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침회 시즌 2 : 받든지 말든지 시상식] 반차별사신기

일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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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침회 시즌 2’는 ‘받든지 말든지 시상식’이니까 상을 줘야 마땅하다. 근데,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법무부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행태가 도를 지나쳐 상 하나만으로는 성이 풀리지 않아, 이야기로 풀어보았다.






2007년 대한민국.
바야흐로 새로운 천 년이 열리고 일곱 해가 지났건만, 온갖 차별이 횡행하여 민중은 살기 어렵고, 시절이 하 수상하였다. 이 힘든 시절에 한 가닥 희망이 있었으니, 쥬신의 별이 뜬 밤 태어난 쥬신의 왕이 나타나 온전한 차별금지법을 만들어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예부터 내려오는 전설이었다. 쥬신의 별이 태어난 밤 태어난 아이는 둘이 있었으니, 한 아이는 법무부 집안의 호계였고, 다른 한 아이는 이름 없는 집안의 담덕이었다.

민중들의 염원과 노력으로 마침내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게 되었으나, 호계에 의해 주도되던 차별금지법은 실제로 차별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차별을 더 강화시킬 우려마저 가지고 있었다. 실질적인 힘이 없는 법을 대충 만드는 시늉만 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호계의 뒤에는 특히 동성애를 두려워하며 두꺼운 차별의 벽을 쌓는 데 열중해 온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과 그 장로가 있었다. 담덕은 위기에 처한 차별금지법을 온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 빛이 하늘에 닿고 강을 적신다는 4개의 신물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4개의 신물이란, 첫째, 차별행위를 한 가해자에게 시정을 명령할 수 있는 현무의 신물(시정명령권). 둘째, 차별행위를 한 가해자에게 무거운 손해배상을 징벌로 내리도록 하는 백호의 신물(징벌적 손해배상). 셋째, 차별행위 가해자가 차별행위를 한 사실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가해사실이 인정되도록 하는 청룡의 신물(입증책임전환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땅에 횡행하는 차별의 수많은 근거들 중에서 호계가 차별금지법에서 빼버린 여덟 가지 차별의 근거(성적지향, 학력, 병력, 가족형태,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고용형태)를 차별금지법에 다시 포함시킬 주작의 신물이다.
호계와 한기총의 장로는 이 4개의 신물이 민중의 손에 들어가 온전한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4개의 신물을 먼저 찾아 영원히 봉해버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고, 이에 분노한 담덕은 4개의 신물을 찾아 길을 떠나는데.....
지금부터 펼쳐질 이 이야기를 ‘반차별사신기’라 부르겠다.

두둥, 번쩍



첫 번째 신물: 현무의 ‘시정명령권’

저벅저벅.
담덕은 십 여분 전부터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인기척을 느꼈지만, 모른 척 계속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담덕은 신물을 찾아 전국을 떠돌던 중 현무의 신물이 서울 성산대교 아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막 고수부지를 들어서는 중이었다. 따라오는 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담덕은 무기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뒤를 돌아보았다. "누구냐?" 칼을 빼든 담덕은 어둠 속을 노려보며 외쳤다. 마침내 어둠 속에서 정체를 드러낸 이들은 헤드폰을 끼고 팔을 크게 흔들며 빠르게 걷고 있는 일군의 아낙네들이었으니, 이들은 칼을 빼들고 있는 담덕을 힐끗 보더니 신경도 안 쓰며 ‘별 미친 놈 다 보겠네’라는 표정으로 연신 빠른 걸음걸이를 재촉하였다.
'휴우, 내가 신경이 예민하구나. 물이라도 한 잔 마셔야겠다.' 멀지 않은 곳에 회색의 정사각형 매점에서 라면과 음료수, 과자를 팔고 있는 가게가 있었다.
"생수 하나만 주시오."
"주인이십니까? 주인 되는 분만 가져갈 수 있는데.. 그게 그렇답니다."
매점의 장사꾼은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내가 쥬신의 별이 뜰 때 태어났소만."
그러자 갑자기 냉장고의 뒤편에서 푸른색 빛이 나더니 가장 뒤에 진열되어 있는 생수병 하나가 부르르 떨었다. 담덕이 그 물통을 꺼냈더니 뚜껑이 저절로 열리면서 물방울들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튀어 오른 물방울들은 담덕의 주위를 천천히 맴돌다가 지네들끼리 엉켜 떨어져 다섯 자의 글자를 만들었는데, 그것은 시.정.명.령.권 이었다.
"천 년을 기다렸습니다. 이는 물을 다스리는 서쪽의 수호신 현무의 신물입니다. 시정명령의 힘을 가지고 있지요. 차별을 행한 가해자에게 시정을 명하여 차별행위가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차별금지의 실효성을 높일 신물입니다."
"온전한 차별금지법을 만들기 위해 내 사람이 되어주겠는가?"
"짐을 꾸리겠습니다."

