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끙] 언니 그렇게 살면 안돼요?

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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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열정 시민들을 만나게 된다. 반짝이는 눈과 진지한 자세로 고민을 나누는 경우도 있지만 “성매매 하는 여자들 왜 이렇게 많은 건가요?” “왜 업소 단속을 안 하는 건가요?”의 태도가 많아서, 질문과 관심이 온통 ‘그 일을 하는 (문제 있는) 여자들’에 쏠려있는 게 대부분이라 지겹고 피곤하고 어디서부터 설명할지, 설명을 할지말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어떤 여자들일까

처음 이룸에서 ‘언니’를 만났던 장면이 기억난다. 아무렇지 않기도 하지만 왠지 요상한 기분. 모자이크 너머 가려져 있던 얼굴들이 다방 오토바이를 타고서, 맥양주집 근처에서 스쳐가는 게 아니라 생생한 한 사람으로 내게 드러난 거였다. 여성들을 향해 쏟아지는 호기심과 궁금증이 이 날의 나의 요상한 기분을 생각해보니 참 이해도 된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고, 씌워진 이미지는 참으로 많고. 그 중에 진실이 뭔지는 정말로 모르겠으니 얼마나 물어보고도 싶을까.

위 사진:라라의 작업실 중에서

‘그 사람들 어때요’라는 질문에 나는 뭐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얼마 전 파산면책이 끝나서 상쾌한 기분의 유나언니를 얘기할까 아씨발 몰라를 입에 달고 사는 복자언니를 얘기할까. 내가 전화만 하면 무슨 일 있나 싶어 겁먹은 목소리의 윤숙 언니를 얘기할까. 질문자가 갖고 있는 편견을 반박하기 위해 아닌 예들을 들어가며 적극적으로 말할 수도 있겠다. 사치가 심하냐고 물으면 혜정언니가 얼마나 성실히 검소하게 사는지 말할 수 있고 정말 밖에도 못 나가냐고 물으면 ‘에이 출퇴근 자유로워요’로 일축해버릴 수도 있겠다. ‘성매매 여성은 이렇습니다’ 라고 말하는 게 애초에 가능하긴 한 건가. 결국에는 내가 본, 내가 아는, 내가 판단하고 해석한 그 무엇이라서 이게 맞나 싶어서 무슨 말을 떼기가 움츠러든다.

언니 그렇게 살면 안돼요?

가끔 어떻게 그 돈 받고 일하냐며 활동가들을 불쌍히 여기는 언니들을 만난다. 언니가 한창 벌 당시의 수입을 생각하면 우리가 버는 돈은 우스운 건 사실이다.

송이언니는 업소 일을 정리하고 쉰 지 오래되었고,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와중에 나와 만나게 되었다. 직업적성검사와 함께 현재 언니가 취업이 가능한 업종과 급여를 알아보다가 대뜸 내 월급을 물어왔고 이 언니도 나를 불쌍히 여겼다.

송 : 옷가게도 150만원 정도밖에 안 준대. 난 그 돈 갖고 못 살아.
나 : 150만원 이면 괜찮네. 왜 못 사냐. 다들 그러고 사는 구만.
송 : 그러니까 너는 차라리 나은 거야. 나처럼 살다가 갑자기 안 그러려고 해봐 못 한다니까.
나 : 아니 그래서 지금 뭐야. 내가 부럽다는 거야?
송 : 어 난 진짜 네가 부럽다니까.

욕인지 칭찬인지 모르겠는 이 대화 뒤에 여러 가지 생각이 뒤섞였다. 왠지 성매매방지상담원으로서는 그래야 할 것 같다. 성공적인 탈업과 재유입 방지를 위해서 새로운 맞춤형 일자리를 알선하고 거기서 벌수 있는 돈의 규모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재무교육을 진행하고.(그리고 성공적 탈업 사례로 통계치에 잡히고.) 돈의 단위를 아예 다르게 쓰던 사람에게 이건 매우 중요한 과정이고 또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위 사진:경계 밖의 여성

내가 부럽긴 하지만 나처럼은 못 산다는 송이언니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었다. 업소 일을 더 이상 안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나처럼) 구질구질하게 살 수밖에 없고 그럴 수 있어야 된다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그것일 뿐 언니는 나와는 다른 삶의 경험과 시야를 갖고 있고 거기서 생겨나는 다른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일 텐데. 누가 누구의 삶에 넌 이렇게 살아야한다고 그게 옳다고 함부로 말하는 게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한 달에 백오십 벌어갖곤 난 못 살아’라고 말하는 언니가 있다. 이 언니한테 사치스럽고 허영심 많아서 성매매 하는 거라고 손가락질 하고 싶으면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소비가 어떻게 해석되는지, 왜 성매매로 번 돈을 펑펑 쓰면 안 되는지, 왜 어떤 노동과 어떤 노동 사이에 위계가 생기는지 네가 먼저 설명해라. 3500자로 제출할 수 있다면 그거 읽고 나서 진지하게 들어줄지 말지 결정할란다.
덧붙이는 글
기용 님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371 호 [기사입력] 2013년 11월 27일 15: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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