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깔깔] 붉은 연막 속 '리얼 플레이'

"여기는 2006년 6월 대~한민국 경기장입니다"

일침회
print


(아나운서) 네, 지금 여기는 등골빼 대 풀뿌리, 풀뿌리 대 등골빼의 경기가 펼쳐지는 2006년 6월 대~한민국 경기장입니다.

(해설가) 각 팀 선수를 소개하겠습니다. 등골빼 팀에서는 나몰라정부, 돈돈돈자본, 내맘대로언론, 밀어붙여경찰, 공만봐월드컵 선수들이 눈에 띄네요. 특히 저 공만봐월드컵 선수는 이번에 혜성같이 나타난 등골빼 팀의 히든카드죠. 풀뿌리 팀은 특별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여러 평범한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네, 휘슬 울리구요~ 먼저 등골빼 팀의 공격으로 경기 시작하는데요.

(아나운서) 공만봐월드컵 선수, 공을 드리블하고 있습니다. 이번 등골빼 팀의 공격은 모두 저 선수의 발끝에서 시작될 예정이라고 감독이 자랑한 바 있죠.
(해설가) 네, 강력한 개인기로 미드필드를 종횡무진하며 공격을 지휘할 선수입니다.

(아나운서) 공만봐월드컵 선수! 돈돈돈자본 선수에게 짧은 패스 시도하는군요. 돈돈돈자본 선수 공을 받아서 골문을 향해 쇄도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참에 우리 브랜드 좀 알려보자’ 기술로 가볍게 상대 수비 제치구요. ‘시청 앞 광장 접수’ 슛을 날리네요. 아, 들어가는군요!



(해설가) 아~ 풀뿌리 팀 수비수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슛인지 싸인이 서로 맞지 않아 허탈하게 한 골 허용합니다.
(아나운서) 네, 풀뿌리 팀 몇몇 선수들이 ‘자발적 축제인 양’ 기술에 속아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쉽게 골을 허용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숨을 가다듬고 드리블하는 풀뿌리 선수! 앗, 평택 지역에서 ‘올해도 농사짓자’ 기술을 이용한 패스를 시도하는데요, 이때 갑자기 따라붙은 밀어붙여경찰 선수, 강력한 경찰폭력 백태클을 가하는군요! 아~ 이거 이런 장면은 위험하죠~. 풀뿌리 선수 일어나질 못하고 있는데요. 반칙 장면 다시 한 번 보시죠.
아, 밀어붙여경찰 선수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서 상대 선수 얼굴을 순간적으로 찍는군요. 경기장에 저런 물건을 반입하면 안 되는데 말이죠.
(해설가) 아, 주심 옐로우 카드 꺼내드네요. 사실은 레드카드 감인데 말이죠. 방패로 심판까지 찍으려 하는데, 이런 장면은 안 되죠. 이 선수가 지난 경기에서도 고문.조작 등의 반칙으로 3경기 연속 출전 정지를 먹었던 선순데요.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군요~.

(아나운서) 네, 다시 경기 재개됩니다. 풀뿌리 선수 드리블 하고 있는데요, 미드필드에서 공만봐월드컵 선수에게 공을 뺏기고 마네요. 공만봐월드컵 선수, 뺏은 공을 오른쪽 날개인 나몰라정부 선수에게 긴 패스~ 성공하고 있습니다. 공이 날아가면서 붉은 연막을 경기장에 뿌려 상대 수비수가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군요. 나몰라정부 선수, 공을 한-미FTA 지역으로 빠르게 드리블 하고 있습니다. 아, 현란한 개인기! 빨간 연막에 힘입어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 있습니다.
(해설가) 저 기술이 ‘구체적인 협상내용 공개 안하기’ ‘통계 조작하기’ ‘근거 없는 막연한 황금빛 미래 그리기’ ‘경쟁력 없는 놈들 퇴출시키기’ 등 나몰라정부 선수의 장기들을 혼합한 기술이죠.
(아나운서) 네, 나몰라정부 선수 “타결”을 외치며 강력한 슛~. 아, 풀뿌리 진영의 수비수가 ‘멕시코 사례 들기’ 수비로 가까스로 공을 밖으로 처리합니다. 정말 위험한 순간이었는데요. 저 수비수, 아주 냉철한 선수예요! 멕시코 축구유학 당시 FTA의 참상을 제대로 목격했다고 하더군요.

