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요의 인권이야기] 가난한 사람들이 추울 수밖에 없는 이유

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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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다. 올해는 정말 눈이 많이 내렸다. 오늘도 아침에 집을 나오려고 현관문을 여는데 정말 깜짝 놀랄 만큼 눈이 높게 쌓였다. 사실 대구는 눈을 보기 정말 힘든 곳이다. 내가 어릴 때 이곳에 이사 와서 지금까지 살면서 대구에서 펑펑 오는 눈을 본 기억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 것 같다. 그것도 눈이 쌓이는 것이 아닌 그냥 좀 내리다가 그치는 정도였다. 예전에 우스갯소리로 눈이 오는 것을 보고 신나하면 아직 아이이고, 걱정하면 어른이라고 하던데, 이제 수북이 쌓인 눈을 보고도 즐겁지 않는 것을 보면 이제 나도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눈이 달갑지가 않다. 추운 겨울이 싫다. 정말 어른이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겨울이 다가오면 난방비부터 걱정이다. 나는 지금 기름보일러를 사용한다. 하지만 방을 데우지는 못한다. 씻을 때만 겨우 사용하게 된다. 매일 밤 방을 데우려면 한 달 월세만큼의 난방비를 감당해야 한다. 현재의 나의 재정으로는 그것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너무 추운 이번 겨울이 나는 싫다. 무섭다. 상황이 의식을 만들어낸다고 하더니……. 정말 추운 겨울이 나를 어른으로 만드는 것 같다.

얼마 전 한국에너지재단은 긴급난방연료 2차 지원을 발표했다. 단체 회원들에게 알렸더니 반가워하였다. 기초생활수급자이고 파산면책자가 대부분인 회원들은 겨울만 되면 난방비 걱정을 털어놓는다. 어디 지원받을 때가 없는지, 겨울은 일자리도 없다며 더욱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나 역시도 냉골 방에서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살아가는데 뾰족한 방안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 18세 이하의 아동을 가진 기초수급자 가구만 지원이 가능해서 대상이 아주 한정적이었지만 올해처럼 한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런 지원이 연장되어 진행된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위 사진:[그림] 윤필


하지만 이런 일시적인 지원은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이제 ‘에너지 빈곤층’, ‘에너지 양극화’라는 말도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졌다. 추위가 오면 서민들과 빈곤층은 주거난방으로 인하여 가계 부담이 더욱 커진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몇 해 전 대구지역에서는 인권단체와 주민단체들이 모여 ‘주거난방기본권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를 발족했다. 서민과 빈곤층의 대중적 난방연료가 되고 있는 난방유에 대한 과도한 조세 폐지, 저소득층 및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주거난방비의 보조 등을 요구했다. ‘주거난방도 인권이다’라고 외치며 시장 통을 돌며 선전전도 진행했다. 동절기 주거난방 역시도 주거권의 연장에서 사회적 책임을 제기한 것이다.

정부가 저소득층의 난방에 지원하는 것은 오로지 연탄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달동네에서 연탄만 쓸 것이라는 낙인된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90년대를 넘어오면서 대부분의 가정은 연탄보일러에서 기름보일러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난방비를 감당하기 힘드니깐 다시 연탄보일러로 옮겨가는 가구도 늘고 있다. 저소득층 가구는 겨울철 비싼 난방유 가격으로 인해 허덕인다. 반면, 소득 상위가구는 지역난방, 도시가스 난방으로 인해 오히려 더 적은 난방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난방으로 인한 소득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구조는 소득이 높아질수록 안전하고 편리한 에너지를 값싸게 소비하며, 소득이 낮아질수록 위험하고 불편한 에너지를 비싸게 소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서민들의 가장 중요한 난방연료가 되고 있는 난방유에 대하여 과도한 세금을 매기기 때문이다. 전력과 지역난방에는 조세가 부과되지 않고 있고 도시가스에는 특소세와 안전관리부담금만 부과되고 있다. 이에 반해 석유류 제품의 경우 특소세 등 여러 가지 조세가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한국은 세계적으로 난방유의 세금부과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 이러한 점들은 현재의 난방용 에너지 조세체계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소득 역진적 조세체계임을 말한다. 이러한 특소세 폐지와 함께 당시 주거난방기본권대책위는 대구시를 비롯한 지자체에 저소득층에게 동절기에 한시적으로나마 주거난방보조금지원을 요구하는 조례 제정운동과 지역도시가스설치비에 대한 지원조례 등을 요구했다. 저소득층의 주거난방의 현실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라는 것이다.

위 사진:[그림] 윤필


무엇보다도 난방용 에너지가 사회적 기본권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인 시각으로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난방비의 세금을 얼마 낮추는 문제가 아니라 서민과 빈곤층의 공평한 에너지 접근에 관한 기본권에 관한 문제이다. 혹한기에 전기와 가스공급을 중단하지 않는 정책이 에너지 생존권에 관한 문제라면 서민들과 빈곤층의 공평한 에너지 이용을 보장하는 정책 또한 에너지 기본권이자 사회권의 문제일 것이다. 현재는 주거난방기본권대책위의 활동이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있지만, 당시에 제기하였던 문제의식과 요구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주거난방과 인권의 문제는 매년 겨울이 되면 우리에게 찾아온다. 특히 오늘처럼 추운 날에는 집에 빨리 돌아가 몸을 녹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하루 동안의 노동으로 피곤한 몸을 편안하게 풀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방안 가득 찬 공기를 한 움큼 들이마시고는 온 몸을 웅크리고 잠을 청한다. 추운 겨울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면서.

덧붙이는 글
아요 님은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238 호 [기사입력] 2011년 02월 15일 14: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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