 해도 빡빡하고 힘드네요ㅠㅠ 하지만 여기서 학교를 다니는 동무들은 모두 이런 가을을 보내고 있으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죠. 도대체 누굴 위한 행사들이고 활동인지 알 수가 없다니까요, 쳇! 점점 생각할수록 화가 납니다!!

학교는 이제 바뀌어야 해요! 여태 지껄이기만 하던 ‘학생이 주인’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되짚어봐야 한다구요! 그건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은데.. 진짜로 학생이 주인인 학교가 되길 원한다면, 우리들 말에 귀 기울이면 되는 거죠!!!

어른들 보기에 좋은 것이 결국 우리를 위한 거래요. 어른들 생각에 이거다 싶으면 결국 우리에게도 이거다라는 거죠. 무조건 그렇게 하래요. 강요해요. 거기엔 우리들 목소린 들어있지 않죠. 흥! 가만 생각 좀 해보라구요. 학교에서 일어나는 많은 것들이 정말 우릴 위한 건지 말이죠!

음.. 원래 동무들 이야기에 토닥토닥 힘 실어주고 싶었는데……. 동무들 이야기 듣다보니 속상해져서 덩달아 내말 좀 들어보라고 소리쳤네요ㅋ 아! 이 마음을 여기에서만 풀어놓을 게 아니라 학교에다가도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물론 학교에서 얘기하는 건 쉽지 않겠죠. 하지만 조금 용기내보면 어떨까요? 학교에서 ‘내 말 좀 들어보라’고 동무들과 선생님에게도 이야기해보는 거예요. 누가 알아요? 메아리쳐서 학교가 깜짝 놀랄지 말이지요>ㅂ<! 사실 나도 학교를 다니거든요. 나도 동무들 생각하며 용기내 볼게요~ 우리 함께 아자아자 지화자!하자구요, 우헤헤헤헤♬ [괭이눈]
인권오름 제 78 호 [기사입력] 2007년 11월 07일 12: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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