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여성의 몸-①

[그대 건강권은 안녕한가 ④]

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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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여성으로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진다.’
너무나도 익숙한 보부아르의 말이다. 여성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는 사회에서 이젠 이 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소비사회에서 더욱 곱씹어 보아야 할 명제인지도 모른다. 아니 인식해야 할 절박한 명제일지도. 특히 여성의 몸은 이전 보다 더욱 미시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걸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여성들이 스스로 몸을 관리하는 방식 ‘다이어트’ 다.

몸은 객관적이거나 보편적이지 않으며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니는 정치적인 것으로 통제와 규율의 대상이 되기 쉽다. 특히 여성의 몸은 아이를 생산하는 도구, 모성적 자양분, 유혹적 대상 그리고 현대 사회에선 자본시장에서 교환대상으로서의 상품 등으로 논의된다. 역사적으로 남성은 이성적이고 우월적인 몸, 여성의 몸은 열등하고 수동적이라는 인식은 여성의 주체성을 억압한 이데올로기였다.
그리고 현대사회의 외모지상주의.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몸이 각광을 받으며 나타난 외모지상주의는 새롭게 여성들의 몸을 통제한다. 긴 투쟁의 역사동안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획득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페미니즘 진영에겐 외모지상주의가 또 다른 위협으로 다가갔다.

외모지상주의가 강요하는 여성의 몸

사회는 날씬해야 ‘여자’일 수 있고 ‘성’에 있어서도 주체적일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수많은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욕망한다. 예컨대 날씬한 몸을 가지지 않으면 그건 ‘여자’가 아닌 ‘아줌마’로 불린다.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아줌마 체형이라 불리는 건 남자들에게 대접받지 못하는 무성적 존재로 치부되면서 여성으로서 정체성이 사라지는 위기로 받아들여진다. 뚱뚱하면 게으르고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른다는 편견, 살찐 것이 죄가 되는 사회는 이미 다이어트 강박증을 보편화시켰다. 적당한 체형을 지닌 여성도 더 마르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다이어트를 욕망하는 강박증에 빠져 있다.

다이어트를 일상화 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오히려 ‘몸 이외에 사회적 존중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지극히 가부장적인 사회의 모습을 반증한다. 남성이 남자다움을 인정받는 데 외모는 하나의 필요조건일 뿐이지만, 여성에게는 ‘여자’로 인정받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조건이다. 취업을 할 시에 그 필요성은 더욱 드러난다. 특히 수많은 서비스 분야에선 외모를 중심으로 여성들이 고용되고 있다. 또 다이어트 경험에 관해 인터뷰를 해준 한 여성은 “뚱뚱할 경우 사회적 계급이 저하된다.”라고 말한다. 하나의 능력이자 자본으로서 몸을 생각하게 되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의 모습을 끊임없이 부정하고 바뀌어야 할 대상으로서만 생각하게 된다.

이런 여성들의 다이어트 욕망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소비사회가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이다. 소비사회의 가장 훌륭한 전도사 역할을 맡고 있는 대중매체. 텔레비전에서 연일 쏟아지는 프로그램과 광고엔 보통 체격도 되지 않은 깡마른 몸매와 인형 같은 외모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특히 광고에 나오는 성공한 여성과 아름다운 여성들은 늘 미스코리아 출신의 젊은 여성이거나 직업적 모델들이다. 사방 도처의 날씬한 여성 이미지는 모든 여성들의 욕망을 보편화시켰다. 즉 자아실현과 사회적 성공에 대한 욕망의 중심에 날씬한 외모가 자리 잡게 됐다.

배후엔 다이어트 산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여성들의 다이어트 욕망을 부추기는 배후엔 다이어트 산업이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다이어트 관련 산업은 거의 ‘무한 시장’으로 불린다. 종류는 다이어트 식품, 의약품, 시설 및 기구 등으로 다양하다. 다이어트 산업은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욕망하면 할수록 더욱 많은 자본을 벌 수 있다. 이제 그 규모는 연간 2조원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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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것은, 여성들이 현대사회의 미의 기준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는 과정이 결코 강제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외모와 몸을 관리하며, 실제 여성들은 다이어트의 성공이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큰 쾌감을 가져다주는 지를 설명한다. 또한 적극적으로 다이어트를 실천하면서 자아 존중감과 더불어 사회적 지위까지 획득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다이어트가 여성들의 건강을 위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음식으로부터 자신을 통제해야 하는 강박증만으로도 여성들은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또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육체적으론 거식증과 폭식증과 같은 식이장애에 걸릴 수 있다. 한국도 더 이상 거식증과 폭식증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다이어트 우울증으로 자살한 여성에 관한 기사 역시 심심찮게 등장한다.

다이어트, 개인의 문제라고?
뚱뚱한 사람들의 불건강에 대해선 말하지만 마른 몸이 줄 수 있는 불건강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는 언론. 날씬한 이미지를 끊임없이 노출시키는 대중매체. 다이어트를 부추겨야 돈을 버는 산업들. 날씬한 몸에 대한 욕망을 내면화한 사람들의 인식. 이런 환경에서 자신의 몸을 긍정하는 것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진정한 건강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고민을 하는 건 쉽지 않다. 이제 더 이상 다이어트는 결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피눈물 흘리며 뺀 살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 가고, 미칠 듯한 폭식 욕구에, 몸무게에 대한 미칠 듯한 강박, 폭식은 밀려오고, 여기서 먹게 되면 몸무게는 늘고, 먹고 올리자니…오늘은 올릴 수 없는 날이다(중략) 왜 이럴까요…정말 평생 달고 살아가야 할 것만 같아 미칠 듯이 불안해요…살에 대한 강박이…미칠 듯이 괴로워요.…미칠듯이…몸서리치게…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아요. 진짜…그땐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어쩌면 좋죠. 슬금슬금 올라가는 몸무게를 볼 때마다, 두려워서 미칠 거 같아요….

이제 여성들도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경쟁력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몸을 노예로 삼는 주인이 되려 하는 건 아닌지. 다이어트를 통해 또 다른 판옵티콘의 수인이 된 건 아닌지 하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윤미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17 호 [기사입력] 2008년 08월 20일 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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