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김형준의 못 찍어도 괜찮아] 괜찮아요

박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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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청소년들과 몇번의 특강으로 이뤄진 사진수업,
첫 번 째 수업이 시작했습니다.
1시간정도 시간이 지났을까요.
이것저것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사진에 설명하던 시간에
한 친구가 갑자기 책상바닥을 주먹으로 '쿵쿵' 하더니
자신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찢기 시작한 것이죠.

갑자기 정적이 흘렀고,
그 친구는 사진을 4등분, 8등분 정도로 찢더니
소리를 지르더군요.

저도 당황했지요.
교육시간에 프린트한 사진을 제가 보는 앞에서
찢는 건 처음 봤기 때문이죠.

뭔가 사진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이거 제가 가져도 되요? 제가 버릴 게요.'
하면서 사진을 찢는 친구들이 있기는 했지만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5초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래요. 음……. 뭔가 답답하거나, 힘든 일이 있나 봐요.
사진을 찢어서 뭔가 답답한 일이 해결된다면 좋은 일이겠죠?"
대답이 없었지요.
"지금 말하기 힘들면, 말하고 싶을 때 얘기해주세요.
사진이 싫어서 그런 건 아닌 거죠?
사진이야 필요하면 다시 프린트하면 되니까요. 괜찮아요."
라고 얘기해주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벤트가 끝나고
교육을 마치고 그 친구에게 다시 한 번 질문을 해봤지만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보조교사님이나 다른 선생님한테 물어보니
오전부터 약간 답답한 일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상황에 대해 선생님들께 말씀을 드리고
수업정리를 하고 기관 문을 나서봅니다.

'과연 내가 대처를 잘했을까.
그게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잘 대처하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그..그렇지요?


덧붙이는 글
박김형준 님은 사진가이며 예술교육가 입니다.
인권오름 제 380 호 [기사입력] 2014년 02월 12일 16: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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