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끙] 성노동자냐 피해자냐 이분법을 넘어, 구체적인 현실을 이야기하자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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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이룸의 주된 목적 중 하나는 ‘성매매여성의 인권향상’이다. 이를 위한 눈에 보이는 활동으로 보자면, 작년 성매매여성의 안전에 관한 포럼이 있었고, 최근 성판매여성만 비범죄화를 위한 연대 기구에 참여하여 함께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동일한 목적을 가진 이 두 가지의 활동이 제각기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안전 포럼에서는 ‘성노동을 인정하자냐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았고, 비범죄화 주장에 대해서는 성매매 여성 모두를 피해자로 본다, 성노동자의 권리신장에는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연 그런가?

안전은 성노동자라서?

모든 경우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성매매 일을 하다가 폭행, 성폭력, 절도, 살인까지……. 수위는 다르지만 다들 겪는 위험들이 있다. 이런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들은 나름의 안전지침(일종의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 이런 지침이 서로 공유되면 좋지 않을까? 라는 문제의식으로 포럼을 진행했다.

더 나아가, 구매자의 횡포, 폭력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다치지 않고 일 할 수 있을까?, 업주는 말 그대로 업주니까 여성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 않을까?, 현재 5:5의 업주와 여성간의 수입 분배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여성들이 취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성매매 일을 하면서 받는 피해를 현존하는 고용-피고용 상의 문제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등등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위 사진:사진출처: 2012년 이룸 기획포럼[새로 고침] 성매매 여성, 안전을 말할 수 있는가 웹자보

이를테면, 서울역에 노숙인의 동사를 막기 위해 전열장치를 설치했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전열장치 설치가 노숙인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혹은 더 많은 노숙인을 양성하기 위한 대책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성매매 여성에게도 현재, 일할 때만큼은 보장 받아야할 최소한의 것들-권리나 안전망을 구축해 나가야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것, 이룸이 그 동안 피해 지원을 해오면 들었던 고민이었다.

비범죄화는 성매매 피해자라서?

성매매방지법에 의하면, 성매매는 불법이어서 피해자(로 규정된 사람-강압이나 선불금 등)가 아니면 모두 자발적 선택을 한 범죄자가 된다. 법의 이러한 규정은 성구매자나 업주, 알선업자 등에게 매우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하게 결과를 낳고 있다. 예를 들어, 성매매 과정 중에 폭력이나 절도,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등 구매자의 횡포에 경찰에 신고하고 싶다가도, 신고한 여성은 성매매 범죄자가 되기 때문에 신고를 꺼리게 된다. 업주나 알선업자의 부당한 대우에 있어서도 법적인 보호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니가 신고하면 너도 처벌 받는다’ 사실이 성매매 여성에게 주요 협박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경우도 자주 목격한다.

지금처럼 성매매여성에 대한 낙인과 편견이 많은 사회에서, 성매매 전과자가 되면서까지 자신의 안전을 위해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신고나 고소를 포기하는 경우를 안타깝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위 사진:출처 : 참소리

성매매 여성을 보호하겠다는 법이 되레 협박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성매매여성에 대한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것은, 성매매여성의 최소한의 권리와 안전을 보장하라는 것의 또 다른 결일뿐이다.

성노동자도, 성매매 피해자도!

성노동을 인정하며 갈 것인가, 모든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볼 것인가, 이것은 활동하는데 있어서 그다지 주요한 근거가 아닌 것 같다. 운동은 현실에 발을 딛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중요한 만큼, 지금 여기, 성매매를 둘러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들이 자꾸 자꾸 이야기되고 널리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더군다나, 세상에 마치 없는 것같이 취급되는 무관심의 영역이 성매매 아니던가.

더군다나 최근 성매매 당사자 여성들도 조금씩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도 그렇고, 성매매 여성들의 비범죄화를 요구하는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의 이야기도 있고, 화류계언니들 블로그에 당사자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다양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도 더 많이 퍼져, 어떠한 현실이 벌어지고 있는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이야기 되면 좋겠다.

성매매 여성들의 현실에 대해 보다 많이 공론화될 때, 해결되는 것이 많아지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허허 님은 이룸 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367 호 [기사입력] 2013년 10월 31일 16: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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