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세월호 특조위 해체 시도를 멈추라

세월호 특별법 개정이 시급하다

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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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8일 세월호 특별법 개정 입법청원이 있었다. 4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의 서명은 야3당 원내대표가 소개의원을 맡고 165명의 20대 국회의원이 뜻을 함께 하며 국회에 제출되었다. 2년 전 7월 15일에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원행진이 국회 본청을 향했다. 세월호가족대책위가 서명운동을 제안한 이후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350만 1,266명의 서명이 기적처럼 모였다.

당시 제출된 법안은 충분한 조사를 위해 2년의 활동 기간을 기본으로 하고 1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함께, 진실규명 소위 상임위원이 조사 사건에 관해 독립적인 검사의 지위와 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2014년 11월 제정된 세월호 특별법(4.16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은 입법청원안의 내용에 미치지 못했다. 조사활동기간은 18개월로 반 토막 났고, 검사의 지위와 권한은 국회에 특검을 요청하는 지위로 떨어졌다. 그런데 정부는 18개월마저 보장하지 않고 특별조사위를 조기에 종료시키려 하고, 19대 국회는 특검 임명요청안을 논의조차 하지 않고 폐기해버렸다. 20대 국회가 열린 후 청원행진이 다시 국회 본청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자의적 해석

특별법 개정의 쟁점은 특조위(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활동 기간에 관한 것이다. 특별법은 특조위가 1년을 기본으로 조사하고 6개월을 연장할 수 있도록 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활동의 시작점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노려 특조위 활동기간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왔다. 특조위 예산 역시 2016년 6월까지로 임의로 삭감 책정하여 지급한 상태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많은 출마자들이 특별법 개정을 약속했다. 총선 결과 여당이 참패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을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특조위 활동기간이 “6월까지”라고 ‘전제’했다. 활동기간은 “국회에서 이런 저런 것을 종합적으로 협의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라며 기간 논란을 종식시키려고 했다. 특별법 제정 때 그랬던 것처럼 청와대의 일방적인 가이드라인을 공표한 셈이다.

특별법은 특조위가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활동기간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가 특조위 위원들을 임명한 것이 3월, 활동을 위한 직제와 구성 등을 다루는 시행령이 제정된 것이 5월, 사무처를 갖추고 조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9월이다. 즉 정부의 주장은 ‘위원이 없어도 위원회는 구성’됐고 ‘활동이 없어도 활동기간은 시작’된 것이라는 어불성설일 뿐이다.
정부가 2015년 1월 1일을 특조위 활동기간의 시작일로 보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작년 11월 공개된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 문건을 보면, “활동기산일 관련 우리부 입장(임명장 수여일, 3.9) 관철 시, 증액분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기재부에 우리부의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부 역시 특조위 활동기간 시작일이 해석을 다투는 문제임을 알고 특조위를 길들이는 수단으로 삼았던 것이다.

집요한 특조위 조사활동 방해 시도

특별법을 제정하는 과정도 험난했지만 제정 이후로도 정부는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2015년 3월 27일 정부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정부로부터 파견된 공무원이 특조위 전체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도록 하며, 각 소위원회의 위원장은 오히려 해당 업무를 지휘․감독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등 특조위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이었다. 특조위의 생명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에 있는 만큼 시행령은 특별법의 입법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비롯해 대다수 국민들이 시행령을 폐기하라고 외쳤지만 정부는 5월 들어 시행령을 강행 처리했다.

