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김형준의 못 찍어도 괜찮아] 버려진 CD

박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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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 수업 처음에는 책상에 누워서 만사 귀찮은 듯 기대고 있더니
수업을 시작하고 카메라를 주고 나니 약간의 활기를 찾은 듯 보입니다.
"선생님이 찍는 거랑 똑같이 찍으면 100점인가요?"
"아니요. 사진 찍는데 점수 매기는 것도 아니구. 자신이 담고 싶은 걸 편하게 찍으면 되는 거죠."
"네. 찍을게 잘 안 보여서..."
"잘 찾아봐요."
"네~"
터벅터벅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교실에 들어와 사진을 골라 인화하고
사진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아까 대화를 나눴던 친구, 자신이 고른 사진 한 장을 보여줍니다.
"왜 CD를 골랐어요?"
"이게 맘에 들어요."
"왜 이게 맘에 들어요? 사진이 멋있어서? 잘 찍은 것 같아서?"
"아니요. 내가 이 CD를 구한 것 같아서요."
"아. 그렇군요. 사진의 제목도 정했어요?"
"네. 버려진 CD요."
"오~ 그렇구나. 잘 담았네요."
"네."
그 대답을 끝내자마자 친구는 후다닥 달려가 만화책에 눈을 돌립니다.
저에게 그다지 애정을 보여주지 않지만, 멋진 사진과 내용을 나누어줘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덧붙이는 글
박김형준 님은 사진가이며 예술교육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68 호 [기사입력] 2015년 12월 23일 22: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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