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의 인권이야기]폭력의 중심에서 평화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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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마음의 평화를 갖기가 참 힘듭니다. 뭐 언제는 그리 평화로웠을까마는 요즘은 울컥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는 일이 많다보니 더욱 마음의 평화가 간절합니다. 마음의 평화를 가로 막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폭력 때문이었다는 결론입니다. 육체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접적인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지만 폭력을 목격하거나 폭력이 벌어지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쌓이고 나의 평화가 깨지는 것입니다. 최근 겪었던 폭력 중 몇 가지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려합니다.

7월 17일 한 시각장애인이 제물포역에서 추락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났습니다. 더욱 화가 나게 된 것은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으라는 요구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내용은 스크린도어는 설치계획이 없고 공익요원을 늘려서 배치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크린도어 설치계획이 없는 이유가 제물포역에는 안전펜스가 있기 때문이라는데 안전펜스가 결코 안전하지 않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증명된 것임에도 결국 비용의 문제로 안전의 문제가 뒤로 밀리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공익요원을 3명 추가로 배치하겠다고 한 것은 다른 역사의 인원을 조정하여 배치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단 사고가 발생해 시끄러워지자 다른 역의 안전은 생각하지 않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철도공사의 태도는 장애인에게 목숨을 걸고 이동하든가 아님 아예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비장애인에게는 스크린도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장애인에게는 생명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나에게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다른 이에게도 필요 없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이 사회가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맞춰지고 있고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이 없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해 시혜나 동정의 시선을 보내거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8월 16일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원들에게 단속되어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실에 구금되었습니다. 그중 여성 한명은 몸이 아파 치료중인 상태여서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요구했으나 묵살되었습니다. 미등록이주노동자를 한명이라도 더 추방시키기 위해 단속에 혈안이 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게는 사람의 생명은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봅니다. 그리고 남성 한명은 단속된 이후에 출입국직원에게 구타를 당했다고 합니다.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은 이 단속이 다른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정보제공으로 이루어졌다는 의혹입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보를 주고 자신의 체류를 보장받는 다는 것인데 이러한 거래를 만든 단속반원들은 인간으로서는 참 못할 짓을 했다는 생각입니다. 한 사람에게는 "네 친구들이 아니면 너야"라는 괴로운 선택을 하게 만들고 다른 이들에게는 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폭력을 당하는 상황을 만든 것입니다.
정부의 인간사냥과 같은 단속정책 때문에 사람들은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자로 인식합니다. 또 이주노동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나 일자리를 빼앗는 사람들로 인식하는 이데올로기기가 확산되면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정책이나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사람들을 무관심하게 합니다.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공포를 이용해서 타인을 배제하고 폭력을 용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눈에 띄지 않는 폭력의 위험성

우리는 폭력이라는 말에 쉽게 물리적 폭력을 떠올리게 됩니다. 물리적인 폭력은 신체상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심리적인 두려움을 만들기 때문에 물리적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데올로기의 폭력, 국가의 폭력 또한 심각합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이러한 폭력은 눈에 띄지 않고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 크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은 폭력 때문에 심각한 상처를 받았으면서도 그 폭력에 익숙해집니다. 그리고 폭력에 길들여져 저항할 힘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데올로기의 폭력이나 국가의 폭력이 당연시 되어 더 이상 그것이 폭력인지도 모르게 되는 것, 그런 폭력에 자신들도 동참하게 되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입니다.

요즘 국가의 폭력이 얼마나 억압적인가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5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촛불집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국가권력의 폭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이름으로, 법의 이름으로 폭력을 자행해온 정부가 시민들에게 폭력집회라는 이데올로기로 그들의 권리와 주장을 범죄화하고 억압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신체를 구속하고 표현을 억압하며 복종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사람들이 여전히 국가의 폭력에 대항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평화롭지 못하지만 이 저항으로 우리 모두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갖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 랑 님은 민주노동자연대의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18 호 [기사입력] 2008년 08월 27일 7: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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