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적 제약회사는 어떻게 ‘희귀’와 ‘난치’를 상품화 했나.

[그대 건강권은 안녕한가⑦] 사회적 소수자의 의약품접근권

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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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10일 정부의 필수의약품접근권 보장 방안을 요구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 있었다. “한국의 의약품 제도는 초국적 제약회사들을 비롯한 기업들의 이윤동기에 끌려다니기 쉬운 상태여서 환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포괄적인 의약품접근권 보장 방안을 요구한 것이다. 진정 사례에는 만성 백혈병과 HIV/에이즈 감염인의 의약품접근권 침해가 제시되었다. 진정에는 그/녀들의 인간의 존엄한 삶에 대한 요구를 짓밟는 초국적 제약회사의 이윤만을 위한 행태에 대한 규탄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국가권력이 사회적 소수자의 시민권조차 박탈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초국적 제약회사가 활용하는 지적 재산권

글리벡에 내성이 생긴 백혈병 환자들이 복용해야 하는 BMS사의 스프라이셀은 2008년 6월 55,000원 (매달 330만원)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환자 일인당 연간 4,000만원이 넘는 약제비를 의미한다. 단지 BMS사는 글리벡 약가에 맞춰 스프라이셀 약가를 책정하였을 뿐이고, 건강보험관리공단은 BMS사가 요구하는 약가를 20% 정도 낮추는 정도의 협상만을 진행하였을 뿐이다. BMS사가 내세운 비싼 약값의 논리는 만성백혈병환자들을 위해 신약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면서 겪은 수많은 과정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생각하면 비싼 약값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BMS사의 주장이 사실일까?

스프라이셀은 UCLA대학의 암센터에서 개발하여 1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2.1년의 임상시험기간을 거쳐 미FDA의 승인을 받기까지 미국 희귀의약품법(orphan drug act)에 의해 임상시험비용의 50% 세액공제, 해마다 20만달러까지 지원받았으며 연구디자인도 FDA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FDA승인이후부터 7년간의 독점판매권을 보장받았다. 결과적으로 BMS의 만성백혈병환자를 위한 ‘희생논리’는 허울일 뿐이며 만성 백혈병환자들이 생존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신약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제약회사의 이윤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용한 것이다.

이렇듯 ‘희귀난치’라는 호명을 받은 사람들은 초국적 제약회사로부터 ‘희귀의약품’이라는 상품의 희소성 논리를 근거로 높은 가격에 약을 구매하라고 강제 당한다. 허구적인 R&D 비용과 생산원가의 진실은 감추면서 살고 싶으면 어떠한 불만도 이야기하지 말고 구매하라는 것은 개개인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자유로운 상품교환을 통해 평등하다는 이데올로기가 허구라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한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인권 원칙에 반하기에 초국적 제약회사의 이윤만을 위한 재산권 행사를 지양하는 것만이 진정으로 우리 모두의 건강권 실현을 위해 필요한 것이고 정당함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희귀난치성 환자 건강권 외면하는 정부

지난 2004년 한국에 시판 허가가 된 HIV/에이즈 치료제인 푸제온의 경우 초국적 제약회사인 로슈가 약가가 요구안에 충족하지 않다는 이유로 3년 넘게 공급거부를 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에이즈환자들, 보건의료활동가들과 인권활동가들이 로슈의 한국 지사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그때 그/녀들은 “푸제온의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을 들였으니, 우리가 요구하는 약값으로 결정되지 않으면 공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로슈의 푸제온은 듀크 대학에서 발견했고, 지방의 한 생명공학 회사에서 개발한 후에야 로슈에서 사들였다. 초기 연구에 기여한 바가 전혀 없이 단지 ‘사들였을’ 뿐이다.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협박을 한 셈이다.

위 사진:로슈지사장에게 푸제온의 공급을 요구하는 인권활동가들


이런 상황에서 푸제온을 담당하는 복지부 관계자는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라서 초국적 제약회사와 협상을 할 뿐이며 그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는 그 이상의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초국적 제약회사의 이윤추구와 환자의 건강권이 대립할 때 국가권력은 자본의 손을 들어주었고 그 사이 실제 푸제온을 필요로 했던 환자는 이러한 코미디를 자신의 죽음에 대한 위협 속에서 지켜보아야만 했다.

