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가능성과 과제를 남긴 포럼

[기획] 사회운동포럼이 낳은 새로운 사회운동의 가능성 (9-끝) 사회운동포럼의 향후 과제

박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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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이 끝난 지 벌써 달포가 지났다. 포럼 조직위원회도, 집행위원회도, 사무국도 최소한의 소통망(메일링과 홈페이지)만 남기고 해소되었으므로 이제 집행위원장으로서 내 역할도 끝났다. 두툼한 자료집과 사회운동총회에서 채택한 총회 선언문, 공동전략과제(Ver. 1.0)로 남은 사회운동포럼. 24일의 원탁회의를 통해서 최종 평가서를 작성하기로 했으므로 정식 평가는 그때에 나오겠지만, 포럼이 끝나고 열띤 토론을 전개했던 활동가들이 모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지금 과연 그 포럼이 무엇을 남겼는가를 고민하게 한다.

‘또 하나의 포럼’이 아닌 지금까지와는 ‘다른 포럼’을 만들어 보려고 지난 3월부터 5개월 간 준비를 해왔던 과정도 돌아보게 된다. 한 번의 포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는 포럼을 만들자는 그 취지는 얼마나 살렸을까?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소통은 이루어진 것일까? 토론과 워크숍에 쏟아진 문제의식들은 과연 활동에 녹아들고 있는가? 모든 조직이 해소된 마당에 이후의 포럼은 무엇을 갖고, 어떤 경로를 밟아서 준비되어야 하고, 그 때 포럼은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 하나? 그것을 위해서 그 동안 우리는 무엇을 실천하고, 성과를 만들어낼 것인가? 등등의 물음들이 이어져 온다. 포럼을 만드는 과정이 그랬듯이 아마도 포럼 이후의 실천도 문제의식을 가진 활동가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위 사진:지난 9월 2일 진행된 사회운동총회 [출처] 사회운동포럼 홈페이지(www.smf.or.kr)


포럼의 가장 큰 성과는 사회운동에 대해 느끼던 갈증을 풀어낼 자리를 만들었고, 그런 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본다. 운동의 위기를 말하고, 그 위기를 극복하자는 논의들이 본격적으로 주제를 갖고 진행되었다. 구체적인 연대의 방안이나 변혁의 이념을 합의해내지는 못했다고 해도, 포럼 이후에도 10개 가까운 기획단들이 후속 논의를 진행하고, 구체적인 실천을 고민하고 있다. 작은 범위에서 구체적인 연대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므로, 그리고 이런 모색들이 현장에서 구체적인 접점을 갖고 진행될 것이므로 그런 활동들이 그려낼 운동적 구상들이 실현되는 것이 아마도 포럼의 성과일 것이다.

사회운동포럼을 추진했던 취지는 대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맞서 사회운동의 변혁적 이념을 새롭게 구축”하고, “진보운동의 위기를 공유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고, “운동의 단결을 도모하고 연대를 확장하기 위한 실천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취지 자체가 한 번의 포럼을 통해서는 획득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한 번의 만남, 토론으로 이런 문제들이 정리될 수 있다면, 지금의 진보운동의 위기는 오지 않았을 터다. 그래서 이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한 번의 포럼이 아닌 과정을 중시하자”, “사회운동들 간의 민주적·수평적 토론의 공간과 교육의 장을 만들자”고 포럼이 제안되던 때부터 준비되는 과정, 그리고 포럼 본 행사에 이르기까지 노력했다.

그런 정신과 과정이 다양한 영역에서 움직이는 활동가들을 움직였고, 그들이 포럼을 다녀갔다. 20개의 섹션이 4일 동안 펼쳐졌고, 거기에 연인원 2천5백 명의 다양한 영역에서 움직이는 활동가들이 다녀갔다. 비록 노동자 대중들의 참여는 부족했고, 다른 포럼과는 달리 교수나 연구자, 전문가들의 결합이 거의 없었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문제의식을 느끼는 활동가들의 고민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그렇지만, 운동들 간의 소통이 한 번의 토론이나 워크숍으로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는 없다. 오히려 소통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이 성과일 것이고, 그런 연유로 이후에도 더욱 심화된 소통이 가능하고, 형식적인 연대가 아니라 내용적인 연대로 나아가는 게 가능해졌다는 점이 또 성과일 것이다. 운동과 운동을 가로질러 각각의 운동들이 추구하는 가치까지 확인하고, 논의하고, 그래서 새로운 운동질서와 운동이념을 만들자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운동의 질서와 변혁이념은 쉽게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사회운동총회에서 채택한 제법 긴 선언문과 12개 항의 공동전략과제를 염두에 두고 실천 활동에 임하는 활동가들이 있을까? 이제 지나가 버린 포럼에 대한 기억은 분위기 좋았다거나, 사람들과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는 식의 추상적인 평가여서는 안 된다. 신자유주의의 폭압이 날로 거세지고,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빅뱅’ 수준의 급격한 변화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와중에서 사회운동은 아직도 지리멸렬한 채 자신의 방향키를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포럼에서 만났던 활동가들은 서로 만나게 되어 있다. 총회에서 채택했던 세계빈곤의 날의 공동행동(10월 17일)에서, 세계사회포럼이 제안한 전 지구적 행동의 날(08년 1월 26일)에서, 100주년 세계 여성의 날(08년 3월 8일)에서, 그리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고통 받는 민중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벌이는 다양한 투쟁의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것이다. 그를 통해 포럼의 문제의식과 정신은 이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최소한의 소통망을 통해서 다시 포럼이 제안되고, 거기에 동의하는 단체와 활동가들이 포럼을 준비해갈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가능성과 과제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하나하나 운동적인 성과로 남는다면, 그것이 포럼의 힘이고, 성과로 귀결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우리가 다시 돌아보는 우리의 현실은 암담하다. 지배세력의 권력재편기이고, 한반도의 주변정세는 격변하고,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위기는 심화된다. 포럼을 경과한 사회운동은 이런 현실을 돌아가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혀 운동의 새로운 지형을 열어갔으면 좋겠다. 구체적인 실천으로 확인되는 문제의식과 가능성이 지금은 꼭 필요한 때다. 사회운동포럼은 끝났지만, 그 소통, 연대, 변혁을 운동의 원리로 삼은 새로운 사회운동은 이제 시작이다.
인권오름 제 75 호 [기사입력] 2007년 10월 17일 1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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