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김형준의 못 찍어도 괜찮아] 뒤집힌 카메라

박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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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일이였던 것 같아요. 봄 학기를 맞이해, 새로운 회원분이 사진모임에 함께 하게 되셨답니다.

"선생님. 제가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요?
"그럼요. 할 수 있어요. 걱정 마세요."
"저 몸이 불편해요."
"네네. 알아요. 그래도 한번 해볼까요?"
"네."

몇 분이 지났을까요?
수업시간에 받은 컴팩트 카메라를 보여주시면서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선생님, 왼쪽에 카메라 버튼이 있는 건 없겠죠?"
"아. 그러게요. 지금까지 보지는 못한 것 같아요. 어쩌죠?"
오른손이 불편하셔서, 왼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찍으셔야 하는데. 한손으로만, 왼손으로만 사진 찍기가 쉽지 않으시더라구요.

"선생님. 그런데, 카메라를 뒤집으면 찍을 수는 있겠어요."
"아~ 그런 방법이 있겠네요. 그럼 버튼이 왼쪽 아래로 가겠네요."
"뒤집어 찍으면 사진이 뒤집히지 않을까요?"
"괜찮아요. 이후에 컴퓨터로 뒤집기만 하면 될 듯 해요."
"네. 다행이네요. 감사해요."
"네. 죄송합니다."

그동안 편하게 사용했던 카메라가,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 사용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네요. 기계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지만, 모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덧붙이는 글
박김형준 님은 사진가이며 예술교육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76 호 [기사입력] 2016년 03월 10일 3: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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