‘법률이 위임하는 범위 내’에서 시행령을 만들 수 있도록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권한이 노골적으로 무시당하자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시행령이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부합하지 않을 때 수정이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고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낙인찍으며 결국 유승민은 사퇴하기에 이렀다. 여당 원내대표까지 날릴 정도로 특조위가 두려웠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후 정부는 예산으로 특조위의 목을 죄었다. 보수일간지와 종편마다 특조위가 ‘돈 잔치’한다는 왜곡보도를 쏟아냈고 정부는 특조위 예산을 1/4로 삭감했다. 올해까지 포함해 진상규명 분야에서는 특조위가 요구한 예산의 91%가 삭감되었다. 여기에는 세월호 선체 정밀조사를 위한 예산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특조위 활동이 시작되었지만 정부의 조사 방해와 비협조는 도를 넘어 이어졌다. 작년 11월 19일 한 언론이 입수해 공개한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 문건은 이와 같은 방해가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확인시켜주었다.

해양수산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은 “(특조위 내부) 여당 추천위원들이 소위 의결과정상 문제를 지속 제기하고, 필요시 여당 추천위원 전원 사퇴의사 표명(부위원장 주재 기자회견 등)”을 지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국회) 여당 위원들이 공개적으로 특조위에 소위 회의록을 요청하고, 필요시 비정상적 편향적 위원회 운영을 비판하는 성명서 발표”하도록 국회에까지 지령을 내리고 있다. 문건의 내용상 고위급 정부 관리의 주도 하에 조직적인 특조위 무력화 시도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청와대 지키자고 특조위 해체하나

문건이 발견될 당시 쟁점은 ‘청와대 조사’였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가 ‘청와대 등의 참사 대응 관련 업무 적정성 등에 관한 조사’를 신청한 것에 대해 특조위 진상규명소위는 조사 개시를 의결했다. 이어 특조위 전원위원회는 “관련성이 있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여당 추천위원 4명은 위 문건의 내용대로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농해수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 역시 문건의 지시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은 특조위의 조사 결정이 ‘정치공세’라며 특조위 위원 전원 사퇴를 주장했다. “특조위의 해체까지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며 타 국가기관의 해체까지 언급했다. 최근 특조위는 당일 청와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건’의 자료를 가진 서울중앙지검을 실지조사 했다. 자료제출을 거부하던 검찰은 실지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문을 걸어 잠갔다. 14일 국회 농해수위 김영춘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특별법 개정을 위해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조사 문제를 배제하고 진상조사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그동안 정부여당이 특조위를 무력화하고 조사활동을 방해하는 이유가 청와대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점을 확인시켜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으로부터 배제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모두가 알다시피 사고 발생 직후부터 청와대의 거듭된 영상 요구는 현장에 도착한 인력의 구조 작업을 방해했다. 게다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마지막 생존자가 탈출한 시점 직후에서야 ‘한 명도 빠짐없이 구조하라’는 메시지를 냈다.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려 주요 국가기관의 책임자들이 모여 있었지만 컨트롤타워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성역 없는’ 진상 조사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수적이며 ‘성역’을 승인하는 것 자체가 특조위의 본질인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5월말부터 행정자치부,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는 차례로 특조위에 공문을 보냈다. ‘종합보고서와 백서 작성, 발간을 위한 특조위 정원 산정안과 소요 예산안’을 제출하라는 것이다. 종합보고서 발간은 특조위 활동 기간이 종료된 후 다시 3개월 동안 이루어지는 특조위의 임무다. 해양수산부는 “귀 위원회의 조사활동기간 만료일이 도래함에 따라” 공문을 보낸다며 6월을 조사활동기간 종료 시점으로 간주하겠다고 선포했다. 또한 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관계부처 협의에 따라 필요 인력이 배정될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특별법 개정을 논의하려는 국회를 무시하고, 파견 공무원을 철수시키는 등 본격적인 해체 수순에 들어가겠다는 협박이다.

위 사진:6월 13일 열린 세월호 특조위 조기 종료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 모습

기간의 보장, 권리의 보장

특별법 개정을 둘러싼 싸움은 법의 해석 다툼이 아니다. 청와대 지키자고 특조위를 해체하려는 정부에 맞서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싸움이다.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 6조는 진실에 대한 권리를 선언한다. “모든 사람은 재난을 초래한 환경과 이유를 포함한 진실을 알 권리를 가진다. 진상조사를 위한 기구에는 충분한 권한이 주어져야 하며 공정성과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진실에 대한 어떠한 은폐와 왜곡도 용납될 수 없다.”