과천성의 법무부.
"담덕이 벌써 하나의 신물을 찾았다 하오."
"호오오계에니이임~ 우리가 머어언저어 나아아머지 시이인무우울을 찾아야합니다아아."
“1001 기사단을 보내 담덕을 해치워야겠소.”
1001기사단! 이들은 ‘찍음에 있어 부위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을 받들며 방패신공을 구사하여 민중들에게 온갖 횡포를 부려왔던 어둠의 기사단이었다.
“호오오계에니이임~ 그것보다아는 담덕으로 하여그음 나아머지 시인무을을 차았게하여 그것을 우리이가 빼앗느은 게 좋오을것 가앝습니다아아.”

두 번째 신물: 백호의 ‘징벌적 손해배상’

담덕은 물 장사꾼과 함께 경북 포항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물 장사꾼의 이름은 현고였다. 경북 포항에 쇠를 다스리는 백호의 신물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포항에는 커다란 제철소가 있습니다. 그곳 어딘가에 백호의 신물이 있을 것입니다.”
제철소는 아주 넓었다. 제철소를 모두 뒤졌지만, 백호의 신물은 찾을 수 없었다.
“광양에도 제철소가 있으니, 그곳으로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우선 요기를 하고 그리로 떠납시다.”
둘은 구내식당을 찾았다. 작업시간이라 그런지 구내식당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밥 두 공기 주시오.”
"주인이십니까? 주인 되는 분만 가져갈 수 있는데.. 그게 그렇답니다."
식당의 노동자는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내가 쥬신의 별이 뜰 때 태어났소만."
그 말을 듣자 짧은 순간 눈에 빛을 발한 그녀는 주방 뒤에 가서 커다란 쇠 국자 하나를 가지고 왔다. 갑자기 국자가 보라색 빛을 발하면서 공중으로 부양하더니 10회전을 더 한 후 식권을 파는 계산대로 가서 그곳에 있는 돈을 듬뿍 담아왔다.
자기 이름을 주무치라고 밝힌 식당노동자는 말했다.
“천 년을 기다렸습니다. 이는 쇠를 다스리는 동쪽의 수호신 백호의 신물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힘을 가지고 있지요. 차별을 행한 가해자에게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을 부과하여 차별을 행하지 못하게 강제하는 신물입니다.”
“나와 함께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해 떠나겠는가?”
담덕의 말에 주무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앞치마를 풀어 주방에 걸어두었다.

이때, 뒤에서 까맣게 몰려오는 1001기사단.
“백호의 신물을 내놓으시죠.”
“온전한 차별금지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럴 수 없군요.”
“그럼 강제로 빼앗을 수밖에 없지요, 공격!”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1001기사단은 “대열정비”를 외치며 방패를 앞세우고 전진해 들어왔다. 담덕과 현고는 힘껏 싸웠지만, 수적으로 열세여서 뒤로 몰렸다. 이때 현무의 신물이 초록빛을 발하더니 물방울이 튀어 올라 1001기사단의 병사들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이 물방울을 맞은 기사들은 “시정하겠습니다”, “잘못을 시정하겠습니다”를 고개를 쳐들고 목을 핏대를 세워 외치며 순간 공격을 멈추는 것이 아닌가! 이로써 담덕 일행은 현무의 신물의 도움으로 백호의 신물을 지킬 수 있었다.



세 번째 신물: 청룡의 ‘입증책임전환제’

담덕은 현고, 주무치와 함께 청룡의 신물을 찾아 길을 떠났다. 이번 목적지는 서울의 명동이었다.
“명동 어딘가에 청룡의 신물이 있다고 하니 청룡의 수호신은 아마도 옷을 파는 이나 은행원일 것 같습니다.”
“어서 가봅시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청룡의 신물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찾는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이번에도 일단 뭔가를 먹기로 했다. 그들은 가까이 있는 ‘관미성’이라는 이름의 중국집 안으로 들어갔다. 구석에 머리를 치렁치렁 기른 한 젊은이가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자장면을 먹고 있었다.
“자장면 곱배기 세 개 주시오. 근데, 저기 저 가면을 쓴 젊은이는 누구요?”
“아..네..저 사람은 우리집이 개업을 한 첫날부터 와서 날마다 자장면만 시켜먹고 있는 사람입니다. 누구를 기다린다나 어쩐다나? 하여간 주인인 저보다 더 자주 죽치고 있어 별명이 ‘관미성주’입죠. 하하.”
주인은 경망스럽게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곧 음식이 나왔다. 허둥대던 주인은 음식만 가져온 채 젓가락을 가지고 오지 않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현고가 주인을 다시 부르려고 하는 순간, 담덕이 그를 말리며 “바쁜 것 같으니, 제가 가지고 오지요”하며 젓가락이 수북이 쌓여 있는 그 청년의 식탁으로 다가갔다.
“젓가락을 가지고 가도 되겠습니까?”
"주인이십니까? 주인 되는 분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청년은 슬픈 눈매로 말했다.
나무젓가락 하나에 집착하는 청년의 태도에 흠칫 놀란 담덕이었지만, 침착하게 자신을 밝혔다.
"내가 쥬신의 별이 뜰 때 태어났소만."
순간, 청년은 자신의 심장 위에 있는 왼쪽 가슴 주머니에서 나무젓가락 하나를 꺼내며
“이걸 쓰시죠. 천 년을 기다렸습니다. 이는 나무를 다스리는 북쪽의 수호신 청룡의 신물입니다. 입증책임 전환의 힘을 가지고 있지요. 가해자가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차별행위가 인정되도록 하여 가해자의 책임회피를 봉쇄해 줄 신물입니다.”
“우리와 함께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길에 나서겠는가?”
처로라는 이름과 관미성주라는 별명을 가진 이 청년은 그 말을 듣자, 마지막 단무지 집어 들어 삼키고 주인장에게 작별을 고했다.

