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핵 신화를 넘어] 국민의 돈으로 만드는 찬핵 문화재단

원자력 문화재단의 해체는 에너지민주주의의 시작

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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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핵 홍보와 핵발전 수용성의 관계

지난 4월 20일, 서울 ㄷ 초등학교에서는 원자력 일일교사 행사가 개최되고 있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하 재단)이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와 관련 차세대들에게 “원자력과 방사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하여” 마련한 것이다. 재단 이사장의 강연과 더불어 직원 20여 명이 일일교사로 참여하여 방사선 측정실험, 원자력계통도 만들기, 도전 골든벨, 신재생 에너지 체험 등을 진행했다. 이 행사는 일회성이 아니어서, 이제까지 전국에서 35만 7천여명의 학생이 핵발전 산업계의 전․현직 임직원으로부터 원자력일일교사제를 수강했다고 한다.

재단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 대한 사업들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어서, 이러한 사업에는 원자력 탐구 올림피아드, 에너지 카라반과 동아리 활동 지원, 원자력 이해나눔, 행복한 원자력에너지 페스티벌 등으로 이어진다. 지금도 재단의 홈페이지에는 “제20회 원자력 공모전” 공지가 걸려있다.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원전 수출에 대한 나의 생각,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원자력 에너지, 녹색에너지 원자력으로 만드는 행복한 세상 등 세 개의 주제로 글과 그림을 응모하게 하여 총 3,879만원을 시상할 예정이다.

한국 국민의 핵발전 수용성은 세계 전체나 핵발전이 이루어지는 나라의 평균치보다도 훨씬 높은 편이다. 지난 해 12월, 역시 재단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민 중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지지한다’는 91.0%, ‘원전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는 71.0%로 나타났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핵발전소 유치를 찬성하는 비율이 30%를 넘기기 어려운 것과 대조적이기는 하지만, 핵발전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경향은 분명하다. 이 경향은 2004년 부안 방폐장 저지투쟁 이후 하락했다가 꾸준히 상승하여, 지난 해 아랍에미레이트(UAE) 핵발전소 수출 결정으로 90%가 넘을 정도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물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여론 경향은 급속히 역전되고 있지만, 재단은 분기마다 정례적으로 행하던 여론조사를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위 사진:한국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

이렇듯 높은 핵발전 수용성은 많은 부분 압도적인 찬핵 홍보에 기인한다. 재단은 불과 몇 해 전까지 공공연히 방폐장과 핵발전을 옹호하는 ‘공익광고’를 TV와 지면을 통해 내보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도 핵발전 찬성 메시지를 포함하는 자사 광고를 내보내는 것을 감안하면, 일반 국민은 하루에 수십 차례나 찬핵 광고에 노출되는 셈이다. 재생에너지나 스마트그리드, 에너지 절약 등을 포함하여 광고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밑에 깔린 논리는 핵에너지도 깨끗하고, 중요하며, 포기할 수 없는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 환경운동 진영에서 한 해에 수차례 벌이는 반핵 캠페인이나 교육활동이 이토록 전방위적이고 압도적인 찬핵 홍보에 일단 양적으로 대적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재단은 광고 외에 일일교사제처럼 국민에게 체험형 행사로 직접 다가가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재단이 진행하는 국내외 핵발전소 현장 견학은 대표적이다. 한국인의 핵발전소 현장방문 전후의 사회적 수용도 변화를 분석한 2008년의 논문을 보면, 현장 견학 이후 원자력 이해도는 3.96에서 4.24로, 원자력 이용 확대 공감은 4.29에서 4.48로 유의미하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원자력 문화재단, 전기요금에서 빼내 운영하는 게 맞나

이렇듯 찬핵 문화를 기초(foundation!)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는 재단이 생겨난 것은 1992년이다. 1990년 안면도 핵폐기장 건설 반대투쟁이 커다랗게 일어나자, 이에 놀란 노태우 정부가 “원자력에 대해 무지한 국민들을 일깨우기 위해서” 일본 원자력문화진흥재단을 본 떠 설립한 것이다. 이후 재단은 한해 120억 원이 넘는 풍족한 사업비를 가지고 핵발전 홍보에 전념할 수 있었다. 최근 5년간 SBS 드라마 <마이러브>, KBS 2TV <스펀지 2.0>, KBS 1TV <퀴즈 대한민국> 등에도 슬그머니 끼어든 재단의 찬핵 PPL(간접광고) 비용만 28억 원에 달한다.

안면도, 굴업도, 부안을 거치는 동안 지역 주민과 반핵운동은 작은 승리들을 얻곤 했지만,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라는 커다란 무기는 시나브로 찬핵을 ‘상식’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핵발전은 안전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이라는 상식(?)까지 말이다. 그러나 재단의 사업비는 실은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에서 3.7%를 떼어 조성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충당된다. 핵발전에 찬성하지 않는 국민도 자신도 모르게 재단의 사업비를 보태고 있고, 이는 핵발전에 드는 비용으로 포함되지도 않는다.

핵발전의 신화를 지탱하는 핵발전 마피아의 이해관계 구조는 여전히 굳건하며, 후쿠시마 사고로 당분간 주춤하더라도 찬핵 여론몰이는 조만간 재개될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에 대처하는 일본과 한국의 정부, 업계의 기만적이고 권위적인 자세에서 보듯 에너지는 권력과 민주주의의 문제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을 묵인하고는 공정한 에너지 여론을 얻을 수도 없고,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기도 어렵다. 말하자면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을 해체하는 일은 에너지 민주주의의 첫걸음이다.

그래도 핵산업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핵산업을 담당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자사의 부담으로 하고, 재단의 기능이 그 아래로 들어가면 된다. 굳이 재단을 존속해야 한다면, 이 또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통해 ‘재생에너지문화재단’이나 ‘에너지전환재단’으로 명칭과 기능을 바꾸는 게 맞다. 일단 내년부터 국민의 세금이 국민의 동의 없이 핵발전 홍보에 쓰이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김현우 님은 진보신당 녹색위원장/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입니다.
인권오름 제 248 호 [기사입력] 2011년 04월 26일 15: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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