진실에 대한 권리는 이미 국제인권규범이 밝힌 권리이기도 하다. ‘피해자 권리 장전’은 국가범죄의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시간을 아로새기며 만들어진 원칙이다. 모든 국민은 ‘범죄의 발생에 이르게 되었던 상황과 이유에 관한 진실에 대해 불가양의 알 권리’를 가지며, 피해자와 그 가족은 ‘인권 침해가 발생했던 상황, 그리고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실종된 경우에는 그 피해자의 운명에 관한 진실을 알 권리’를 가진다.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조사위원회의 설치는 근본적이다. 국가는 ‘집단적 기억이 멸실되지 않도록’ 하고, 특히 ‘수정주의나 부인주의 주장’(“그런 일은 없었어”, “그건 사고일 뿐이야”)에 맞서야 한다.
진실에 대한 권리는 피해자의 권리에 한정되지 않는다.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일수록 권력의 총체적인 부정의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개연성이 있으며, 권력의 부정의 자체는 다양한 인권침해로 이어진다. 세월호 침몰과 구조 방기의 실체와 배경, 오보와 피해자 탄압 등 참사 해결을 가로막은 행위 등을 철저히 밝히는 것은 우리 모두의 권리다. 그러므로 특별법 개정 요구는 단지 특조위 활동 기간을 보장하라는 요구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기본적 인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 조치다.

특별법을 개정하라

특조위 활동 과정에서 밝혀진 것들도 있다. 1차 청문회에서는 구조를 방기한 해경이 어떤 거짓말을 했으며 어떤 왜곡과 은폐를 시도했는지 드러났다. 지난 5월 해경이 참사의 중요한 증거인 123정 CCTV를 숨겨온 사실도 드러난 만큼, 철저히 수사하고 기소할 특검의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졌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의 전 과정에 걸쳐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훨씬 많다.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을 포함해 성역 없는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마지막 농해수위 회의에 전원 불참함으로써 특별법 개정 논의를 봉쇄했다. 20대 국회가 시작된 후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망가뜨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여당은 청와대 지키자고 국회를 해체하고, 정부는 청와대 지키자고 특조위를 해체하려는데, 야당은 기간을 지키자고 권리를 해체하는 것이 지금의 형국이다.

“더 이상 세월호 이전처럼 살 수 없습니다”라는 절박함으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제정된 특별법의 취지에 따르면 특별법 개정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대로 특조위가 해체되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중단되는 것은 피해자와 그 가족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특조위 해체는 진실과 안전의 해체이며 인권의 해체다. 국민의 목숨은 버리고 권리는 벗기는 국가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특조위 해체 시도를 중단하고 국회는 서둘러 특별법을 개정하라.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은 특조위 조사활동 개시시점을 “사무처를 포함한 조직의 구성을 마치고 기획재정부가 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최초로 배정한 날”로 명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활동 시작일은 2015년 8월 4일이며 특조위 활동기간은 2017년 2월 3일까지가 된다. 세월호 선체 인양이 7~8월로 예정된 것을 고려하면 특조위가 선체 정밀조사를 할 수 있는 기간도 보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는 선체 정밀조사를 특조위 업무로 인정하지 않아왔다.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설립된 기구이므로 선체 정밀조사는 특조위의 당연하고 필수적인 조사 영역이다. 따라서 개정안은 △ 특조위 업무범위에 세월호 선체에 대한 정밀조사도 포함된다는 것을 명문화할 것, △ 특조위 조사활동을 세월호 인양 후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 국가기관에게 특조위의 진상규명에 협조하고 인력과 예산에 대한 특조위의 협의권을 존중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도록 했다.
덧붙이는 글
미류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489 호 [기사입력] 2016년 06월 15일 11: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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