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만한’ 몸의 구속은 없다

[삘릴리~ 학생인권 마술피리] (4) 몸으로 존엄성을 지켜라 … 신체의 자유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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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인권오름>은 ‘인권교육센터 들’과 함께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연속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학생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지만 학교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고 뒷짐 진 국가의 태도 역시 여전합니다. 학생인권을 지원하는 법률과 정책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학생과 교사들이 일어선다면 일구어낼 수 있는 변화는 많습니다.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설계도로서 학생인권에 관한 종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 가이드라인이 학생인권을 부르는 마술피리가 되어 인권이 꽃피는 학교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 20여 명과 학부모들이 교육청 앞에서 ‘체벌한’ 교사를 복직시켜달라고 요구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체벌한 교사에게 내려진 징계와 그 절차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우선 뒤로 하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체벌 교사 복직 운동’을 사제 간의 미담 정도로 여기면 되는 걸까?

사건은 이랬다. 5학년 담임인 장 모 교사가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은 이유로 학생 7명에게 앉았다 일어섰다 3백 회를 시켰고, 이 중 한 학생의 부모가 다리가 불편한 아이에게 벌을 줬다며 경찰에 고소, 결국 장 교사가 교체된 것. 그러나 다른 학부모들과 장 교사는 벌 자체가 과한 게 아니었고, 학기 초 학생들과 약속한 규칙이라며 체벌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몸이 견딜만한 벌이면 체벌을 가해도 괜찮은가? 규칙으로 정한 벌은 정당한 것일까? 게다가 학생이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게 교육적인가?

상처받는 건 몸 뿐이 아니야

체벌이란 신체나 도구를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타격을 주는 행위뿐 아니라 신체적 고통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그런데 체벌에 대한 논의를 할 때 빠지는 함정 중 하나가 바로 ‘교육적 효과 VS 인권침해’라는 대결 구도를 상정하고, 끝도 없이 미로 속을 헤매다 결국 ‘아직도’ 논의가 더 필요한 문제라며 흐지부지 끝을 맺는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아내, 노예, 수인 등에 대한 체벌이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용인되던 시대가 있었다. 다행히 현대에 와서 그런 행위는 폭력 행위로, 법으로도 처벌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학생은 여전히 체벌로부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집단으로 남아 있다. 학교는 계속해서 ‘학생을 바로잡기 위한 체벌’과 ‘학생을 해치는 체벌’을 구분하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지만 체벌을 통해 교정 받아야 하는 학생에게는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비참함과 폭력일 뿐이다. 지난 5월에는 강원도 춘천의 한 고교에서 수업 중 졸았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체벌을 당한 한 학생이 모멸감으로 인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위 사진:학생 체벌은 폭력일 뿐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제 19조에서 ‘모든 형태의 신체적 폭력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위원회 또한 일반논평을 통해 ‘신체적 처벌은 국제인권법의 근본적인 지도 원칙, 즉 개인의 존엄성에 위배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학생에게 어떻게 물을지에 대한 논의에 앞서 학생에 대한 체벌은 심각한 인권침해로,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학교가 인정하고, 이를 금지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교사가 직접 또는 다른 누군가에게 지시해 학생의 머리를 자르거나 학생 의사에 반해 미용실로 데려가는 일 등과 같은 강제이발은 금지되어야 한다. 학생을 향해 분필이나 책을 던지고,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거나 시험성적이 낮다고 벌을 주거나 단체기합을 주고 바닥에 무릎을 꿇리는 일, 청소도구를 물고 서 있도록 하는 일, 수업 중 화장실을 못 가게 하거나 벌을 주는 일 등 정당한 교육의 범위를 벗어나 학생에게 모욕감과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벌 또한 인권침해다. 학생이 준비물을 챙겨오지 못했을 경우 학교가 해야 할 역할은 벌을 주거나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체벌을 정당화할 것이 아니라 학생이 수업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여분의 준비물을 챙기는 등 원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다.

