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정옥의 인권이야기] 으슬으슬 맹맹... 환절기 감기 이야기

공유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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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여름이 끝날 무렵, 농사짓는 형님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가을인가보다, 벼베기가 시작되었으니 말이야”라구요. 그걸 보고서야 알게된 건데, 가을을 느끼는 방식은 사람마다 참 다릅니다. 농사짓는 형님은 들판을 보면서 가을을 느끼고, 연애하고 싶어하는 후배는 옆구리가 시려서 가을을 느끼고, 저는 마루에 펴두었던 돗자리를 말아치우거나 장롱 속의 두꺼운 이불을 꺼내면서 가을을 실감합니다. 그 중에서도 온몸으로 가을을 느끼는 분들이 참 많더군요. 요맘때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 환절기 감기 덕분에 말이지요.

감기란 콧구멍, 목구멍, 기관지에 바이러스가 감염되어 생기는 병입니다. 수십 종류의 바이러스에 의해 생길 수 있는 기침, 콧물 따위의 증상들을 뭉뚱그려서 부르는 말이지요. 원인균이 하도 많아서 그런지 감기는 참 흔한 병입니다. 오죽하면 영어로 감기를 common cold(흔한 감기)라고 부르겠어요.

흔한만큼 참 지겨운 것도 감기입니다.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흐르는 코감기, 목이 칼칼하고 붓는 목감기, 열이 나고 으슬으슬 오한이 나면서 온몸이 쑤시고 아픈 몸살 감기…. 때에 따라 증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하루하루 생활하는데 여간 귀찮은 게 아닙니다.

게다가 감기에 걸렸다고 그러면 누가 알아주기나 하던가요. 흔해빠진 게 감기인지라 주변 사람들도 별로 걱정이나 배려를 해주지 않고, 좀 쉬고 싶어도 “감기 정도로 되게 엄살이네”하는 비아냥을 듣기 일쑤이지요. 그러니 별 수 있나요. 몸의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서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병원에 가거나, 그도 안되면 약국이라도 찾아가게 되고, 그조차도 안되면 ‘쐬주에 꼬춧가루 팍!’이라는 독한 약을 들이키면서 마음의 위로를 찾곤 하는 게지요.

그런데 사실 병원에 간다고 뾰족한 수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감기가 참 흔하고 하찮아 보이지만, 아직 현대 의학으로는 그 치료약을 개발하지 못했거든요. 감기 치료약을 개발하면 노벨 의학상은 따놓은 당상이라지 않습니까.

어쨌든, 상황이 이러하니 병원에 가보았자 별 도움을 받기가 어렵겠지요. 어쩌다 몸살이 심하면 엉덩이 주사 한 방에 좀 시원해지기는 하지만, 대개는 약 며칠분 받아오는 게 끝이거든요. 이 감기약이란 그저 기침 멎는 약, 콧물 말리는 약, 열 내리는 약... 이런 식으로 환자가 불편하게 느끼는 증상을 완화시켜서 좀 편안하게 느끼도록 해줄 뿐이지요. 종합감기약이니 뭐니 하는 것도 이런 약들을 두루두루 합쳐 놓은 것에 지나지 않아요. 그러니 “약을 먹으면 보름, 약을 안 먹으면 15일 가는 것이 감기”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요. 결국 감기를 떼는 것은 우리 몸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다, 이거거든요.

자. 그럼 감기에 잘 걸리지 않으려면, 또 감기를 빨리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숨쉬기 - 공기가 건조하지 않도록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건조한 공기를 들이마시면 코와 목구멍 속도 건조해지는데, 이렇게 되면 콧구멍과 목구멍 속에 바이러스가 달라붙어도 이걸 청소해낼 수가 없거든요. 결국 감기에 걸리기는 쉽고, 낫기는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참, 마스크를 쓴다고 감기 바이러스를 막지는 못합니다. 바이러스가 워낙 작아서 마스크 사이 구멍으로 충분히 들락거릴 수 있거든요. 하지만 마스크는 들이마시는 공기에 습기를 더해주는 휴대용 가습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감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단, 반드시 깨끗하게 빨아서 사용해야겠지요.

2. 먹기 -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고 신선한 과일을 충분히 먹습니다.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 자체로 가습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몸 속의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주어서 좋구요. 신선한 과일 속에 들어있는 비타민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니까 감기 바이러스를 무찌를 힘이 더욱 커지게 되지요.

3. 잠자기 -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상식입니다만, 실제로 며칠간 잠을 잘 못 자고 피로가 쌓이면 감기에 걸리기 쉽습니다. 피로가 누적되어 우리 몸의 방어력이 떨어지면 평소에 거뜬히 이겨내던 감기 바이러스를 무찌르지 못하여 감기에 걸리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감기에 걸렸을 때는 잠을 푹 자는 것만으로도 치료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4. 씻기 - 감기를 예방하려면 손과 얼굴을 자주 씻고, 양치질을 거르지 않도록 합니다. 이렇게 해서 코나 목구멍 속에 감기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설령 들어왔다 하더라도 씻겨 나가도록 해주는 것이지요. 감기가 심하거나 몸이 춥다는 핑계로 잘 씻지 않으면 감기가 잘 떨어지지 못하는 데다가 몸이 청결하지 못해서 다른 세균에 의한 2차 감염에 걸릴 수도 있으니, 아플 때일수록 더 부지런히 씻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쭉 쓰고나니까 참 쉽지요. 평소에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 감기 뿐 아니라 건강 전반에 다 좋은 얘기이지요. 하지만 정말로 실천하려고 마음먹고 보면, 하나도 쉽지가 않습니다.

우선 공기만 보더라도 그렇지요. 적정 습도를 유지해야 좋다는 건 알지만, 사무실이건 공장이건 매장이건, 실내이건 실외이건, 가습기 한두 대 틀어서 해결될 리 만무합니다. 습도는 고사하고, 먼지라도 좀 줄었으면 좋겠다는 게 현실 아닌가요.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일도, 나 혼자 부지런떤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더운물이 아무데나 있는 것도 아니고, 일하다 말고 물 마시러 들락거리는 것도 한두 번이지요. 물 많이 마시고 화장실 자주 가는 일은 또 얼마나 귀찮고 눈치 보이는지…. 자는 건 또 어떤가요. 충분히 자면 건강에 좋다는 걸 우리가 언제 몰라서 덜 잤느냐구요.

만일 우리가 감기에 걸렸을 때 아무 부담 없이 하루이틀 푹 쉬고 일어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감기 기운이 슬금슬금 느껴지면 일찌감치 조퇴해서 집에 돌아가 깨끗이 씻고, 아랫목에 누워서 따뜻한 물을 듬뿍 마시면서, 과일을 깎아 먹고 늘어지게 잠도 자고, 그렇게 하루이틀 쉬다가 몸이 개운해지면 가뿐하게 출근하는 겁니다. 그러면 감기환자는 금방 나아서 좋을 뿐 아니라 굳이 몸에 좋지도 않은 감기약을 돈주고 사먹는 일도 없어지니 몸에도 좋을 테구요, 동료들로서는 감기를 옮지 않아서 좋을 테구요, 사람들이 감기약을 덜 사먹고 병원에도 덜 가면 건강보험 재정 부담도 줄어들어 좋겠네요.

그런 시절이 오면 환절기 감기로 가을을 느끼는 사람들보다는 높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황금빛 벌판을 바라보며,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가을을 느끼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지겠지요?
덧붙이는 글
공유정옥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입니다.
인권오름 제 26 호 [기사입력] 2006년 10월 25일 2: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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