네 번째 신물: 주작의 ‘여덟 가지 차별기준’
(성적지향, 학력, 병력, 가족형태,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고용형태)

“네 번째 신물은 주작의 신물입니다. 이 주작의 신물은 반드시 우리가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 법무부 집안의 호계의 손에 들어갈 겨우 이 신물의 힘을 영원히 봉하여 여덟 가지에 대한 차별이 오히려 정당화될 우려마저 있습니다.”
“남쪽 제주도에 있다고 하니 어서 가시지요.”
도착하자마자 섬 여기저기를 다니며 신물을 찾아 헤매었지만, 여간해서 신물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보이는 식당마다 다 들어가 밥을 시켜 먹어봤지만, 이번에는 식당이 아닌 것 같았다. 제주도의 숲을 지나고 있는데, 그사이 해는 저물어 사위는 어느새 어둑어둑 해졌다.
휙-
바람을 가르며 어둠을 찢고 날카로운 암기가 일행을 지나쳐 나무에 박혔다. 순간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암기. 담덕 일행은 자세를 낮추었다. 알 수 없는 적들이 날린 암기는 십자가 모양을 한 날카로운 금속이었다.
“저건 한기총의 사제단이 쓰는 암기입니다.”
“한기총이라면 차별사유에서 성적지향을 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거란의 종교집단이 아닙니까?”
“주작의 신물은 한기총으로서도 절대 빼앗길 수 없는 신물인 셈이죠. 일단 어서 여기를 벗어나야겠습니다.”
담덕은 어릴 때부터 연마한 무공으로 암기를 쳐내고 긴급히 그 자리를 피했다.
“날이 어두우니 일단 어디 묵을 곳을 찾아야겠습니다.”
“저기 불가마찜질방이 있으니 오늘은 저기서 하룻밤을 보내도록 하지요.”
찾아간 불가마찜질방에는 주인은 없고 한 일꾼이 열심히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일행은 찜질방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방이 펄펄 끓어 잠을 이룰 수 없어 담덕이 불을 좀 줄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 아까 그 일꾼을 찾아갔다.
“불을 좀 줄여주시오.”
“저는 불을 피울 줄은 알지만, 끄지는 못합니다. 아이스방을 이용하십쇼.” 이 말을 하며 일꾼이 담덕을 돌아봤다. 순간, 일꾼의 눈이 번쩍였다.
“혹시..?”
“내가 쥬신의 별이 뜰 때 태어났소만.”
일꾼은 자신을 수지니라고 소개하며 들고 있던 부지깽이를 내밀며 말했다. “천 년을 기다렸습니다. 이것은 불을 다스리는 남쪽의 수호신 주작의 신물입니다. 여덟 가지 기준에 근거한 차별을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할 힘을 가지고 있지요. 바로 성적지향, 학력, 병력, 가족형태,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고용형태를 차별금지법에 삽입하게 만드는 신물입니다.”
“나와 같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지니가 말을 끊으며 답했다.
담덕은 급히 찜질방에 있는 나머지 세 명의 수호신을 불러냈다.
이로써 4개의 신물 4명의 수호신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



실효성 있는 온전한 차별금지법을 향하여

담덕과 네 명의 수호신은 해가 뜨는 새벽 제주도의 큰 산 한라산에 올랐다. 한라산 정상에 올라 네 명의 수호신이 네 개의 신물을 꺼내자 현무, 청룡, 백호, 주작의 빛이 서로 뒤엉켜 현란한 몸부림으로 하늘로 솟았다. “이 신물들의 빛이 사람 사는 세상에 닿을 때마다 어둠의 차별의 기운은 쇠하고 다양한 색들이 넘실대는 평등의 기운이 꿈틀꿈틀 퍼져 나갈 것이다.”
담덕은 작지만, 힘 있게 말했다.
떠오르는 붉은 태양 속으로 담덕 일행의 까만 뒷모습이 멀어져갔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아니꼬운 세상에, 일침회]는 재치있는 풍자와 익살스런 해학 담긴 수다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아니꼬운 세상에 일침을 가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인권오름 제 80 호 [기사입력] 2007년 11월 20일 23: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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