내 몸의 주인은 나

학교에서 교사가 친밀감과 공감 등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몸에 접촉하는 경우에도 학생이 그 표현을 수용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좋은 동기로 출발했다 하더라도 학생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학생의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거나 껴안는 것 뿐 아니라 특정 신체부위를 빤히 쳐다보는 등 학생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거나 원하지 않는 성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학생의 몸의 존엄성과 자유에 커다란 타격을 주는 행위이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들이 성폭력의 두려움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예방을 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학생에 대한 건강검진이나 의료 행위는 학생의 건강권이 충분히 실현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이를 통해 처벌의 근거로 사용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하기도 한다. 실제 2005년, 경기도 수원의 한 고교에서는 흡연여부를 확인하겠다며 학생들 몇 명에게 강제로 소변검사를 실시한 후 교내 봉사 등의 징계를 내렸다. 이는 엄연히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로 학생의 자발적인 동의 없이 실시되는 니코틴 검사나 금연침 시술, 신체검사를 거부할 수 있는 것 또한 학생의 ‘신체의 자유’로 보장되어야 한다.

빈자리 메워주는 꼭두각시 아냐

위 사진:세계요트대회 홍보 포스터
지난 6월 25일 경기도 화성시교육청은 전곡항 일대에서 열리는 국제 보트쇼와 세계 요트대회에 화성과 오산시 관내 초등학교 80개교와 중학교 35개교, 고등학교 17개교 등 모두 132개교(학생 9만여 명)에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는 학습권과 관계없이 학생들은 원하면 언제나 동원가능하다는 발상이 여전히 교육계에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다. 물론 학생들은 교과 수업 이외의 활동을 통해 지식이나 지혜를 얻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적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학교 내·외 행사 준비와 진행에 학생들을 의무적으로 참석하게 하거나 참석인원을 할당해 교사로 하여금 학생을 동원하도록 지시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특정 성향의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하는 일뿐 아니라 교육적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행사 참여에 봉사점수를 매겨 학생들이 점수를 이유로 참여를 결정하도록 해서도 안된다.

부득이하게 학교급식이나 교내 행사 준비와 진행 등에서 학생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경우에는 먼저 학생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동의를 구했다 하더라도 학생의 연령과 체력, 건강상태 등에 비해 과도한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지, 안전장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또한 동아리의 참여를 요청할 때에도 각 개별 학생들의 동의 여부에 따라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숙생활도 강요는 안돼

기숙사 입소의 경우 거리가 멀어 통학이 어려운 학생들을 고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성적 이상 학생 등의 기준을 정해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입소를 강제하거나, 원하는 학생이라도 기준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입소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도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또한 기숙생활에서 과도하게 통금 시간을 제한하거나 아침에 운동을 강요하고, 빠질 경우 벌점 처리를 하는 것 또한 금지되어야 한다.


체벌 등 강압적인 지도만이 학생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칠 수 있다는 생각과 ‘성인은 아동을 신체적으로 해칠 권리가 있다’는 믿음이 학교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들이 맞이할 것은 학생들의 저항뿐이다. 6월에도 광주와 춘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체벌과 강제이발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며 운동장에 모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통해 몸의 존엄성과 자유, 안전에 대한 권리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 이것이 학교가 지금 해야 할 일인 것이다.

학생인권 마술피리 넷째 소절 : <신체의 자유>

○ 학생은 교육의 전 과정에서 심한 상처나 창피를 주는 벌이나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 학생은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또한 학교당국은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학생의 몸의 존엄성을 존중하도록 지도·감독할 책임이 있다.
○ 학생은 교육적 목적과 상관없는 노동이나 행사에 의사를 반하여 참석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학교 당국 또한 학생에게 참여를 요청할 때 학생의 자발적이고 명시적인 동의를 얻어야 하고, 학생의 의사에 반한 일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 학생은 원하지 않는 기숙생활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학교당국은 기숙사와 합숙소 생활 과정에서 학생의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생활 규정에 학생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영원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http://dlhre.org)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10 호 [기사입력] 2008년 07월 02일 0: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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