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의 인권이야기] 국가가 ‘노인요양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실행 1년에 부쳐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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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때부터 우려가 많았던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실행된 지 1년이 지났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적했던 ‘수요공급 정책의 실패’와 ‘요양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및 요양보험의 높은 비용’과 ‘부족한 예방서비스’ 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부는 근본적인 문제해결방식보다 일시적인 ‘땜질’ 해결방안을 실행하여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한 문제를 왜곡하고 축소했다.

그런데도 보건복지가족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자식이 못하는 효도를 국가가 대신한다."는 취지가 달성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노인요양보호의 현실

노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질 낮은 요양서비스의 문제로 인해 노인 및 보호자, 가족들의 실망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최근 수원 보훈 요양원에 입소한 노인들이 일부 요양보호사들에 의해 구타, 욕설 등 반인권적인 처우와 먹을거리를 제한 받는 등 체계적이지 못한 운영체계로 인해 퇴소한 일이 있다. 그 외에도 서비스 대상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한정되어 있고, 본인이 내야하는 돈 부담도 있어 만족도는 기대보다 낮다. 노인들의 노후를 책임진다는 본연의 업무를 충실하게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요양보호사들 역시 답답한 마음은 마찬가지다. 사실 요양보호사들의 노동조건도 매우 열악하다.

위 사진:사진 출처 : 간병인 공대위


요양보호사의 과잉 배출, 불법과 편법의 온상

정부는 요양시설, 재가요양기관, 요양보호사 등 모든 물적, 인적 인프라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충분히 공급되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실제와 다르다. 정부는 당초 요양보호사 필요인력을 5만 명으로 추계했으나 실제는 42만 명이 넘게 배출되었으며 1,600여개 정도가 필요하다고 추계했던 재가 요양기관은 13,000개가 넘게 설립되었다. 8배가 넘는 요양보호사 과잉배출을 낳은 데는 정부의 부실 정책이 한 몫 했다.

게다가 요양보호사들은 교육기관의 난립으로 인해 부실교육을 받는다. 제도시행 전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교육기관 설립 주체를 비영리법인으로 제한하고, 지정제로 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교육기관의 난립은 요양보호사 부실교육, 불법자격증 판매 등의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불법자격증 문제로 900여명이 넘는 교육원과 교육생이 입건되었고 7명은 구속되었다. 전국에 1000개 넘는 교육기관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교육생 모집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요양보호사의 교육은 부실해졌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실업자격증으로 전락했다.

열악한 노동조건은 제도 불신으로 이어져

요양보호사의 노동권 박탈은 심각하다. 노인복지법상 요양시설의 경우 노인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을 채용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실제 근무시엔 요양보호사 1명이 10명에서 많게는 20명이 넘는 노인을 돌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요양보호사는 요양기관이 직접 채용하도록 되어있으나 시립 요양원조차 요양보호사를 파견하는 등 간접고용으로 고용하고 있다.

재가 요양보호사들은 시급제 노동자로 한 달 60~70만원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각종 성희롱 및 산업재해에도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이처럼 정부가 자랑하는 10만 일자리 창출의 실상은 대량의 저임금 비정규직 요양 노동자 양산이다.

이 뿐 아니라 요양보호사들은 대상자 유치를 위한 요양기관의 압박과 이용자들의 이해부족으로 인해 노인 복지 보다는 청소, 빨래 및 김장, 밭일 까지 떠 맞고 있다. 대부분 등급인정자가 신체능력 불균형으로 인해 일상생활 능력이 저하된 것인데 가사지원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지원하여 대상자들의 잔존 능력마저 잃게 만든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공단 요양직원들의 노동조건도 만만치 않다. 요양기관들이 대상자를 확보하기 위해 마구잡이식인 인정신청, 재신청 등을 반복하고 있어 인정조사량이 무한정 늘어나고 있다. 조사의 폭주로 공단 요양 직원들은 2인 1조로 조사를 하여야 함에도 대부분 1인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조사의 전문성, 객관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국민들이 제도를 불신하게 만들고 있다. 다른 한편 공단요양직원들은 과중한 업무로 유산하거나 입원하는 등의 문제도 낳았을 뿐 아니라 1인 조사는 성추행이나 폭력 등을 걱정하게 만든다.

위 사진:사진 출처 : 간병인 공대위

민간요양기관으로 요양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판다고?