인권 보장의 ‘의무의 주체’인 국가는 전 세계적 자본주의적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해 그 의무의 끈을 놓아 버렸다. 국가권력이 초국적 제약자본의 이윤추구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했듯이, 일시적으로 로슈의 푸제온 특허권 행사를 유보시켜 저렴한 필수의약품의 공공적 생산을 가능케 하는 강제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잘못된 특허법을 핑계 대며, “강제실시는 복지부의 소관이 아니다”라는 말만 거듭한다. 이렇게 제약회사 앞에서 인간의 권리를 보호, 실현하기 위한 주체인 시민과 국가의 ‘권리-의무 관계’는 틀어지게 되고, ‘희귀난치’를 부여받은 이들은 이제 ‘시민 아닌 시민’이 된다.

휘귀난치라는 소수자의 의약품접근권

인권의 보편성은 권력을 위임받은 강자가 시민과 시민이 아닌 사람을 나누고 시민권의 내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구조적인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억압을 지양함으로써 누구나 누려야 하는 공통의 사회적 필요를 모아가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귀난치’라는 호명을 받은 사람들의 ‘소수성’은 숫자 셈법으로 ‘많지 않음’으로 환원되고 의약품접근에 대한 요구는 적은 수의 사람들이 갈망하는 부수적인 것으로서 다루어지게 된다. 그래서 이들의 ‘시민으로서의 건강에 대한 권리’의 요구는 시혜와 동정의 특수한 애원으로 분리되고 모든 시민에게 필요한 공통적인 것으로서의 정당성을 박탈당한다.

따라서 희소성의 경제적 가치로 재단되는 초국적 제약 자본의 질병 관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대학과 공공기관에서 연구되는 지식과 기술이 특허권이란 이름으로 상품화 되지 않고 공유되고 교통될 수 있는 대안 정보공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간의 몸을 ‘희귀난치’라는 상표로 상품화하는 초국적 제약자본의 약제비의 전 세계적 기준에 균열을 내는 상상도 필요하다. 공공지원이 초국적 제약회사의 상품판매를 위한 임상시험 보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필수의약품이 공공적으로 연구개발 되고 이를 생산하는 노동자들과 소비하는 환자들의 통제 하에 필수의약품이 생산되고 공급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사진1%]

보편적인 의약품접근권운동을 향해

국가권력의 자기통제의 규제를 통해 인간의 몸이 이윤증식을 위한 유통공간으로 지속되는 것에 대한 반대하는 것도 상품화된 ‘희귀’와 ‘난치’를 지양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인간의 몸이 상품 판매의 유통 공간으로 쓰였다가 타산에 맞지 않으면 버려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통제된 국가장치가 건강권을 보장할 의무의 주체로서 초국적 제약회사의 이윤추구 행위를 제어하도록 해야 한다. 강제실시라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도달 가능한 최고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특허를 통해 의약품의 지식과 기술 생산자원을 사적 소유하려는 경향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건강권 보장의 의무의 주체를 바로세울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희귀’와 ‘난치’의 숫자로서 호명된 소수가 아닌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보편성과 연대를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 ‘희귀난치’라는 호명이 사회적 관계, 사회적으로 구성된 소수자라는 관점에서 접근되었을 때 제약자본과 국가권력의 횡포로 은폐된 차별과 억압의 측면을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사회적 소수성에 대한 재해석이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소수화 된 남반구 국가들의 필수의약품 부족 문제, 그리고 북반구 나라들에서 배제된 빈곤한 사람들의 의약품접근권의 문제를 이해하고 초국적 제약자본에 대항하는 연대를 우리 모두를 위한 의약품접근권의 요구로서 모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초국적 제약자본에 대항하는 사회적 소수자운동으로서 그리고 나아가 아래로부터의 인권의 보편성을 만들어 가려는-모든 이들과 함께 하는 연대를 이루어 나갈 때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권력관계를 지양하는 의약품접근권운동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재용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121 호 [기사입력] 2008년 09월 24일 13: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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