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의 인권이야기] 존재를 드러내는 것만으로 권력을 떨게 만드는 그대

0교시 수업으로 아침잠 설치고 미국산 쇠고기로 점심밥 먹고?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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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중고등학생 참여율이 높아 말들이 많다. 사회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해석’하느라 바쁘고, 정부는 이러한 행위를 억압하는 ‘실천’에 발 벗고 나섰다. 그간 한국의 중고생들은 ‘수업 받는 인간’이나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인간’ 이외의 모습으로 자신의 사회적 존재를 드러낸 적이 없다. 그래서 최근 촛불집회에서 발견된 이들의 존재는 이질적이다. 새로운 존재를 드러냄으로 이들은 기존 사회에 충격을 가하고 있는 중이다.

‘투명 인간’이었던 이들이 스스로를 드러내다

원래 이들의 존재는 사회적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들은 국가 교육 정책의 대상으로만 존재했고, 가정에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훈육 대상일 뿐이었다. 이들의 목소리는 철없는 아이들의 투정으로 여겨졌고, 자신에게 영향을 끼칠 여러 가지 정책과 과정에 참여할 기회는 봉쇄되었다. 이들이야말로 ‘투명 인간’이다. 이들은 다만 이따금씩 ‘자살’이란 극한적인 형태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었을 뿐이다.


위 사진:5월 17일 등교거부를 선언한 한 중학생이 거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외치고 있다.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이들 존재의 드러냄이 권력에게는 크나큰 위협이었나 보다. 정부는 연일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서 이들이 집회에 나오지 못하도록 애쓰고 있다. 선생님을 통해 이들의 존재 드러내기를 막는 것을 넘어, 최근에는 경찰력까지 동원하여 이들의 자발적 참여와 의사표현을 억압하고 있다. 권력은 동물적 감각으로 위험을 인지한 것일까? 그래서인지 무리수도 마다하지 않는 듯하다.

아는 사람들끼리 우스개 반 진담 반으로 현존하는 문서 가운데 가장 체제에 위협적인 문서는 무엇일까 얘기해 본 적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가? 공산당선언? 자본론? 그 중 자녀를 두고 있는 한 사람이 말했다. “유엔의 아동권리협약!” 우리는 그 순간 박장대소했지만 이는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그는 이 문서를 한 인간이 18세 이상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 보여주어서는 안 되는 문서라고 주장하였다. 18세 미만의 아동이 이 문서를 접하는 순간, 가정에서 부모의 권력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부모는 권력자의 지위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가정 내에서 작동하는 미시권력의 구조를 흔드는 불온 문서, 그것이 바로 아동권리협약이라는 것이다.

위험을 인지한 권력

지난 4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학생인권 내용 및 증진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재 한국 학생인권 수준의 열악함을 지적하였다. 법 제도의 결함도 지적되었고, 정부, 학교, 가정, 사회의 학생인권에 대한 저열한 인식 수준도 도마에 올랐다. 그리고 참석자 모두가 한국 사회에서 학생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는 정부 관계자도 참석했다.

위 사진:경기도교육청에서 “집회 참가 학생들의 인적 사항 및 주장 내용을 파악해 오라”고 각 학교에 지시한 공문.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정부와 교육당국은 바로 며칠 뒤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행정 집행을 감행했다. 학생들은 본인의 동의 없이 핸드폰 문자를 수색 당했고, 집회 참여자들은 이유 없이 협박과 체벌을 감당해야 했다. 심지어는 집회 신고를 한 학생이 경찰 조사를 받기까지 했다. 이는 아동권리협약이 보장하는 학생의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개인 정보 보호의 권리 등을 침해한 행위이다. 정부와 교육 당국도 아동권리협약을 불온문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0교시 수업’ 논란도 학생인권과 건강권을 무시하는 정부 및 교육당국의 기본 인식 및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청소년기 수면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나크다.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청소년기 학생들이 수면 문제를 겪는 경우, 신체적 문제, 대인관계 장애, 정신적 문제, 일상적 활동 장애 등을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신적인 문제로는 집중력 저하, 과잉 행동 등이 특히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신체적인 문제로는 비만과의 관련성이 지적되고 있다. 학습 능력이 오히려 저하된다는 보고도 많다.

학생들의 인권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답은 그들에게 있다

정부와 교육당국의 입시위주 정책은 현재도 학생들의 인권과 건강을 갉아먹고 있다. 한창 충분한 숙면을 취해야 할 시기에, ‘0교시 수업’ 때문에 아침잠을 설쳐야 하고, 보충 수업과 ‘야자(야간자율학습)’ 때문에 밤잠을 뺏기고 있는 것이 요즘 학생들의 현실이다. 학생인권과 건강권을 생각하는 정부와 교육당국이라면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오히려 정부와 교육당국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정책을 들고 나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인권과 건강권 보장에 앞장서야 할 정부와 교육당국에 의해, 오히려 구조적으로 정책적으로 침해되고 있는 학생들의 인권과 건강권은 누가 어떻게 보장해야 할까?

존재를 드러내는 것만으로 권력을 떨게 만드는 그대들이여, 해결책은 그대들로부터…….
덧붙이는 글
이상윤 님은 건강연구공동체 상임연구원입니다.
인권오름 제 104 호 [기사입력] 2008년 05월 20일 16: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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