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안녕한가요] 두물머리 생태학습장의 첫 번째 단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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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주> 두물머리 싸움이 일단락된 후 1년이 지났다. 4대강 공사의 문제들이 공식적으로 불거져나오는 요즘, 두물머리와 그 곳 사람들의 소식이 궁금해진다. <인권오름>은 두물머리밭전위원회가 기획, 발송하는 두물머리 1년의 소식을 연재한다. 강이 강처럼 흐르고, 땅이 땅처럼 펼쳐지는 세상에서 사람도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목소리를 기억하면서.

2012년 8월 14일 늦은 저녁, 두물머리의 유기농민 5인은 천주교의 중재로 정부 측과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의 주요 내용은 농민들은 즉시 자진철거를 하고, 정부는 두물지구의 사대강 사업을 시행하며, 이후 두물머리를 오스트레일리아의 세레스와 영국의 라이턴 공원을 모델로 삼아 생태학습장을 만들고, 생태학습장 조성에 필요한 비용은 정부가 지원하며, 민관 협의기구를 꾸려서 구체적인 추진해나간다는 것이다.

자전거 길을 내고 공원을 만드는 사대강 사업이 유기농 보다 공익적이니 당장 하던 농사를 접고 떠나라던 정부의 횡포에 맞서 농민과 수많은 시민들이 연대하여 싸워 온지 꼬박 3년만의 결과였다. 합의문이 발표되는 순간, 두물머리에는 농민들뿐만이 아닌 많은 시민들이 함께 있었다. 이미 수 주일 전에 정부는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내 무력을 동원하여 강제철거를 하겠노라 선포를 하였고, 사람들은 유기농부들의 정당성을 지키고 사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함께 두물머리에서 유기농텐트촌을 꾸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합의문을 접한 사람들은, 강제철거라는 폭력적인 극단적인 결말을 피했고 서로를 무사히 지켜냈다는 기쁨, 결국 농민들은 떠나게 되었고 이제 두물머리에서 농사는 못 지게 되었다는 아쉬움, 이곳에 생태학습장을 만든다는 이후의 과정이 새로운 국면에서 무엇을 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막막함, 정부가 과연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킬 것인지에 대한 의심 속에서 모두들 기쁘면서도 걱정스럽게 밤을 지새웠다.

최후의 저항지 두물머리의 앞날은?

사실, 두물머리 생태학습장을 민관 협의로 만들어나가겠다는 합의의 사회적 의미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서술할 수 있다. 사회적 갈등을 상생의 대안으로 화해하고, 두물머리를 개발이 아닌 생태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지역민의 삶에 기반 하지 않는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개발 방식에 제동을 걸고, 다른 길로 가는 중요한 첫 걸음을 뗀 뜻 깊은 사건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의 친환경과 녹색으로 덧칠된 과장법에 넌더리가 나 있으며, 불신의 벽은 높았고, 대화와 협력의 과정은 지난할 것이 뻔히 보였기 때문에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었다. 사대강 사업 최후의 저항지였던 두물머리는 앞으로, 정말, 어떻게 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1년이 지난 지금, 두물머리 생태학습장에 대한 진정성은 아직 조금은 의심쩍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키고자 했던 생태적 가치는 여전히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두물머리는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이며 지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34억의 예산이 배정된 생태체험학습장은 올해 12월 20일 준공 예정이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2년 9월 11일, 정부 측과 농민들이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조성 협의기구가 발족되었고 그동안 2명의 지역 주민 위원이 추가로 참여하여 지금까지 24차례 협의회의가 진행되어왔다. 최종적인 생태학습장 프로그램과 운영방안은 올 12월까지 논의될 예정이다.

올 8월 29일 양수리에서는 주민설명회가 있었고, 이때 지금까지 확정된 주요 내용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두물머리 생태학습장은 총 28만㎡ 부지로 적지 않은 규모인데 크게 5구역으로 구분된다(이 중 3,4구역이 기존 유기농단지였다). 신양수대교 북쪽 1구역은 하수처리장을 활용한 ‘자연 및 대안 에너지 체험장’으로 조성되며, 북한강변 2구역은 기존 연밭의 두렁길을 살려서 생태관람로로 활용하고 한강 자생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 3구역은 ‘체험텃밭과 정원’이 공존하는 생태학습장의 가장 핵심적인 학습공간이 된다. 두 강이 만나는 지점인 4구역은 두 개의 산책로 정도만 두고 자연 상태로 보존한다. 5구역은 원래 많은 관광객이 오가던 산책로로 이미 있는 시설을 그대로 두고 ‘문화역사체험구역’으로 한다.

9월 30일, 24차 협의체에서는 두물머리 생태학습장 프로그램 개발 연구팀의 중간보고가 있었고 이때 대략의 두물머리 생태학습장의 개발 방향성과 기본 프로그램이 소개되었다. ‘생명가치 구현과 지속가능한 지역 행복’이라는 비전과 ‘공동체 회복, 생태 복원, 지역 활성화’라는 목표가 제시되었다. 주요 프로그램은 24절기별 자연체험과 산책을 위한 ‘생태기반 프로그램’, 마을 문화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지역공동체 기반 프로그램’, 퍼머컬처와 적정기술 등의 ‘농업 기반 프로그램’이다. 생태학습장이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운영되기 위해서 지역민을 위한 생태해설가 양성과정이나 퍼머컬처 코스 등이 초기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제안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생태학습장과 연계된 마을기업 생성 등 지역 활성화의 싱크탱크로서 기능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제시되었다.

