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안녕한가요] 두물머리 네 농부 인터뷰①: 농부들의 근황

로맨스조․벌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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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의 끝자락에 두물머리 네 농부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1년이 지난 뒤 두물머리 농부들의 모습을 두 차례에 나누어 발신합니다. 두물머리 농부들의 근황과 근미래.

(등장인물: 로–로맨스조, 임–임인환, 병–김병인, 왕–최요왕, 규–서규섭, 디–디온)


0. 발신

2012년 8월, 기상청의 기록은 이렇다.
전국의 평균 최저기온(23.1℃)은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높았으며, ‘일강수량 80mm 이상일수’(1.4일)는 세 번째로 많았음. 평균기온(24.7℃)은 세 번째로 높았음.

2012년 8월, 내 몸의 기록은 이렇다.
진흙탕과 땀의 냄새, 꺼멓게 탄 채 오고가는 사람들의 피부, 피어오르는 모기향과 밤새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그리고 웃음, 터지는 울먹임, 고함과 속삭임, 새벽 산책과 투쟁, 여름 땅을 식히던 폭우와 뙤약볕에 익어가는 토마토의 물컹한 냄새, 생태화장실, 생명력을 자랑 하듯 하루가 다르게 무섭도록 자라나던 작물과 풀숲, 강제 집행을 저지하고자 포크레인 위에 올라갔던 한 친구의 사진, 비옥한 흙 속을 갈지자로 마음껏 헤집고 다녔을 축축한 지렁이들, 그리고 수 십 명을 먹여 살리던 갓 지은 밥의 내음, 두물머리. 그 농지의 내음.

2012년 8월, 고백하자면 나는 그 곳에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함께’ 했다고 기록한다. `함께’가 가능했던 건 행정대집행 기간 동안 두물머리에 모여 있었던 사람들의 뜨거운 발신 덕분이었다. 어떤 이는 sns를 통해, 어떤 이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으로 그리고 일기로, 사진으로, 기사로, 노래로, 춤으로, 대안적인 삶을 이야기하는 토크쇼로, 아이들과 흙을 빚어 조물닥거리며 만든 조그만 인형으로, 나는 두물머리에 접속되었다. 그곳에 없었음에도 그곳에서 함께 했다고 믿을 수 밖에 없는 공유된 기억을 애써 기억하려는 몸. 그래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무더웠던 작년 여름의 이 의아한 경험을 기상청의 데이터가 아닌 마음의 온도로 기억한다.

2013년 8월, 그로부터 1년의 시간이 흘렀다.
`팔당공대위’와 `국토부’의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이후 농지사수를 함께 외치던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제 자리를 찾아 떠났다.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양수 역에서 멀지않은 한 해장국집에서 네 농부를 만났다. 네 명의 농부들을 한 자리에서 본 건 정말 오래간만의 일이다. 김병인 농부(이하 병)와 최요왕 농부(이하 왕), 서규섭 농부(이하 규)는 김치찌개를 주문했고 인터뷰어인 로맨스조(이하 로)는 선지해장국을 주문했다. 임인환 농부(이하 임)는 속이 좋질 않아 식사는 하지 않겠노라 했다. 우리는 지금 빙 둘러앉아 네 명의 농부로부터 행정대집행, `그 이후’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위 사진:[사진: 두물머리 네 농부]

1. 근황

'안 좋아도 싱글벙글, 좋아도 싱글벙글'
'억대 빚쟁이 & 지주'
'근황이 곧 농사'

로: 요즘 근황이 어떠세요.

임: 현재 양배추하고 무 심었고 생강 키우고 있고.

로: 양배추랑 무 심으셨어요? 파 안 심으시고요?

임: 응. 파는 못 심었어.

로: 왜 양배추랑 무를 심으셨어요?

일동: 으하하

임: 아..갑자기 당황스러운데.(웃음) 판모를 못 구했어.

로: 병인형님은 요즘 어떠세요?

병: 배추 심었어. 배추. 땅은 흙 받았고 흙 받은 것이 너무 다져져서 다시 뒤집는 작업을 하는데. 쌩땅이니까… 거기다가 우리 영농조합 회원님이 소를 키우시는데 그분의 축분을 열 두 차 받았어요. 내일부터 흙을 뒤집는 작업을 하는 거예요. 돌도 좀 골라내고. 그 작업을 하고 있고. 부용리 15평에는 배추를 세 두럭 심고 두 두럭은 9월 초에 달랑 무, 총각 무 그거 두 드럭 심을려구.

로: 농사 이외에 사람들과 공유 할 만한 개인적인 일들이 있으시다면.

병: `풀씨’ 아이들 풍물 가르치는 것 하고 땅울림 사람 풍물 모임 하는 거 하고, 아 참. 지난주에 `유랑 농악단’ 이 와 가지고 아주 재밌게, 땀을 뻘뻘 흘려 가면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주) 유랑농악단 www.facebook.com/groups/302436779770590/

로: 또 앞으로 놀 계획이 또 있나요?

병: 추수 축제 때 또 한 번 해야 될 거 같구요. 그렇지 모. 그 다음에는 내년 넘어갈 런지, 송년에 한번 놀게 될 런지. 크게 놀 거는 그거.

