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김형준의 못 찍어도 괜찮아] 내 아들

박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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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겨울인 듯합니다.

"선생님. 오늘 산책 나가지요?"
"자! 오늘 산책 나갈까요?"
"네! 날씨가 오늘은 좀 풀린 것 같으니, 나가지요."
회원분들 오늘따라 교육실이 조금 답답하신지, 다들 밖으로 나가시자 하네요.

따땃한 햇살 맞으며, 센터 뒷산 언덕에 함께 올라갑니다.
"아직 눈이 안 녹았네요. 우리 눈 위에 작품 한번 만들어 볼까요?"
"뭘 해야 되요?"
"네. 눈 위에 그림을 그려보거나 근처에 있는 돌멩이, 잎사귀, 나뭇가지로 무언가 만들어 봐도 좋겠어요."
"네."

"선생님. 저 이거 만들었어요. 카메라 주시겠어요?"
"네. 어떤 거 만드셨어요? 저도 한번 볼까요? 와~ 너무 이뻐요. 누구인가요?"
"네. 제 아들이요."
"아. 그때 사진으로 봤던 아드님이네요. 너무 좋네요. 자 이제 카메라로 잘 담아보세요."
회원님이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시더니 한 장 멋지게 담아주시네요.

"자. 이제 우리 내려갈까요?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시구요."
"네. 빨리 사진보고 싶네요."
자신의 작품이 멋진 사진으로 나오길 기대하는 회원분. 2G폰에 들어있던 아드님 사진과 직접 찍은 걸 인화한 사진을 보고서 함박웃음을 지으시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최근에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더라구요.
"선생님! 저 예전에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수업 들었던 OOO입니다. 혹시 예전에 제가 보여드렸던 제 아들 사진 가지고 계세요?"
"예전 사진을 쭉 뒤져봤는데, 선생님이 만드신 아드님 사진 밖에 없네요. 죄송합니다 ㅠㅠ"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매순간순간 '회원님들의 개인사진도 잘 보관해야지.' 하는데도 그걸 잘 지키지 못하네요. 죄송한 마음이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김형준 님은 사진가이며 예술교육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52 호 [기사입력] 2015년 08월 20일 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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