두물머리 생태학습장의 조직과 운영의 형태 방안

생태학습장 계획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운영조직과 운영방안에 관해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연구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만약 관할 지자체인 양평군인 운영의 전권을 갖게 될 경우, 두물머리 인근 세미원이 위탁업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별도의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을 꾸린다면 새로운 운영조직체의 구성과 출범이 필요하다. 과연 두물머리 생태학습장의 조직과 운영의 형태는 어때야 할 것인가?

첫째, 생태학습장은 그 공공성과 생태적·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야 하며, 이를 위해 계획 과정과 운영의 투명성, 시민 참여의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두는 방식의 운영 주체가 필요하다. 이는 두물머리 생태학습장이 조성되게 된 맥락과 취지를 이해할 때 무엇보다 고려될 수밖에 없는 원칙이다. 생태학습장은 두물머리의 생태와 유기농으로 대표되는 생명 가치를 지켜내려고 했던 농민을 비롯한 수많은 시민들의 노력과 정부의 한강 친수공간의 공익적 활용이라는 계획의 타협점이 한편, 이러한 사회적 합의와 화해의 상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몇몇 전문가의 기본구상안과 계획서가 생태학습장의 성공적인 운영을 담보하지 않으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최소조건일 뿐이다. 조성된 직후만 잠시 그럴듯한 생태체험학습장 보다는 초기에는 작더라도 다양한 참여로 열려 있어서 자립적으로 진화해나갈 수 있는 운영 주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두물머리라는 장소성을 훼손하지 않고 의미를 이어나갈 수 있는 운영 주체이다. 생태체험학습장이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며 생태적 배움이 직간접적으로 일어나는 곳으로 이는 명확히 그곳의 장소성을 근거로 삼는다. 장소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 아니며 의미의 지층이 오랜 시간에 걸쳐 켜켜이 쌓인 공간이다. 따라서 유기농 발상지, 팔당댐 수몰지, 한강 물류 교역의 중심지, 수많은 사람들을 비롯한 강변 생명체들의 삶터로서의 두물머리의 이야기를 삭제시키면 안 된다. 관광객의 시선으로 땅을 읽고,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돈이 되는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기존의 지역 개발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기 위해서 이러한 장소성에 대한 고민을 끈질기게 해나갈 주체는 매우 중요하다.

셋째,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과 대화하고 더불어 갈 수 있는 운영 주체이다. 이전에 사대강 사업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지역민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으며, 생태체험학습장이 조성된 이후에도 지역 활성화에 관한 다양한 의견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때문에 행정적인 통보와 요식적인 소통이 아닌 직접적이고 진솔한 주민과의 대화를 해나갈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두물머리에 관한 사회적 의미와 관심을 지속시키며 대안적인 도농교류의 모델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운영 주체이다. 사대강 사업에 저항하는 지난 4년 동안, 2만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두물머리를 방문하여 함께 농사짓고 다양한 생태문화를 향유하면서 생명의 가치,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의 양식을 공유해왔다. 이로써 두물머리는 몇몇의 농민이 유기농을 짓던 땅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생태학습장은 농민을 비롯한 지역 주민만의 꿈이 아니며, 강을 사랑하고 더 이상 지역이 망가지는 것을 원치 않는 우리 모두의 꿈이기도 한 것이다. 수도권 시민들은 양수리 지역이 상수원으로서, 먹거리 공급지로서, 이제는 생태관광과 레저 휴양지로서 기능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이중 삼중의 지역 개발 규제가 존재해왔던 양수리가 이제는 폭등하는 땅값과 교통체증이라는 몸살까지 앓고 있다. 삶터로서의 지역을 훼손시키지 않고 도시와의 조화로운 관계는 불가능할까? 도농교류로 포장된 일회용 농촌 관광지가 아닌 도시와 지역민이 서로 동등하게 배우고 서로를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상호작용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원칙들을 고려했을 때 두물머리 생태학습장은 민관협력의 독립적 운영조직으로 새롭게 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두물머리의 프로그램을 독식하여 계획하고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제안하고 운영할 수 있는 소규모의 주체들을 양성하고 지원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치적주의자와 먹튀 권력가들에 맞서기 위해

얼마 전 사대강 사업이 대운하로 추진되었으며 안정성 등의 문제가 있다는 감사원의 발표와 이 사업의 생태적·경제적 효과가 전무하다는 SBS 스페셜 방송이 있었다. 완공 후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 대국민 사기극 사대강 사업의 전모가 이렇게 공식적으로 드러나니 분노의 감정 이전에 허탈함이 더 컸다. 매번 이런 식이다. 잘못된 대규모 국책 사업과 지역개발은 국민을 매번 허탈감과 무기력에 빠뜨리며 뒤통수를 친다. 그리고 그 이후로 모두가 망각한 사이에 좀비처럼 거듭 되살아난다. 그러므로 100년을 계획해서 추진할 일을 1년 만에 해치우려는 치적주의자와 먹튀 권력가들을 다루는 방법 중 하나는, 잊지 않는 것이다. 일개 정권의 주도가 아닌 다양한 주체의 협력에 의거하여 차근차근 과정을 통해 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인 두물머리 생태학습장의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질 때까지, 아니 그 이후까지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봄날 님은 두물머리 밭전위원, 대안연구단 입니다.
인권오름 제 366 호 [기사입력] 2013년 10월 23일 21: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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