(아나운서) 현재 점수는 1대0 등골빼 팀이 앞서고 있습니다. 풀뿌리 팀의 골키퍼가 길게 공을 차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공만봐월드컵 선수가 공을 낚아챕니다. 풀뿌리 팀의 공격이 번번이 공만봐월드컵 선수 앞에서 좌절되고 마는군요. 공만봐월드컵 선수, 다가오는 수비수를 보고 한 박자 빠르게 골문 가까이 있는 내맘대로언론 선수에게 패스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공을 따라서 붉은 연막이 뿌려지는군요.
(해설가) 아, 이게 웬일입니까?! 붉은 연막을 접한 일부 풀뿌리 팀 선수들 갑자기 유니폼을 벗고 빨간 옷으로 갈아입고 있군요. 네~ 몇몇 선수가 경기에 몰두를 안 하고 경기장 한가운데서 두 손 들고 뭔가 외치는데요. 입모양으로 봐서는 “때~안 미니?” 같기도 하구요. 하여간 알 수 없는 상황이군요.

(아나운서) 그러는 사이, 공을 받은 내맘대로언론 선수 ‘뉴스도 전부 월드컵’, ‘광고는 몽땅 빨간색’ ‘24시간 월드컵 싹쓸이 편성’ 기술을 섞어가며 골문을 향해 쇄도하고 있습니다.
(해설가) 네. 한편에서는 풀뿌리 선수 주장이 경기에 집중 못하는 동료선수에게 빠르게 다가가 “집 나간 정치적 이성을 찾습니다”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네요. 아, 선수들 다시 뛰기 시작하는군요.
(아나운서) 이러는 사이 내맘대로언론 선수,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 만듭니다. 슛~ 골인입니다. 내맘대로언론 선수, 골 세레머니로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는데요. 아마도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뜻인 것 같군요.
(해설가) 이때 선심이 깃발을 올리는데요. 아, 오프사이드인가요? 네~ 내맘대로언론 선수가 ‘언론 본분’보다 앞서나가 있어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는군요.

(아나운서) 자, 전광판 시계는 어느새 전반전 종료에 훌쩍 가까워진 상황에서 등골빼 팀의 프리킥 상황입니다.
(해설가) 풀뿌리 팀으로서는 아주 위험한 지역인데요, 이 지역에서 등골빼 팀은, 공만봐월드컵 선수가 공을 띄우면 내맘대로언론 선수가 ‘침묵’으로 받아 나몰라정부 선수에게 패스! 그러면 나몰라정부 선수는 ‘FTA 타결’로 슛하는 세트플레이를 많이 연습한 걸로 알려지고 있거든요.
(아나운서) 슛했습니다만, 공이 골포스트 맞고 골키퍼 잡습니다. 골키퍼 대단하네요. 아, 이때 전반전 종료 휘슬 울립니다.

(아나운서) 전반전 경기는 등골빼 팀이 1대0 앞서가는 상황에서 종료되었는데요. 오늘 전반전 경기 어떻게 보셨는지요?
(해설가) 전반전 경기는 아무래도 공만봐월드컵 선수의 ‘붉은 연막’이 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풀뿌리 선수들이 전반전 경기 내내 붉은 연막 때문에 많이 못 뛰었는데, 얼마나 회복해서 적극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경기 승패가 달라지겠죠.
(아나운서) 네, 그렇군요. 그러면 앞으로 후반전은 어떻게 예상하고 계십니까?
(해설가) 이번 전반전에서 등골빼 팀, 웬만한 기술을 다 선보였는데요. 이제까지의 전적을 살펴보면 늘 그랬듯이 전반전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글쎄요~ 등골빼 팀이 워낙 후반전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딱히 말씀드리기가 곤란하군요. 등골빼 팀에서도 전반전에서 골 차이를 많이 내고 싶어, 온갖 기술을 모두 선보인 것 같은데 말이지요.
한편 풀뿌리 팀의 전적을 살펴보면,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에서 막강 파워를 과시해 온 팀으로, 전반전에서는 상대 팀의 기술을 분석하기 위해 수비에 치중하고 후반전에서 갖가지 기술을 선보이며 화려한 역전승을 만들어온 터라…. 후반전, 예상하기 무척 어렵네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 그렇군요. 붉은 연막 작전 등 갖가지 술수를 써온 등골빼 팀이 승리를 확정지을 것인지, 아니면 풀뿌리 팀이 탄탄한 팀웍과 새로운 기술로 대역전극을 펼칠 것인지, 후반전 무척 기대됩니다. 그러면 잠시 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여기는 2006년 6월 대~한민국 경기장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아니꼬운 세상에, 일침회]는 재치있는 풍자와 익살스런 해학 담긴 수다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아니꼬운 세상에 일침을 가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인권오름 제 8 호 [기사입력] 2006년 06월 13일 19:03:49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