현재 전체 요양기관 중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공요양시설은 2.9퍼센트, 공공재가기관은 1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법인 및 개인들이 운영하는 민관기관이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요양기관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요양서비스의 제고 방식은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인생의 마지막 시기에 필요한 서비스를 소득과 지역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공받을 수밖에 없다. 노인이라면 누구나 지역, 소득의 차이와 상관없이 필요한 서비스를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제도 시행의 취지가 아니겠는가.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이 필요한 때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정부는 문제를 왜곡, 축소하고 있다. 정부는 요양보호사 부실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기관 지정제 및 자격시험 도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미 1000여개가 넘는 교육기관 난립의 문제와 42만 명 이상 배출된 요양보호사의 재교육 문제에 대한 대책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또한 요양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우수요양기관에는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는 15000여개에 이르는 요양기관 전체의 서비스 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정부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제 5의 사회보험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제도개선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요구

교육기관과 요양기관의 개설 자격 제한하고 공공요양기관을 확대하라!
교육기관 및 요양기관의 난립과 과당경쟁, 이로 인한 서비스 질 저하 및 재정누수, 지역간 계층간 불평등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관 개설에 따른 공공적 기준을 도입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기관 및 요양기관의 개설 자격을 지자체 혹은 비영리법인으로 제한해야 하며, 최소한 요양시설은 개인 혹은 영리법인이 개설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공공요양기관을 확대하여 공공부문이 장기요양보험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시설과 인력수급을 지금처럼 민간시장경쟁에 내맡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계획에 따라 진입통제와 관리를 해야 한다.

시군구에 장기요양센터 도입하라!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서비스의 계획 수립, 연계, 사례관리, 평가 등의 공공적 사무를 담당할 기관이 전무하다. 따라서 대상자의 필요에 의한 서비스가 아니라 요양기관의 필요에 의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시군구별로 장기요양센터를 설립하여 대상자의 상태에 따른 적절한 서비스 계획 수립, 포괄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지역사회와 연계, 사례관리 등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급여 대상 확대하여 경증 노인에게 예방 서비스 제공하라!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명실상부 전 국민의 요양부담을 줄이기 위한 요양보험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급여대상을 요양등급 5등급으로까지 확대해야 하며, 특히 4등급 또는 5등급의 경증 노인들이 실질적으로 예방과 재활 중심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험재정에 대한 국가 부담을 현행 20%에서 보다 확대해 대상자 확대를 위한 기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국민부담 증가시키는 본인 부담율을 인하하고 비급여 통제 방안 마련하라!
국민부담 증가시키는 본인부담율을 인하하고 국고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필요한 경우에는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차상위계층의 본인부담을 없애고 법정 본인부담율을 10%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한다. 또한, 본인부담금이 증가하지 않도록 요양시설의 식대 급여화 및 비급여 남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 및 공단 요양 담당 인력 확대하고 요양기관 관리감독 방안 마련하라!
정부는 신고포상제를 중심으로 요양기관의 불법행위를 막겠다고 하고 있으나, 이는 정부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전체 요양기관에 대한 일상적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하고 부당청구와 부당운영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을 위해 지자체 및 공단의 요양담당 인력을 확대하야 한다.

요양기관의 인력기준을 강화하여 서비스 질을 개선하고 요양보호사 실업문제를 해결하라!
요양보호사 1명이 10~20명의 노인을 돌보는 방식으로는 서비스 질을 언급할 수 없다. 최소 근무인력 1명당 3명의 노인을 돌볼 수 있도록 인력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재가요양기관은 현행 요양보호사 3인 이상 채용기준을 최소한 상시근로 5인 이상으로 확대하여 영세요양기관의 난립을 막아야 한다. 또한 요양노동자의 고용형태 및 수에 따라 요양보험수가를 차등지급하여 요양기관 스스로 서비스 인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 30만명이 넘는 요양보호사의 실업문제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요양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요양보호사 재교육 방안마련하고 요양보호사 근로조건을 개선하라!
현행 법상 요양보호사에 대한 보수교육은 2년에 8시간으로 되어 있으며 그나마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보수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보수교육 방안을 마련하고, 요양기관에서 일상적으로 요양보호사 교육을 하도록 하여 요양서비스 질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요양기관에 만연한 요양보호사 파견제도를 철폐하고 요양보호사 직접고용 원칙이 바로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가요양기관의 월급제를 도입하고 요양보호사에게 근로기준법 및 산재법이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09년 7월 1일
노동시민사회단체 일동(공동주최 단위 이하 연명)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서울본부, 민중복지연대, 병원노동자 희망터, 빈곤사회연대, 사회진보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 이윤보다인간을,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전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진보신당, 참여연대,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연대(준), 한국여성민우회, 사회서비스시장화저지공동대책위원회
덧붙이는 글
이재영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60 호 [기사입력] 2009년 07월 08일 16: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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