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으로 기억하는 4.16] 세월호 참사 1년, 피해지원법에 피해자는 없다

홍조
print

[편집인 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겠다는 약속은 참사 당일에 벌어진 일을 기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존엄과안전위원회'는 우리의 삶에서 이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참사에 직면하자고 제안한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열망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할 때 사회를 바꿀 힘이 된다. 매주 <인권오름>에 실릴 글이 질문을 함께 품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은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4월 16일이 다가온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는 아직 출발선에 서 보지도 못했다. 그 사이 두 개의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나는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제정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아래 세월호 특별법)’이고, 또 다른 하나는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아래 피해지원 특별법)’이다. 세월호 특별법은 조사인력의 충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전혀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반해 피해지원 특별법은 이미 시행령까지 공표된 상태로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 문제와 의료 및 심리치료 지원, 추모사업 전반에 대한 법 집행이 조속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이 상황을 바라보는 피해자들과 많은 시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월호 특별법은 그 출발선에 서 보지도 못했고, 피해지원 특별법은 머지않아 배보상 등의 절차를 끝내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과정 모두에서 박탈당한 피해자들의 권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는 사실이다.

배보상은 피해자들의 당연한 권리

현대의 재난참사는 자연재해와 인재의 구분이 모호하다. 사회적 체계의 미성숙이 자연재해를 포함한 대부분의 재난참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래서 재난참사에 대한 사회적 책무는 우선적으로 국가가 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난참사에 대한 국가의 사회적 책무는 진상규명에서 시작하여 피해의 온전한 복구와 피해자들의 재난 이전 상태로의 회복을 포함한다. 나아가 또 다른 재난참사의 예방을 위한 활동을 통해 조금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토대를 마련하는 전 과정에 걸쳐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피해지원은 빨리 끝내버려야 할 무엇인가가 아니라, 점진적으로 피해자들의 사회적 복귀가 가능한 여러 지원활동을 기획․집행하는 연속적이고 장기적인 과정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공표된 피해지원 특별법과 시행령은 지나치게 피해를 협소하게 규정하고 일회성의 지원 대책만을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 결과적으로 국가는 재난참사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방기의 수준을 넘어서 피해지원을 시혜적인 정책의 일부분으로 환원시켜버림으로써 피해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위 사진:3월 17일 진행된 세월호 인양촉구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 (출처: 4.16 가족협의회)

재난참사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피해를 발생시켰다. 피해자 가족들은 소중한 공동체의 일원을 잃었다. 생존자들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고통의 기억이 새겨졌다. 화물트럭 피해자들은 가족의 삶을 책임질 전 재산을 바다에 묻어 버렸다. 국가는 세월호 참사에서 예방할 수 있었던 이차적 피해를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 구조 활동은 처참히 실패했다. 그 실패는 피해자들을 광화문으로 청와대로 국회 앞으로 나올 수밖에 없게 했고, 일부 피해자들은 더더욱 스스로를 집안에 가둘 만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참사의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왜 그/녀의 가족들을 잃게 되었는지 원인을 알 길이 없다. 결국 피해자들은 직접 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전국을 다니며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서명을 받았다. 성역 없는 진상조사에 대한 요구를 무시하고 묵살하려고 하면서 국가는 피해자들의 권리를 박탈했다. 재난참사의 직접적 피해와 이차적 피해는 누적되어 피해자들이 잃어버린 가족을 애도하고 기억할 권리를 빼앗았다. 생계수단을 잃은 화물트럭 기사들과 진도 어민들에게 남겨진 생계의 고통은 오롯이 그들만의 몫으로 강요되었다. 그래서 배보상은 빼앗긴 인권을 회복하는 지원과정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배보상은 재난참사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당연히 주어져야 할 기본적 권리다.

숫자로 결정해버린 피해의 수준

탈출과정에서 화상을 입고 여전히 치료받는 피해자들이 있다. 세월호에서 살아남았으나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직장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가족을 잃은 고통이 너무 크지만, 숨소리도 내지 않고 참아내는 그/녀가 있다. 바닷속을 헤매던 민간구조사들의 뼈는 괴사되고 후유증에 생계가 막막하다. 전 재산이 수장되어 당장 가족들의 생계가 막막하지만, 일손 놓고 버티는 화물기사들, 자원봉사를 위해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을 뛰어다녔건만 무기력한 구조와 수색활동에 마음의 상처를 간직한 사람들, 바다가 생계의 전부였던 진도 어민들... 세월호 참사로 인한 피해의 수준은 아직도 파악되지 않았다. 그 피해의 수준은 어느덧 일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조사조차 시작하지 못한 현실 때문에 점점 누적되고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피해지원 특별법의 결론은 참 간결하다. 의료 지원 1년, 심리치료 지원 5년, 치유 휴직 6개월...

숫자는 피해의 수준을 결정해버렸다. 생존학생들은 친구를 잃었고, 무능한 정부를 지켜봤으며, 온갖 혐오행동을 겪어냈다. 그/녀에게 정부는 수업료 지원과 특례입학의 기회로 친구를 잃어버린 슬픔과 무능한 구조 활동으로 인한 상실감, 혐오행동으로 인한 고통을 이겨내라고 한다. 피해의 수준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가 정한 지원의 수준은 이 정도다.

지금 정부가 즉각적으로 이행해야 할 책무

실종자 수색이 종료되면 곧 인양 계획이 진행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인양 계획이 없음을 알아차리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세월호 특별법만 통과되면 곧 진상규명의 실마리가 잡히리라 생각했다.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지리라 생각했다. 지원의 원칙이 준비되고 다양한 대책이 마련될 줄 알았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현재 단 한 명의 조사관도 없는 위원회다. 더뎌도 너무 더디다. 인양과 세월호 특별법의 집행은 잘 안 된다. 그런데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배보상을 강요한다. 피해의 수준도 파악하지 못한 정부는 자기만의 잣대로 피해를 정의하고 일방적으로 지원 대책을 내 놓는다. 이는 피해자들의 배보상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들에게 권리의 박탈을 강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진정 피해자들을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정부가 보여야 할 최소한의 성의는 구체적 인양계획의 수립이다. 그리고 조속한 특별조사위원회의 출범이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배보상을 포함하여 제대로 지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바로 사회가 요구하는 정부의 책무다.
덧붙이는 글
홍조 님은 세월호 참사 인권실태조사단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인권오름 제 431 호 [기사입력] 2015년 03월 26일 17:10:18
뒤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