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영화를 만나다] 차별과 억압의 이름, 재일조선인

<우리학교>, 김명준 감독, [감독과의 인터뷰]

김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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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학교>는 신선하다. 전국 각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공동체상영을 하고 있고, 일반 상영관에서도 ‘롱런’이다. 인터뷰를 위해 처음 만난 김명준 감독은 기쁘지만 걱정도 많다고 했다. ‘민족주의’를 운운하는 낡은 투망이 영화의 숨통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일본에서 살아남은 우리 민족의 독자성이나 민족교육의 우수성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고통 속에서 절규했던 재일조선인은 개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민족’의 동질성을 움켜잡았고, 자신의 권리와 연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민족’이라는 개념이 필요했다. 살아남기 위해 민족에게서 배운 삶의 방식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는 일본에서 소수민족으로서 살아가는 재일조선인, 그들이 지킨 민족교육에 대한 강렬한 열망과 그 열망을 실천하는 일상을 차분하게 담았다.

1948년 8월 일본이 패전하자 일본에 남은 재일조선인은 직접 조선학교를 세웠고 민족교육을 시작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일본정부는 조선학교를 ‘빨갱이의 온상’으로 낙인찍고, 일본의 ‘국익’에 반한다며 조선학교에 다니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의 노골적인 정치적 탄압은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로 이어졌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조선학교에는 학생을 죽이겠다는 우익세력들의 협박 전화가 걸려온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위험하니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위급한 전화를 걸고, 불침번을 서며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을 지킨다. ‘나는 조선인이다’라는 자기 국적의 선택과 외침은 목숨을 위협하는 붉은 표적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일본 사회의 우익세력들은 재일조선인들의 발을 묶고, 일본 정부는 이들의 날개를 꺾는다. 조선학교는 일본 문부과학성으로부터 ‘각종학교’로 분류되고 있다. 정규학교인 ‘1조 학교’와 외국인학교인 ‘전수학교’로부터 제외된 학교다. 그래서 학교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지원도 없고, 졸업 인정도 받지 못한다. 조선학교 졸업생이 일본의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험 자격을 얻기 위한 별도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조선학교 학생에 대한 공식적인 차별정책이다.

소수민족의 민족교육에 대한 권리 보장은 국제인권규약, 인종차별철폐조약 등 국제 조약에도 명시되어 있으며, 이는 일본 정부도 비준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일본정부가 재일조선인의 민족교육에 대한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조선말을 쓰면 듣고, 하얀 저고리를 입으면 봐라.” 재일조선인들이 일본에서 ‘조선말’을 사용하거나 ‘민족옷’인 저고리를 입으면 일본 사람들은 신기한듯 쳐다본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말과 옷차림 때문에 주어진 권리를 빼앗겨서는 안된다. 누구든지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향유하고 사용할 권리를 분명히 갖고 있다. 그것은 누가 허락할 것이 아니라 ‘존재’하기 때문에 ‘존중’ 받아야 하는 것이다.

홋카이도에 하나 남은 조선초중고급학교를 졸업하는 한 학생은 일본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소원을 영화에 남겼다. “(나의) 소원은 세계가 평화로우면서도 누가 위라든가 밑이라든가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평등하게 자주로 사는 것이 꿈이다.” 그것은 남한도 북한도,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바로 ‘사람’의 바람이었다. 이 영화는 일본사회의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위협을 보여주는 한편, ‘재일조선인’ 혹은 ‘총련’이라는 집단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람’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극장에서 를 상영하는 건 목숨을 거는 일”
인터뷰 - 김명준 감독

감독이 직접 느끼는 한국 관객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일반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놀랍다. 그러나 일부 관객은 영화가 아무리 곱게 치장했더라도 결국 ‘빨갱이’에 대한 이야기라며 불편해 한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민족주의’로 치우쳐 보일까 우려스럽다. ‘민족주의’나 ‘국가주의’의 위험성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영화는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재일조선인의 생존과 직결되는 삶의 문제를 담았다. 재일조선인들은 지난 60년 동안 그들의 생존을 위협했던 일본의 우익세력이나 일본정부의 우경화, 조선인 민족교육에 대한 냉대와 무시 속에서 자신의 국적과 고유한 삶을 지키며 당당히 살아왔다.

영화에서‘너희 중 하나를 죽이겠다’는 협박전화의 음성은 소름 끼친다. 재일조선인에 대한 탄압은 계속되고 있는가?

치마저고리는 학교 내에서만 입는다. 초급학생의 경우에는 교문까지 학부모가 아이를 데려다 주면, 교사가 나와서 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로 들어간다. 중고급생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다닌다. 학교 주위에 철제 울타리를 세웠고, 교문은 늘 잠가 둔다. 지난 1월 28일 오사카 경찰 200여명은 시가초급조선학교를 침탈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전국교원연구회에 참석해서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놀고 있었다. 경찰은 신발을 신은 채 학교로 들어가 학생들의 학적부와 학부모들의 주소록을 강탈해 갔다. 아이들은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또 다른 경우는, 조선인이 탈세했다며 그 사람이 활동하고 있는 총련 상공회 사무실을 강제 수색했다. 이 역시 최근의 일이다. 일본 정부가 재일조선인에 대한 탄압의 강도를 높이는 이유는 북한의 지원을 받고 있는 총련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아베정권은 대북한외교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고, 일본공안 당국은 매스컴을 총동원해 재일조선인에 대한 일본사회 분위기를 극우의 바람으로 몰아가고 있다. 일본의 일반극장에서 를 상영한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다.

재일조선인이 직면한 문제와 그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조선학교를 졸업한 재일조선인이 일본사회에 나가면 정체성의 혼란으로 갈등하지 않겠냐고 걱정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미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정립하고 사회로 진출하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국적의 구분 없이 잘 사는 공동체생활 방식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터득했다. 문제는 일본정부의 조선학교에 대한 불평등한 차별정책이다. 그것은 민족성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평등의 문제이며 인권의 문제이다. 재일조선인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세금을 내는 것만큼의 권리라도 인정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학교가 북한의 지원을 받고 있고, 그런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차별하고 있으니 기막힌 노릇이다. 6자 회담이 좋은 분위기로 흘러 국가 간의 정치적 화해를 이루는 것이 절실하다.

영화 개봉 후, 재일조선인의 반응이 궁금하다.

한국에 올 수 없는 재일조선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자신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보여지는가 하는 문제다. 한국은 여전히 반공이데올로기에 묶여 있는지, 한국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우면 뜨거울수록 재일조선인은 힘이 난다고 한다. 자신들의 일상을 담은 영화에 한국 관객들이 공감한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할 때에는 편견 때문에 충돌하겠지만, 서로를 알면 함께 공존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한국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영화는 단순히 ‘우리 동포가 일본사회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라는 문제가 아니다. 나와 다른 국적을 가진 소수자에 대한 존중과 권리 보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영화 한 편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다양성을 인정하는 마음이 뿌려지는 것을 보면 ‘희망’도 보인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재일조선인의 삶은 안타깝다. 그들은 차별받고 있는 소주민족인데 권리를 외치는 함성은 공공연히 무시되고 있다. 한국에도 외국인 이주자가 많이 늘었다. 우리는 과연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 역시 다른 국적을 갖고 있는 소수자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켜야 한다. [정리 - 김일숙]

영화 는 11회 인권영화제 상영 예정작입니다.(상영일정 : 5월 20일(일) 오후 4시 30분)
인권오름 제 51 호 [기사입력] 2007년 04월 25일 2: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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