로: 요즘 기분은 괜찮으세요?

병: 뭐, 언제는 내가 모… 안 좋아도 항상 싱글벙글.(웃음) 세상 내가 인상 쓴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좋아도 싱글벙글.

로: 주로 근황이 농사 이야기겠네요. 농사가 곧 일상이니. 그럼, 작물은 언제부터 심으실 계획이세요?

병: 우선 흙하고 축분하고 버무려 놓으면 우선 대공부터. 물 나올 수 있도록 대공부터 공사 들어 갈 거예요. 관정을 뚫어야 돼. 대공. 물이 나와야…

왕: 지하수 (조용히 한마디 거든다.)

병: 물관 설계가 들어가고 하우스가 들어가고, 겨울 농사가 되면 좋은데 안 되면 내년 봄 농사부터죠.

로: 요왕 형님은 지금 농사준비 어떠세요?

왕: 조또. 안 되고 있지 모.

로: 땅은 준비되신 거예요?

왕: 땅은 다들 기본적으로 준비되어 있는 상태고. 우리계약을 언제 했냐?

규: 5월 달

왕: 5월 달이냐? 6월 아니냐?

규: 5월 말, 6월초 즈음

왕: 그때 나하고 규섭이가 먼저 땅을 해결을 했는데 그때부터 빚쟁이의 길로 제대로 접어들었지. 노예 계약서 딱 쓰고.

병: 그것도 억대

왕: 에이 씌발 그러면서.

규: 지주반열에 오른 거지

왕: 지주 반열에 올랐대. 와하하하

(일동 웃음)

병: 억대 빚쟁이 반열에 오르면서 지주 반열에 올랐어.

왕: 그러고 나서 유월 초 오월 말이냐. 6.7.8 두 달 이상을 농사 시작하고 집중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으니까 이제. 많이 지나갔겄지. 그나마 나야 도저 동막골에 같이 있어서 일하면서 잊어버리는 부분도 많이 있었는데 규섭이도 많이 힘들었을 거고. 이제 감자 캐고 그러고 나니까 또 공황상태고.

디: 공황상태?

왕: 공항에 간다는 얘기가 아니고 `공. 황.’

디: 왜 공황상태예요?

왕: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을 못하니까 그러지. 일단 먹자.

(각자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입과 손놀림이 바빠졌다.)

로: 5월에 땅은 마련이 됐고 6.7.8월에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계획대로 안 된 이유가 혹시 있나요?

왕: 규섭이가 말해 줄 거야.

로: 그러면 농사 말고 다른 일은 있었나요?

규: 요왕 형, 글 써, 요즘.

왕: 아. 쓸 데 없는 얘기 말고.

규: 글 쓰잖아. 지역 신문에 칼럼 써.

병: 그것도 있고 시를 하나씩 발표를 하는데 음유시인이야.

로: 근데 신문 칼럼을 쓰세요?

왕: 돈 준다고 그래서.

디: 줬어요? 돈 줬어요?

왕: 몰라. 춘배가 준다고 해서. 주겠지? 주겠지.(웃음)

로: 신문은 무슨 신문 이예요?

규: 시민의 소리.

로: 아. 양평 시민의 소리. 주)양평 시민의 소리 www.ypsori.com/

왕: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엊그적에 하나 썼는데. 그게 내 근황인가.

로: 칼럼이라 하면 주제가 있잖아요.

규: 시론이야. 농업 분야의 시론.

로: 시론이 뭐지?

디: 칼럼보다 높은 거 같은데.

왕: 칼럼이지 뭐.

왕: 사설은 아니고 어떤 사람이 사진 올려놓고 시사나 사회현안에 대해서 한마디씩 하는 거야. 한겨레신문 제일 끝에 있는 거 같은 거.

규: 농업 대표로 뽑혀 가지고.

디: 깔깔깔

규: 영광스러운 거야. 나중에 도의원이나 출마해도 되는 거야.(웃음)

일동: 깔깔

로: 이번 시론의 주제는 뭐예요?

왕: 맨날 하는 소리지. 하천부지 농지 다시 복원 되야 한다는 거지. 모.

로: 그 신문이 지금 나왔어요?

왕: 목요일 날 찍었을 거야. 근데 배포되는 건 모르겠네. 나도 못 봤어 아직.

로: 중요한 근황이셨네요.

로: 규섭 형님은 어떠세요?

규: 난, 뭐 하느님의 은총 안에.(웃음)

왕: 주여. 할렐루야. 성호를. 으ㅎㅎㅎ

로: 그 말을 들으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드네요. 어딘가 멀리 가시려는듯한 느낌도 들고.(웃음) 현실이 너무 각박하니까 성령에 의지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웃음)

왕: 귀! 의!

규: 나도 별 반 다를 거 없이 지내고 있어. 땅 해 놓고. 기반시설 진행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안되는지 이런 거 알아보려고
덧붙이는 글
로맨스조․벌꿀 님은 두물머리 밭전위원회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65 호 [기사입력] 2013년 10월 10일 18: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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